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벽 숨진 건설노동자 고 하중근씨의 부검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좌측 후두부 하방(귀 아래 부분)의 외부충격으로 인한 뇌출혈로 밝혀졌다.
또한 고인은 우측 후두부 상방(뒷머리 윗부분)에 일직선상으로 5cm 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고, 우측 갈비뼈 골절(4번, 5번)과 양측 팔 부위에 5백원짜리 동전 크기의 피멍이 들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적인 사인은 왼쪽 귀 밑 부상, 소화기 등 둥근 물체로 가격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포항지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 사망 사고원인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저녁 고 하중근씨를 부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숨진 하씨가 사망전 사고 당일 경북 포항 동국대병원에 실려와 응급처치를 받는 장면. ⓒ뷰스앤뉴스
전날 저녁 경북 포항 동국대병원에서 실시된 고인에 대한 부검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을 비롯해 진상조사단이 선정한 의사와 변호사,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관했다.
진상조사단측 의사로 부검에 참가한 김혁준 녹색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이 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망한 하중근 씨는 전체 뇌가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외압이 작용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부검으로 확인된 (하 씨의) 외관모습과 내부상태, 그리고 뇌전산화단층촬영상(두개골 CT촬영) 환자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뇌좌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관상 확인된 좌측 후두부 아랫부분(왼쪽 귀 아랫부분)에 가로 6cm, 세로 3cm 가량의 상처와 그 직하방(수직 아래로)에서 관찰된 피하출혈, 그리고 10cm 길이의 두개골 골절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외력이 작용한 부위”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왼쪽 귀 아랫부분에 가해진 충격으로 정반대편 부위에 뇌출혈이 발생했고 이것이 하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사인”이라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이밖에도 “숨진 하 씨의 우측 후두부 상방(뒷머리 윗부분)에 일직선으로 5cm 길이로 두피열상(머리가 찢어지거나 짓이겨질 때 나는 상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숨진 하 씨의 우측 팔 부위에도 5백원짜리 동전 크기의 상처가 있었고, 왼쪽 팔 부위에도 피하출혈과 근육간 출혈이 관찰됐다”고 김 과장은 설명했다.
김 과장의 부검 결과 설명을 정리하면, 숨진 하 씨는 당시 시위현장에서 ▲머리 뒷부분에 5cm 가량의 외상 ▲왼쪽 귀 아래 부분에 6x3cm 가량의 상처와 10cm 길이의 두개골 골절 ▲양 팔 상단 부분에 근육간 출혈이 발생할 정도의 심각한 피멍 ▲갈비뼈(2대) 부상 등의 상해를 입은 것이다.
김 과장은 이같은 부검 결과는 “함께 부검에 참석한 국과수 관계자들가 논의한 끝에 서로 합의한 객관적인 팩트(사실)라며 이같은 상처 부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문제이지, 숨진 하 씨가 입은 부상 정도는 사실 그 자체”라고 밝혔다.
숨진 하 씨의 부검에 참가한 김혁준 녹색병원 신경외과 과장. ⓒ뷰스앤뉴스
고인, 머리 2군데, 양 팔, 갈비뼈 등 총 5군데 걸쳐 부상
김 과장은 고인이 입은 이같은 부상에 대해 외과전문의로서의 추정을 더했다.
김 과장은 먼저 고인의 직접적 사인으로 밝혀진 왼쪽 귀 아래 부분에 난 상처에 대해서 “하 씨가 입은 해당 부위의 상처는 둥글고 무거운 물체, 예컨대 현장에서 경찰이 사용하던 소화기와 같은 물체에 의한 타격 등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특히 고인의 귀 아래부분에 난 상처는 추락이나 전도(넘어져 입는 부상)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과장은 “외과전문의로서 수많은 머리 부상 환자를 보왔지만 넘어져서 그같은 큰 상처를 입기는 힘들다”며 “특히 전도에 의한 머리 부상이라면 주로 뒷머리 위쪽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아주 특수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놓고 따져봐야 한다”고 단정을 피했다.
또 김 과장은 고인이 입은 머리 뒷부분에 일직선으로 난 상처에 대해서는 “일직선 모양으로 난 상처이기 때문에 경찰의 방패로 가격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추정했다. 특히 김 과장은 “당시 현장에서 경찰들이 방패의 고무패킹을 떼고 있는 장면의 사진과 방패로 노동자들을 가격하고 있는 현장 사진이 이에 대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같은 진상조사단의 부검 결과 분석은 다음 주로 예정된 국과수 부검결과 발표와 치열한 진실게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고인의 부검을 참관한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국과수는 지난 해 말 여의도 농민집회에서 사망한 고 전용철 씨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사인을 가격에 의한 것이 아닌, 전도, 즉 넘어져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의 발뺌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하씨의 직접적인 사인이 된 왼쪽 귀 아래부분의 상처에 대해 국과수가 넘어져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할지라도 하 씨가 입은 부상은 부검 결과 확인된 것만 최소한 5군데에 이른다”며 “넘어져 입은 상처라 하더라도 이는 현장에서 경찰들에게 숱하게 구타를 당하고 난 뒤, 그 충격으로 인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