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00만 달러를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하는 과정은 첩보작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하루 이틀 새에 신속하게 진행됐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2007년 6월말께 회사 직원 130여명을 동원해 사흘도 안걸려 원화 10억원을 미화 100만 달러로 환전했다. 100달러 짜리 100장씩 100묶음이었다.

환전에 끌어들인 직원의 수나 환전에 걸린 시간으로 미뤄보면 상당히 급하게 일처리가 진행된 셈이다.

박 회장이 이렇게 민첩하게 움직여 환전을 했다는 사실은 청와대 측의 요청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박 회장은 비서실장인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을 통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에게 돈가방을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정 사장은 곧 승용차를 이용해 청와대로 들어갔다.

정 사장은 이전부터 청와대 출입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 정 전 비서관을 만나 직접 1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건넸고 정 전 비서관은 돈가방을 근처에 있던 대통령 관저로 가져다 줬다.

여기까지는 박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돈을 건네받은 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박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의 해명이 엇갈리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돈을 받고 나서 바로 관저에 돈을 전했고 이는 권양숙 여사가 받을 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사과문에서 "미처 갚지 못한 빚이 있어 집에서 부탁해 받았다"고 밝힌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정 전 비서관이 관저에 돈을 전하기만 했는지 아니면 직접 권 여사를 만나 건넸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의 경우 빌려준 돈이 아니라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돈거래'의 명목이 서로 배치되고 있다.

박 회장은 권 여사를 위한 차용금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돈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박 회장에게 1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요청한 이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그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 손에 들어갔는지가 검찰이 밝혀야 할 핵심 쟁점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집에서 빌린 돈이고 제 진실과 검찰의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만 선을 긋고 있어서 `100만 달러'의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