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경제연 "한국 가용외환고 바닥 났다"
"외환시장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 중장기증권 매도한 것"
연구소는 2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가용 외환보유고 이미 바닥났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원-달러 환율이 폭등할 때마다 한국 정부는 2,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되풀이해서 말해오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의 외환보유고 2,000억 달러는 장부상 수치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투자한 외화증권자산의 매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설령 매각을 하더라도 이미 거액의 투자손실이 발생해 실제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보유외환 가운데 상당액은 이미 국내은행들의 외화차입 상환에 충당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한국은행이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외환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이같은 주장의 구체적 근거로 "2008년 4분기 한국의 미국 중장기 증권이 거액의 투자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한국의 외환사정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며 "즉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나 중장기 외화증권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그래서 대통령과 장관이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에 달러를 구걸하러 다니고 있으며 통화스왑 재연장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이 현재 한국의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이며 외신들이 경고하고 있는 근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글을 끝맺었다.
연구소 글은 게재한지 얼마 안 지난 오후 2시 현재, 3만여명이 접속하며 전폭적 공감을 표시하고 있어 정부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다음은 연구소의 글 전문.
가용 외환보유고 이미 바닥났다
최근 미국 다우지수는 7,100포인트 대까지 내려앉아 2002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일본경제 악화 등으로 장중 한때 7,100포인트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도 일본경제 악화로 달러당 97.8엔대까지 상승하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 주가지수 역시 2월 초 1,2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다시 1,000포인트대로 주저 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 주말 달러당 1,507원으로 마감하면서 다시 1,500원대로 치솟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지난달 유료 회원들에게 보내는 경제시평 자료를 통하여 미국 다우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가 7,000포인트 전후 수준까지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붕괴로 일본경제가 급격한 불황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80엔 대까지 치솟던 엔화도 95엔대 이상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었다. 약 1개월 만에 거의 모든 사태가 우리 연구소가 예상했던 결과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유로화권, 중국 등 세계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기악화는 매우 심각하여 경제위기를 넘어 제조업 기반이 붕괴 직전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들어 2월초 한국 주가급등 현상에 대해 주의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초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한국경제의 생산이 멈추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실제로 작년 4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연 환산 -22.4%로 나타나 그대로 입증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할 때마다 한국 정부는 2,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되풀이해서 말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경제 상황은 한가롭게 노닥거릴 상황이 아니다. 정말로 한국 정부가 2,000억 달러의 보유외환을 풀어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킬 자신이 있다면 한시라도 지체하지 말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외환보유고 2,000억 달러는 장부상 수치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한 외화증권자산의 매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설령 매각을 하더라도 이미 거액의 투자손실이 발생해 실제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보유외환 가운데 상당액은 이미 국내은행들의 외화차입 상환에 충당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한국은행이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외환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 조기 상환을 포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작년 연말에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외화 구걸외교를 하러 다녔던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가 바닥이 났다는 사실은 작년 4분기부터 한국의 미국 장기증권 순매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2008년 하반기에 미국채와 공채, 회사채 등 247억달러 상당의 미국 장기증권을 순매도했다. 이것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폭등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정부가 다급하게 장기 외화증권을 계속 순매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팔면 팔수록 대규모 투자손실도 같이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보수적인 자금관리 방식을 생각해보면 한국정부의 가용 외환보유고가 바닥났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수적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개인의 경우 먼저 당장에 써야 할 돈은 보통예금 통장에 넣어둔다. 그리고 몇 개월 안에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목돈이 필요한 때에 맞추어 약간의 이자가 붙는 예금에 넣어둔다. 마지막에 남는 돈은 장기 저축예금이나 국채, 보험, 개인연금 등에 넣거나 잃어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의 금액을 주식이나 회사채 등 고수익 위험자산 등 중장기 자산에 투자한다.
이제 역으로 이 사람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긴급상황이 발생하여 돈이 필요하여 자신의 돈을 찾아 쓰는 순서를 생각해보자. 먼저 보통예금에 있는 현금을 모두 사용한다. 그것으로 모자랄 경우 나중에 다시 채워 넣기로 하고 목돈을 빼서 쓰게 된다. 마지막으로 목돈으로도 모자랄 경우 중장기 투자자산을 매각하여 쓰게 된다.
한국은행(한국투자공사 포함)의 외환보유고 운용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외화유동성(보통예금), 만기 1년 미만의 미국채와 같은 단기외화자산(목돈), 만기 1년 이상의 미국채나 주식, 회사채 등 중장기 외화자산(고수익 위험자산)의 형태로 보유외환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은행권의 단기외채 상환압박 문제와 같이 긴급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당장에 시중은행의 단기외채 상환 불능사태를 막기 위해 달러 유동성을 시중은행들에게 풀어주게 된다. 그 경우 한국은행 장부상에는 시중은행 외화대출 자산으로 기재되지만 달러는 시중은행을 통해 단기외화 차입 상환으로 해외로 빠져 나가게 된다. 다음에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화유동성으로도 부족하게 되면 한국은행은 1년 만기 미만의 단기외화자산을 매각하여 부족한 달러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으로도 부족하게 되면 중장기 외화자산을 매각하여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지난 주 <경제시평>에서 2008년 4분기 한국의 미국 중장기 증권이 거액의 투자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한국의 외환사정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즉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나 중장기 외화증권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장부상에는 시중은행 외화대출금이라는 형태로 외화자산이 있지만 이것은 달러현금이 아닌 허수에 불과하다. 이미 달러는 시중은행을 통해 해외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과 장관이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에 달러를 구걸하러 다니고 있으며 통화스왑 재연장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한국의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이며 외신들이 경고하고 있는 근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주가나 환율은 그때그때의 시황에 따라 언제나 등락을 하게 마련으로 한두 번 주가나 환율을 맞췄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구조와 제도, 시장의 속성 그리고 정책결정 과정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며,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가 어디서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는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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