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틀전인 지난해 12월 17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외교부 등의 무조건적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주장에 대해 농림부가 "정치적 합의를 통한 미국측 요구를 수용할 경우에는 국내적으로 국민 건강과 식품안전을 무시하고 검역주권을 포기한 결정이라는 비난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쇠고기 파동의 주역이 외교부 등 통상관료가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한 셈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농림부로부터 지난 2007년 12월 17일 실시된 관계부처 장관회의 문건을 제출받아 이를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김기현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도 강 원내대표와 같은 날 제출받은 자료지만, 김 위원장은 강 원내대표에 1시간여 앞선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를 안했다"는 정반대 주장을 폈었다

강 원내대표가 이 날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당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관료들은 3단계 수입론 등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을 강하게 주장했다. 문건은 "통상교섭본부장이 3단계 해결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 ▲1단계, 30개월 연령제한 유지 / 나머지는 OIE 기준 준수 ▲2단계, 미측의 강화된 사료금지조치 공표시점에서 살코기의 연령 제한 해제 ▲3단계, 미측의 강화 사료금지조치 이행시점에서 OIE 기준 완전 준수"라고 적시돼 있었다.

농림부는 이에 "미국측이 쇠고기 문제를 한미 FTA의 미의회 비준과 연계하여 정치적인 해결을 시도하고 있음, 우리측이 현 부시 행정부 동안에 한미 FTA 미의회 비준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기술협의 차원을 벗어나 정치적인 타결이 불가피하다"는 상황을 분석했다.

농림부는 그러나 이어 "이러한 여건에서는 우리측의 수입위험분석 결과 등을 활용한 대안 마련에 한계가 있다"며 "정치적 합의를 통한 미국측 요구를 수용할 경우에는 국내적으로 한미 FTA 비준을 위해서 국민 건강과 식품안전을 무시하고 검역주권을 포기한 결정이라는 비난이 우려된다"며 국민적 저항을 경고했다. 농림부는 또 "그간 과학적인 근거와 수입위험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OIE 기준보다 강화된 조건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었음에도 이러한 입장이 후퇴한 것에 대한 대국민 설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농림부는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한미 FTA 미의회 비준을 위해서 정치적인 판단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국내 반대 여론 및 향후 다른 국가들과의 쇠고기 협상 등을 감안하여 우리의 입장(3단계)을 관철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일본-대만 등 다른 국가들의 협상 추이에 따른 결정을 권고했다.

농림부는 결론적으로 ▲(통상교섭본부장의) 3단계 방안 유지 ▲미국측 제안 일부 수용 ▲미국측의 사료금지조치 공표시 수입위생조건 합의 등 3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농림부는 그러나 '검토의견'으로 "상기 대안을 한.미 FTA 미국내 비준 및 미.일간 수입위생조건 합의 결과와 연계하여 미국측에 제시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농림부는 또 "내년(2008년) 7월말까지 한.미 FTA의 미의회 비준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측이 OIE 기준을 완전히 수용한 후일 경우에는 수입위생조건을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입금지하는 내용으로 재개정하고 ▲OIE 기준을 수용하기 전일 경우에도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제한하는 내용으로 수입위생조건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미FTA 비준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미국과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인 것.

강 원내대표는 농림부 검토 문건을 공개한 뒤, "경제통상관료들이 검역당국의 주장을 묵살하고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같은 문건을 노 전대통령의 30개월이상 쇠고기 수입으로 해석한 김기현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있는 한나라당의 작태를 규탄하며, 작금의 한미 쇠고기 굴욕협상을 가져온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결정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 즉각 나서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