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재협상', 그 황당한 시츄에이션
오바마, 미국서도 안팔리는 미국차 사라고 무리한 요구
오바마, 미국서 미국차 꾸짖다 한국 와선 '딴소리'
미국은 한미FTA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자동차를 비롯해 쇠고기·가전시장 등의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해말 미국발 금융위기후 미국자동차산업이 붕괴하고 있는 반면, 한국자동차들은 급속히 미국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것이 미국 정부와 의회의 자동차 재협상 요구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후 기자회견에서 쇠고기 추가개방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하면서도 자동차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재협상 내용이다. 미국차는 현재 한국내에서 5천여대 정도 팔릴뿐이다. 지난 몇년새 국내시장의 외제차 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졌으나 독일, 일본차만 불티나게 팔릴 뿐이었다. 이는 미국차가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더욱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로 미국 빅3가 파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미국차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파산위기에 직면한 미국차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중국산 부품 등을 사용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차에 대한 불신은 크게 증폭됐다.
그러나 미국은 대외적으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기업들과 노동자들은 경쟁력에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에서는 "미국자동차업계 생산단가를 미국내 일본, 한국 자동차업계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오바마였지만, 한국에 와선 원인을 '무역장벽'에서 찾으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더 이상 내줄 것도 없는데...
문제는 한미FTA에 이미 미국에게 내줄 것은 거의 다 내준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동차세, 배기량, 보험료, 신속분쟁처리절차 등 미국의 모든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
미국 정가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에서 연간 70만대를 파니, 한국에서도 미국차를 70만대 사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나 군, 공기업 등이 의무적으로 미국차를 사야 한다"는 엽기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나, 이는 미국내에서조차 보호주의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때문에 한미자동차 재협상의 문제점은 협상을 다시 한다치더라도 미국을 만족시켜줄만한 똑 부러지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으며, 자칫 미국내 한국차 판매에 대한 보복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크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 한국은 8%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한 반면, 미국은 2.5% 관세를 3000cc 이하 중소형 차에 대해서는 즉시 철폐, 3000cc 이상 대형차에 대해서는 3년에 걸쳐 철폐,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는 10년에 걸쳐 철폐하는 것으로 타결된 한미FTA 협상내용의 개악이다. 요컨대 한국에 대해선 즉각적 관세 철폐를 요구하면서 자국의 관세 철폐 기간은 최대한 늦추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내 판매 한국차의 미국내 생산비중이 7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관세 인하 시기를 늦춘다 할지라도 치명적 타격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나, 미국이 이처럼 억지를 펴고 나선다면 한미FTA의 불공정성 논란이 다시 급부상하면서 한미FTA 무용론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가 이 대통령은 자동차 부문에 국한해 재협상을 할 용의가 있었음을 밝혔으나, 과연 미국이 재협상 대상을 자동차로 국한시킬지는 미지수다. 미국 의회는 자동차뿐 아니라 쇠고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등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시위에 크게 데인 정부는 쇠고기의 '쇠'자도 꺼내지 말라며 펄쩍 뛰고 있으나 미국의 압박은 다각적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지지율이 50% 밑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궁지에 몰리자 의회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처지여서 더욱 그러하다.
자동차 재협상은 한국내에서도 또 한차례 뜨거운 한미FTA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재협상은 없다"고 단언해왔다. 정부는 재협상을 재협상이 아닌 '추가협상'이라고 부르며 말바꾸기 논란에서 벗어나려 애쓸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에 일관되게 반대해온 진보진영에서는 자동차 재협상을 할 경우 쇠고기 등 각종 불평등 협상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아프간 재파병 등 미국 요구를 모두 들어줬건만, 한미정상회담에서 자동차 재협상이란 또하나의 족쇄만 찬 양상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