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홍준표, 친이계 "홍준표 물러나라"
친이계, 박근혜도 공개 비판해 계파갈등 재연 조짐도
친이계 "홍준표 물러나라"
'함께 내일로'의 심재철, 최병국 의원, '국민통합포럼'의 안상수 의원, '위기관리포럼'의 공성진 의원, 비례대표의원 대표 원희목 의원, 여성대표 김금래 의원 등 당내 6∼7개 친이성향의 의원연구모임 대표들은 이날 오전 연석회의를 열고 "현 지도부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며 홍준표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키로 합의했다. 이들은 이 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 원내대표의 퇴진을 공식 요구키로 했다.
현경병 의원은 이 날 기자회견 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를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며 "비단 홍준표 개인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자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 전체의 쇄신이 필요하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인 당내 인적쇄신도 필요하다"면서도 "쇄신론이 박희태 대표에게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해, 홍 원내대표를 정조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또다른 친이계 핵심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당을 싹 갈아야 한다"며 "홍준표 개인만의 문제로 덮고 넘어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당 전반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내 의원모임 대표들은 '한나라당 의원모임 대표자 연석회의'(당의모)를 이 날부터 내주까지 수시로 열어 당 대개혁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4일 당 지도부와 전국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예정돼 있어 홍 원내대표 거취를 둘러싼 일대 충돌이 예상된다.
차명진, 대변인직 사퇴하며 홍준표 사퇴 압박
'함께 내일로' 멤버인 차명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저라도 책임을 지겠다. 대변인직을 사임하겠다"며 홍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지도부는 일찍부터 법안전쟁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말뿐이었고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민주당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의사당 점거에 속수무책이었다"고 원내대표단을 질타했다. 그는 "지도부는 무릎을 꿇었다. 불법을 향해 타협의 손을 내밀었다"며 "폭력소수의 결재가 있어야만 법안을 통과하겠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다"고 거듭 홍 원내대표를 힐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당내에서조차 좋게 합의하면 될 것을 왜 싸우냐며 맥 빠지는 훈수가 나왔다"며 사실상 박근혜 전대표를 비판, 친박계의 반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친이핵심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울고싶은 데 뺨 때린 격"이라며 "홍준표도 문제지만 당 내부가 도저히 이대로 그냥 놔두고 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박 전 대표를 원색 힐난하기도 했다.
공성진 "홍준표뿐 아니라 박희태 등 지도부 모두 책임져야"
앞서 박근혜 전대표 발언으로 쟁점법안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지난 5일 저녁,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CBS '고성국의 시사자키'와 인터뷰에서 홍 원내대표를 겨냥, "정치인은 말보단 행동이고, 행동보다는 그 결과 아니겠냐. 결과에 책임지는 게 지도부의 자세, 정치인의 자세가 돼야 한다"며 "지난 한나라당의 역사를 되돌아보더라도 우리가 야당일 때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원내대표가 대표단과 함께 책임을 졌다"며 홍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했었다.
그는 더 나아가 "홍준표 원내대표뿐 아니라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우리 최고위원들도 다 일말의 사태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통감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 전체가 동반퇴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홍준표도 내심 강경 친이계에 불만
친이계의 퇴진 요구에 홍 원내대표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홍 원내대표는 앞서 퇴진론이 나올 때마다 "임시국회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말 민주당과 잠정합의했던 '12.31 가합의'를 강경 친이계가 부결시켰으나 극한 진통끝에 결국 '12.31 가합의'대로 결론이 난 것과 관련, 강경파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퇴진을 둘러싸고 향후 적잖은 내홍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때도 연말 임시국회에서 국보법 등 4대 법 통과에 실패한 뒤 천정배 당시 열린당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전례도 있어, 홍 원내대표가 이번 사퇴 요구에서 빗겨나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한나라당 안팎의 지배적 관측이다. 때문에 정가에서는 "임시국회는 원내대표의 무덤"이란 이야기도 나돈다.
이와 함께 친이계 일각에서는 박희태 대표도 원외인 까닭에 당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만큼 차제에 사퇴한 뒤, 재보선 등을 통해 다시 원내로 들어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박 대표의 거취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차명진 대변인이 사퇴하면서 박근혜 전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 계파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친이계는 박 전대표 발언이 쟁점법안 처리를 무력화시킨 결정적 타격으로 분석하며, 앞으로 쟁점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당내 헤게모니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홍 원내대표가 사퇴를 하더라도 그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구상중인 개각 등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홍 원내대표는 그동안 입각을 희망해 왔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