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3일 한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한 데 대해 "실망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해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정부로서 재협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사실상 한국 정부의 재협상을 요구를 일축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4월에 이뤄진 한미간 쇠고기 협상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잘 이뤄졌다"며 "안전문제를 제기하려면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재협상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소는 1997년 이래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국제수역기구(OIE)에 의해 안전한 것으로 확인받았다"며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한국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유명환 장관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우려를 전했다고 소개한 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작년에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도 안전하다고 했는데 (유 장관이 그렇게 말해) 좀 놀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과학과 사실에 대해 좀 더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한국 국민들에 대한 비판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 최장 120일간 월령을 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중요한 조치"라고 말해, 이 이상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반응은 청와대의 "우리가 이런 결정을 내리더라도 미국이 그 정도는 수용하리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라는 희망을 일축한 것이어서, 정부여당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우리의 재협상 요구를 일축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30개월 이상된 미국 쇠고기 수입을 막는 길은 무역 마찰을 감수하는 길밖에 없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간 회동은 이날 오전 고위 당정청협의에서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 수입 중단을 유 장관이 미국측에 요청키로 결정함에 따라 성사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