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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라는 멋진 단어의 함정

<기고> 아직까진 미국과의 동맹이 남는 장사

역대 국방장관들이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장관직을 걸고 작전권 환수를 연기하라고 조언했다는 언론들의 보도를 보고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군의 작전권을 우리가 행사하겠다는데 저 사람들은 왜 저러지? 친미주의자들 아닌가?”

그분들은 결코 친미주의자이거나 반자주적 인사들이 아니다. 군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실용노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우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공대공미사일인 AIM-120암람 미사일은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에 의하면 전시기준으로 일주일 미만 분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유사시 일주일이 지나면 우리 공군은 적 전투기를 공격할 미사일이 없어 하늘을 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더 사지 않는가? 답은 비싸고 아깝기 때문이다. 한발에 약 40만달러 가량 하는 미사일을 1백40대의 KF-16전투기들이 하루에 최소 세 번 출격한다는 가정 하에 한 달 치를 비축해 놓으려면 2만5천2백발이 필요하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1백억8천만달러. 우리 돈으로 10조원인 것이다.

전쟁을 하는데 공대공미사일만 필요하겠는가. 공대지미사일, 지대지미사일, 함대함미사일 등의 각종 미사일, 한발에 200만원하는 전차 포탄에서부터 한발에 몇백원 하는 소총탄까지 셀 수도 없는 종류의 육군 소모품들. 이런 모든 소모성 비품을 전쟁 한달을 가정하고 비축하려면 계산조차 불가능할 정도이다.

까짓거 요즘 우리나라도 경제규모 꽤 되는데 사버리지?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소모품들은 오래되면 사용 할 수 없기 때문에 샀다가 전쟁 안 나면 그냥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천문학적 금액의 전시소모품을 우리군은 한미동맹의 명분아래 전적으로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상징성이 강한 작전권이라는 명분을 주고, 우리는 이런 이익을 취해오고 있는 것이다.

윤광웅 장관은 선배장관들의 우려에 "작전권을 환수해도 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며, 미군의 지원은 계속 있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가? 입장 바꿔놓고 명예도 명분도 다 뺐어놓고, 돈까지 달라고 한다면 누가 주겠는가? 우리는 미국에게 그런 자존심도 줄 수 없으면서, 미국은 왜 우리에게 그런 막대한 이익을 줘야 하는가?

냉전도 무너지고 미국의 동북아전략구도는 마치 6.25직전의 에치슨라인처럼 일본을 최후방어선으로 생각하는 듯이 변해가는 이 급박한 상황에, 우리만 ‘괜찮다. 그래도 미군은 우리 편이다’ 라고 하는 것이 맞는가?

외교는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다. 냉전시대에는 공산진형이 태평양으로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최일선에 서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냉전이 무너진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런 메리트를 상실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그래도 미국이...”라는 생각으로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해양국가이다. 전세계 모든 해군이 다 덤벼도 이길 수 있는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이런 미국이, 대(對)중국 관련 전략을 일본열도와 대만을 선으로 해서 방어적으로 바꾸는 순간, 한반도는 아무 가치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공세적 전략을 유지할 때만이 한반도는 대륙으로 진출할 지상군의 교두보로써 가치가 있다. 방어만 할 요량이면 한반도는 이런 수모 당하고도 도와줘야 할 가치가 그다지 없는 지역인 것이다.

너무 자존심만 세워서, 시대를 읽지 못하는 천추의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주”라는 멋진 단어에 너무 매료되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가려고 하지 말자.

이기적 외교는 그만하고 자존심 조금 죽여서 실리적 외교를 했으면 한다. 아직은 미국과의 동맹이 가장 남는 장사인 것이다.

필자 소개

신인균씨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시민단체인 ‘자주국방네트워크’(www.powercorea.com) 사무처장을 맡고 있으며, 그동안 '한-일 군사력 비교' '한-중 군사력 비교' 등 주목받는 글을 써온 민간 군사전문가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처장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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