이상돈 "내가 아는 최덕기 주교님은..."
산속 성당에 진도견과 살면서 4대강사업 저지 주도
이 교수는 "천주교 주교회의가 천주교 전체의 의사로서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요구한 일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우리(운하반대교수모임 및 국민소송단)에게는 100만 대군이나 다름이 없다"며 천주교에 고마움을 표시한 뒤, 최 주교가 국민소송 고문직을 수락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이 교수는 "명진 스님과는 달리 최 주교님은 천주교 외에선 그다지 알려지신 분이 아니다"며 "하지만 최 주교님께서 이렇게 '4대강 사업은 안 된다'고 의사를 표명하시자, 수원교구의 공동선 실천연대에 속한 40대 신부들이 4대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됐고, 결국 지난 3월 사제 선언으로 발전하게 됐다"며 최 주교가 천주교의 4대강사업 저지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음을 밝혔다.
이 교수의 글에서 감명적인 대목은 최 주교의 소탈한 삶.
이 교수는 "최 주교님은 평소에 교구장에서 물러나면 공소(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성당)에서 주임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지난 4월 말 여주군 산북면에 위치한 산북 공소에 부임하심에 따라 평소의 뜻을 이루시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달 중순 어느 저녁에 산북 성당으로 주교님을 찾아 뵌 적이 있었는데, 사방은 적막했고 밤하늘엔 별빛이 찬란했다. 주교님은 그런 적막한 곳이 좋다고 하셨다"며 "산북 성당에는 주교님 혼자 계시고, 진도견 산북이가 주교님을 지켜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시골 성당의 주임이 되신 최덕기 주교님
천주교 주교회의가 천주교 전체의 의사로서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요구한 일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우리(운하반대교수모임 및 국민소송단)에게는 100만 대군이나 다름이 없다. 천주교 주교단에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을 맡고 계신 최기산 주교님(인천교구장), 그리고 국민소송단의 고문을 맡아 주신 최덕기 주교님(전 수원교구장)이 큰 힘이 되어 주셨다. 지난 주 월요일에 양수리에서 열린 생명평화 미사에는 주교회의 의장이신 강우일 주교님(제주교구장)이 참석하셔서 역시 큰 힘을 실어주셨다.
작년 가을에 교수모임이 시민단체 및 변호사들과 함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소송을 준비할 때 종교계를 대표하는 분들을 소송단의 고문으로 모시기로 했다. 불교에서는 명진 스님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사전에 인사도 없는 스님을 내가 찾아뵈었더니 스님은 흔쾌히 동의해 주셨고, 또 격려해 주셨다. 불교에서 환경운동하면 수경 스님이지만 4대강 소송은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도덕과 사회윤리에 관한 기본 문제가 걸려 있다고 생각해서 명진 스님을 모시기로 했던 것이다. (법륜 스님과도 의논을 드렸고, 수경 스님에겐 이원영 교수가 사전에 찾아뵙고 취지를 말씀드렸다.) 천주교에선 최덕기 주교님이 환경 문제와 유기농업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원영 교수와 함께 찾아뵙고 고문직 수락을 부탁드렸더니, “연구와 교육에 바쁜 교수님들이 애쓰신다”고 하시면서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명진 스님과는 달리 최 주교님은 천주교 외에선 그다지 알려지신 분이 아니다. 11월에 국민소송단 광고가 나간 후에 몇몇 언론이 최 주교님과 인터뷰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주교님은 끝내 사양하셨다. 하지만 최 주교님께서 이렇게 “4대강 사업은 안 된다”고 의사를 표명하시자, 수원교구의 공동선 실천연대에 속한 40대 신부들이 4대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됐고, 결국 지난 3월 사제 선언으로 발전하게 됐다.
독일 뮨스터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하시고, 1997년에 수원 교구장이 되신 최덕기 주교님은 신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원 교구(수원, 용인, 성남, 여주 등 경기도 남동부를 관할한다)를 이끌어 오셨다. 한 때 건강 때문에 교구장 업무를 이용훈 주교님께 위임한 적도 있지만 건강을 회복하셔서 교구장 업무에 복귀하셨는데, 작년 3월에 수원교구장직을 사임하셨다.
최 주교님은 평소에 교구장에서 물러나면 공소(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성당)에서 주임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지난 4월 말 여주군 산북면에 위치한 산북 공소에 부임하심에 따라 평소의 뜻을 이루시게 됐다. 경기도 광주, 이천, 양평, 그리고 여주가 만나는 지점인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는 상주 인구가 적어서 공소가 있었는데, 수원 교구가 아담한 작은 성당을 새로 지어 주교님이 거주하시면서 미사를 집전하시도록 해 드린 것이다.
산북 성당은 성남에서 이천으로 가는 3번 국도로 가다가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IC를 지나서 98번 지방도로를 만나 좌회전하여 30분 정도 가면 도착하게 된다. 상품리는 서울 근교 같지 않게 적막한 산간 농촌마을인데, 거기서 333번 지방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20분을 가면 남한강 이포대교를 만나게 되고, 건너편에 천서리 막국수 마을을 보게 된다. 바로 여기서 흉측한 이포보 공사가 한창이니, 기가 막힐 일이다.
지난 달 중순 어느 저녁에 산북 성당으로 주교님을 찾아 뵌 적이 있었는데, 사방은 적막했고 밤하늘엔 별빛이 찬란했다. 주교님은 그런 적막한 곳이 좋다고 하셨다. 산북 성당에는 주교님 혼자 계시고, 진도견 산북이가 주교님을 지켜 드리고 있다. (* 산북 성당 전화번호 031-548-2280, 미사 시간 : 주일 오전 10시 30분, 월 화 목 금 오전 7시, 수 토 오후 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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