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한국경제 조로화, 잠재성장률 급락 위기"

삼성경제硏, "노후.고용.자녀.주거 등 4대 불안요인 해소해야"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의 후유증과 정책 대응 미숙으로 경제성장률이 20여년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며, 선진화를 달성하기도 전에 조로(早老) 현상으로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면서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만성적 내수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후.고용.자녀.주거 등 4대 불안 요인의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내수 부문과 수출간의 연결고리 단절”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16일 발표한 보고서 '한국경제 20년 재조정'에서 “지난 80년대 8% 안팎에 달했던 우리나라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2000년 이후 4.5%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며 "한국경제는 선진화를 달성하기도 전에 조로현상을 보이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우선 공급 부문의 문제점과 관련, "공급 부문에서 저출산.고령화.주5일제 등의 영향으로 연평균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1987~1997년의 1.6%에서 2000~2005년 0.6%로 급격히 낮아졌고, 신규투자 위축으로 연평균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도 같은 기간 5%에서 2.9%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수요 측면에서도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지난 87~96년의 8.9%포인트에서 2000~2005년 3.4%포인트까지 떨어졌다"며 "앞으로도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성장력 회복을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한국경제가 경제 시스템의 측면에서 제도적인 취약성으로 인해 경제주체의 역량이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경제현안의 진단과 처방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들이 대립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무엇보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과 수출간의 연결고리가 단절되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내수-수요 연결고리 차단을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는 전날 한국은행이 밝힌 무역흑자의 66%가 해외여행 및 유학 등 해외소비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결과와 일치하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97년 이후 한국경제가 투자와 수출간의 상관관계가 변질됐다"며 "특히 내수 부문의 부진으로 인해 수출에만 의존하는 성장이 이뤄지면서 경제성장률은 4%대로 하락하고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87-96년 당시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휴가를 맞아 해외여행객으로 북적대는 인천 국제공항. 수출과 내수간 연결고리 단절로 한국경제가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가격 거품과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 발목 잡아"

연구소는 이와 함께 기업의 경우 '경영의 보수화'가 진행되면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면서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성장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점과, 수요 측면에서 가계부채, 주택가격 거품 등 소비 불안 요인과 보수적인 경영에 따른 투자부진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점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연구소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라 제한적 노동력 증가와 연구.개발 투자 증가율 둔화가 향후 공급 여력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가계부채 및 주택가격 거품 등의 소비 불안요소와 외환위기 이후 보수적 경영 기조에 따른 투자 부진이 계속 내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공급 및 수요 요인의 개선이 없는 경우 2000~2005년 현재 5.1% 수준의 잠재성장률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단기 이익 중시하는 미-영 자본주의 약점 극복해야

연구소는 또 성장잠재력 약화의 또다른 원인을 단기이익을 중시하는 미-영 자본주의 도입에서 찾기도 했다.

연구소는 "외환위기 이후 영.미식 경제제도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 고유의 활력과 자신감을 상실, 경제 주체의 역량이 성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방과 시장지향, 기업중시 등 성장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구체적으로 "기업이 조직형태와 지배구조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개방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이밖에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총수요 확대 정책이 절실하며, 소비 진작을 위해 노후.고용.자녀.주거 등 4대 불안 요인 해소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앞서 최근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비정규직이 내수경제의 기반을 붕괴하면서 한국 내수경제에 만성적 불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구소는 "설비투자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5% 증가할 경우 잠재성장률이 6% 수준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추정하고 "금융의 중개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 기업의 고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홍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