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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헌재소장 내정으로 보-혁갈등 심화

야당.변협 반대로 대통령 인사권 시비 비화 가능성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차기 헌재 소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야당과 대한변협 등에서 반대의견이 잇따라 표명되고 있어 교육부총리 임명과 법무장관 내정을 둘러싼 파동에 이어 또한번 대통령의 인사권 시비로 비화될 측면도 없지 않다.

헌법에 따르면 헌재 소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중에서 임명하게 돼 있다. 국회의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야당의 반대가 클 경우 국회동의가 만만치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르면 16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노 대통령의 헌재 소장 내정은 이래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민주당,변협 내정 반대로 찬반 논란 가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 재판관의 헌재 소장 내정에 반대하는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찬성 입장으로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 등에서 전 재판관의 헌재 소장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가 노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로 일종의 코드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데다 기수를 중시하는 법조계의 특성상 경륜이 좀 부족하지 않느냐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주요 헌재 결정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내세우며, 소수의견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파급효과가 큰 헌법적 분쟁을 대상으로 하고 헌법을 최종적으로 유권해석하는 또 하나의 사법기관인 만큼 그 어느 법원보다도 연륜과 균형감각을 필요로 하며, 국민의 신뢰가 밑바탕 되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법무부장관, 검찰총장에 이어 헌법재판소장까지 자신의 동기들과 코드에 맞는 인사로 내정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협도 14일 "전 재판관의 헌재 소장 임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전 재판관은 지금까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의 결정에서 정치적 이념성이 편향돼 있음을 보여 주었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과 고시동기라는 연고도 있다"며, "전 재판관이 헌재소장에 임명될 경우 헌재의 결정들이 자칫 공정성을 의심받거나 정치적 분쟁을 야기해 국민 전체의 불신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대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선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으로 상징성이 적지 않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진보 성향의 이념성에 대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은 "전 재판관이 그동안 보여준 개혁성에 비춰 보았을 때 헌법재판소의 변화를 이끌 당사자라고 판단한다"며, "아울러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임명 또한 한국사회에 의미를 부여하는 결정으로 판단하여 이번 내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 소장 되면 사상 첫 여성 헌재소장 상징성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 재판관은 노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2003년 8월 서울고법 부장판사에서 재판관이 됐다.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몫으로 지명했다. 따라서 이번에 전 재판관이 소장이 되면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명할 재판관 몫은 한자리에서 두자리로 늘어나게 된다.

여성 최초의 헌재 재판관으로, 이번에 헌재 소장이 되면 사상 최초의 여성 헌재 소장이라는 상징성을 띄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윤영철 현 소장이 고시 사법과 11회인데 비해 무려 22기수나 아래로 내려가게 돼 너무 젊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이용훈 대법원장 보다도 18기수 아래로, 주선회, 이공현 재판관보다도 기수가 낮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3년간 헌재 재판관으로 있으면서 헌법재판업무를 익힌데다 헌재의 재판이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명의 합의제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소장도 재판관중 1명으로 똑같은 입장에서 재판관 평의에 참여하며, 법률의 위헌 결정 등 중요 결정에는 재판관 9명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해 조직 장악력이 중시되는 행정부처 장관을 임명하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전남 승주가 고향으로, 순천여고와 이화여대를 나왔다. 전 재판관이 헌재 소장이 되면, 헌재가 윤영철 소장에 이어 또한번 호남 출신 수장을 맞게 되는 것이다. 임채정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에 이어 헌재 소장도 호남이 차지한다는 출신지역 논란도 거론되고 있다.

사법시험 1년 선배인 이태운 의정부지법원장이 남편인 부부 법조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위헌, 수도이전 합헌 등 진보적 판결 성향 보여

주요 헌재 결정에 나타난 성향은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 정부가 관련된 여러 사건에서 정부측에 유리한 의견을 많이 냈다.

2004년 8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법조항인 병역법 88조1항1호의 합헌결정과 관련, 전 재판관은 김경일 재판관과 함께 대체복무제 도입을 제안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입영을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범위에서는 위헌임을 면치 못한다"고 위헌 반대의견을 냈다.

2004년 10월 위헌결정이 선고된 수도이전에 관한 헌법소원사건에선 재판관 9명중 유일하게 합헌 반대의견을 냈다. "서울이 수도라는 관행적 사실을 관습헌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재판관은 "헌법상 수도의 위치가 반드시 헌법제정권자나 헌법개정권자가 직접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침해 주장은 권리의 침해가능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 각하돼야 한다"고 했다.

2005년 11월 헌재가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의 위헌여부를 가려 달라는 헌법소원을 각하할 때도 그는 똑같은 의견이었다.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하면서도 이공현, 조대현 재판관과 함께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존재조차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설령 이를 인정하더라도 관습헌법을 변경하는데 반드시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별개의견을 냈다.

2004년 5월에 있은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기각결정땐 헌재가 주문만 공개하고, 누가, 몇명의 재판관이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재판관들의 구체적인 평의 내용을 밝히지 않아 전 재판관의 입장도 알려지지 않았다.
김진원 법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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