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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마디에 '친이-친박' 양분

이상득 "방송법, 2월중 처리돼야" vs 허태열 "의견수렴 부족"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5일 한나라당 매파의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제동을 걸면서 순식간에 친이-친박 의원들의 의견이 완전히 두토막났다.

박 전대표가 이 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작심 발언을 하자, 당 지도부는 즉각 그 이후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날 평소와 달리 이례적으로 1시간 30여분간에 걸쳐 장시간 진행됐다.

회의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온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쟁점법안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까 다 얘기했다"며 "여야간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며 '대화 중시'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이 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일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 친이 핵심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전 부의장은 이 날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통과시키려는 쟁점법안의 당위성을 일일이 설명한 뒤, "미디어법, FTA비준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2월에 처리해야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의장은 그러면서도 "현재 우리가 추진하려는 법들 상당부분은 야당과 서로 조정이 가능하다"며 "그러기때문에 야당과의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문을 열어나가야 한다"며 민주당과 대화 재개를 주문했다.

이명박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 발언에 대해 "쟁점법안 자체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처리과정에서의 문제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며 "쟁점법안 내용은 이미 우리가 1년전부터 대선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내용"이라고 정면 일축했다. 그는 "4년전 열린우리당의 법안 강행처리는 국보법 폐지 등 하나같이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이념법안들이었지만, 지금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법안들은 서민경제를 살리는 경제관련 법안"이라며 "그런 점에서 그 때 상황과 지금 상황은 차이가 있다"며 박 전대표 발언에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박 허태열 최고위원은 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쟁점법안 중에 국회에 제출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민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못한 법들이 있다"며 "방송법도 12월 중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고, 금산법도 그렇고 다 정부입법도 아닌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상임위 논의 과정도 없었고 국민의 의견 수렴 과정도 부족했다"며 "(국회의장도) 직권상정을 안하다고 했으니까 시간을 갖고 여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박 전대표의 대화 주문에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우리가 경제살리기를 하고자하는 법안들이 국민들께 보다 더 구체적이고 상세히 알리는 노력과 시간이 부족했다"며 "이 점을 당장이라도 시작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홍보부족을 비판하는 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방송법 내용을 설명하자 몇몇 중진의원들은 "법안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면 어떡하냐"는 질책도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대표의 매머드 융단폭격에 한나라당이 완전 공황 상태에 빠져든 양상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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