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 전리품' HSBC를 아시나요
<분석> 외환은행 인수 초읽기, 그 가공스런 경쟁력
HSBC은행이 3일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 국내 은행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HSBC은행은 세계 3위의 거대 은행이다. 7월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측면에서 HSBC를 앞서는 은행은 중국의 공상은행과 미국의 씨티그룹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긴장하는 것은 HSBC의 덩치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HSBC은행이 세계최강의 소비자 금융기관이라는 데 있다. 국내은행들은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했을 때보다 더 긴장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씨티은행이 부유층과 중상류층 고객을 주타깃으로 하고 있는 반면, HSBC는 이들뿐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까지도 고객으로 삼아 개인대출, 모기지론(주택대출), 카드 등의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편전쟁의 전리품, 홍콩상하이은행
HSBC의 역사는 서방 열강의 아시아 침략사와 궤를 같이 한다. HSBC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은행이다. 그러나 희안하게 HSBC의 이름은 홍콩상하이은행이다. 왜 중국도시 이름을 따 은행이름을 지었을까. HSBC는 영국이 19세기 중반 중국을 침략해 이긴 아편전쟁의 전리품이기 때문이다.
HSBC는 1, 2차 아편전쟁에서 영국이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99년간 빼았은 지 얼마 뒤인 1865년 3월,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영국상인들이 주축이 돼 홍콩에 문을 열었다. 초기의 주타깃은 서방 열강의 지배하에 들어온 홍콩과 상하이. 은행이름에 홍콩, 상하이가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로부터 1백40여년간 지난 지금 HSBC는 아시아에서 긁어모은 부를 토대로 유럽.아시아 태평양 지역.미주.중동.아프리카 등 전세계 83개국의 1만여개 지점.사무소에서 31만명이 근무하는 세계최강의 소비자금융기관이 됐다. 지난해말 총자산 규모만 1조8천6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HSBC의 경이로운 소비자금융 경쟁력
HSBC는 소비자금융과 귀족마케팅, 두 분야 모두 놀라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선 소비자금융부터 살펴보자. 앞서 밝혔듯 HSBC의 뿌리는 홍콩이다. HSBC는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홍콩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당연히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금융보다 개인을 상대하는 소매금융에 남다른 강점을 갖게 됐다. 특히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부동산거래가 발달한 지역이다. HSBC는 따라서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론 등 우리나라 은행들의 주수입원인 주택금융 부문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홍콩은 세계적인 쇼핑, 관광천국. 때문에 HSBC는 일찌감치 카드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그 결과 현재 HSBC가 전세계에 깔아놓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숫자만 50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HSBC 고객들은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카드 한장으로 24시간 언제든지 자신의 계좌에서 현지통화를 인출할 수 있다. 글로벌화와는 담을 쌓은 국내은행들은 따라가고 싶어도 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이다.
HSBC는 소비자금융의 선두 고수를 위해 해마다 30억달러 이상을 인터넷,PC뱅킹, 텔레뱅킹(유선,무선)에 투자하고 있다.
돈 많은 부자들을 상대로 한 귀족마케팅(PB)은 어떠한가. 1999년 HSBC가 서울은행 인수를 추진했을 때 주택은행(국민은행의 전신) 임원의 고백을 들어보자.
이 임원이 고객을 가장하고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HSBC 지점을 찾아가봤다. 벤치마킹 차원에서였다.
지점에 들어서니 인테리어부터 격이 달랐다. 마치 고급호텔이나 화랑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고풍스런 느낌의 최고급 자재들로 인테리어가 돼 있었고 곳곳에 격조높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손님도 많지 않았다.
그가 들어서니 30대 여성이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왔다. 지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커리어우먼이었다. "이 동네 사는 사람인데 내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조언을 듣고 싶어왔다"고 하니 커피를 대접하며 전문상담을 해주었다. 최고 수준의 프라이빗뱅커였다. 좋은 말씀 들었다며 나오려 하니 자신의 명함을 주며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했다.
나오면서 "인테리어가 참 좋다"고 인사말을 했더니 "우리 은행은 런던 본사 지시에 따라 인테리어를 하는데, 여기 수준은 C급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으로 서울은행을 인수하면 B급, A급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임원은 기가 완전히 죽었다.
국내은행들, 이젠 HSBC와 경쟁할 준비돼 있나
언론계에서 흔히 하는 HSBC 비판은 "국내은행들을 인수하는 척하며 내부 기밀자료만 본 뒤 인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HSBC는 1998년 제일은행, 1999년 서울은행, 2003년 한미은행, 2005년 제일은행 등 국내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4차례나 뛰어든 바 있다. 이번 외환은행 인수가 다섯번째 도전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속사정을 잘 모르는 비판이다. HSBC의 국내은행 인수 좌절은 정부당국과 국내은행들의 합작품이다. 정부당국과 국내은행들은 HSBC의 국내은행 인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1999년 서울은행 인수 좌절만 해도 HSBC는 "서울은행 지분의 70%를 7억달러에 인수하고 정부가 신속히 지분을 넘겨주면 2억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당시로선 최상의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불과 두달전 은행도 아닌 펀드 뉴브리지캐피탈에 제일은행을 헐값 매각했던 금융당국은 HSBC의 서울은행 인수를 불허했다.
당시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던 이헌재 금감위원장에게 국내은행장들의 "HSBC가 들어오면 외환위기에 허약해질 허약해진 시중은행들이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읍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만큼 당시 HSBC는 국내은행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근 10년이 지난 지금, HSBC는 다시 국내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HSBC가 론스타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나 아직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론스타로의 헐값 매각이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HSBC가 반쯤 문턱을 넘었다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 평가다.
과연 지금 우리 은행들은 "까짓것 HSBC 덤벼라"라고 호언할 자신이 있는가. 은행들 스스로 냉정히 자문해볼 일이다.
HSBC은행은 세계 3위의 거대 은행이다. 7월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측면에서 HSBC를 앞서는 은행은 중국의 공상은행과 미국의 씨티그룹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긴장하는 것은 HSBC의 덩치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HSBC은행이 세계최강의 소비자 금융기관이라는 데 있다. 국내은행들은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했을 때보다 더 긴장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씨티은행이 부유층과 중상류층 고객을 주타깃으로 하고 있는 반면, HSBC는 이들뿐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까지도 고객으로 삼아 개인대출, 모기지론(주택대출), 카드 등의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편전쟁의 전리품, 홍콩상하이은행
HSBC의 역사는 서방 열강의 아시아 침략사와 궤를 같이 한다. HSBC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은행이다. 그러나 희안하게 HSBC의 이름은 홍콩상하이은행이다. 왜 중국도시 이름을 따 은행이름을 지었을까. HSBC는 영국이 19세기 중반 중국을 침략해 이긴 아편전쟁의 전리품이기 때문이다.
HSBC는 1, 2차 아편전쟁에서 영국이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99년간 빼았은 지 얼마 뒤인 1865년 3월,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영국상인들이 주축이 돼 홍콩에 문을 열었다. 초기의 주타깃은 서방 열강의 지배하에 들어온 홍콩과 상하이. 은행이름에 홍콩, 상하이가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로부터 1백40여년간 지난 지금 HSBC는 아시아에서 긁어모은 부를 토대로 유럽.아시아 태평양 지역.미주.중동.아프리카 등 전세계 83개국의 1만여개 지점.사무소에서 31만명이 근무하는 세계최강의 소비자금융기관이 됐다. 지난해말 총자산 규모만 1조8천6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HSBC의 경이로운 소비자금융 경쟁력
HSBC는 소비자금융과 귀족마케팅, 두 분야 모두 놀라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선 소비자금융부터 살펴보자. 앞서 밝혔듯 HSBC의 뿌리는 홍콩이다. HSBC는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홍콩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당연히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금융보다 개인을 상대하는 소매금융에 남다른 강점을 갖게 됐다. 특히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부동산거래가 발달한 지역이다. HSBC는 따라서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론 등 우리나라 은행들의 주수입원인 주택금융 부문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홍콩은 세계적인 쇼핑, 관광천국. 때문에 HSBC는 일찌감치 카드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그 결과 현재 HSBC가 전세계에 깔아놓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숫자만 50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HSBC 고객들은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카드 한장으로 24시간 언제든지 자신의 계좌에서 현지통화를 인출할 수 있다. 글로벌화와는 담을 쌓은 국내은행들은 따라가고 싶어도 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이다.
HSBC는 소비자금융의 선두 고수를 위해 해마다 30억달러 이상을 인터넷,PC뱅킹, 텔레뱅킹(유선,무선)에 투자하고 있다.
돈 많은 부자들을 상대로 한 귀족마케팅(PB)은 어떠한가. 1999년 HSBC가 서울은행 인수를 추진했을 때 주택은행(국민은행의 전신) 임원의 고백을 들어보자.
이 임원이 고객을 가장하고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HSBC 지점을 찾아가봤다. 벤치마킹 차원에서였다.
지점에 들어서니 인테리어부터 격이 달랐다. 마치 고급호텔이나 화랑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고풍스런 느낌의 최고급 자재들로 인테리어가 돼 있었고 곳곳에 격조높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손님도 많지 않았다.
그가 들어서니 30대 여성이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왔다. 지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커리어우먼이었다. "이 동네 사는 사람인데 내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조언을 듣고 싶어왔다"고 하니 커피를 대접하며 전문상담을 해주었다. 최고 수준의 프라이빗뱅커였다. 좋은 말씀 들었다며 나오려 하니 자신의 명함을 주며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했다.
나오면서 "인테리어가 참 좋다"고 인사말을 했더니 "우리 은행은 런던 본사 지시에 따라 인테리어를 하는데, 여기 수준은 C급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으로 서울은행을 인수하면 B급, A급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임원은 기가 완전히 죽었다.
국내은행들, 이젠 HSBC와 경쟁할 준비돼 있나
언론계에서 흔히 하는 HSBC 비판은 "국내은행들을 인수하는 척하며 내부 기밀자료만 본 뒤 인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HSBC는 1998년 제일은행, 1999년 서울은행, 2003년 한미은행, 2005년 제일은행 등 국내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4차례나 뛰어든 바 있다. 이번 외환은행 인수가 다섯번째 도전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속사정을 잘 모르는 비판이다. HSBC의 국내은행 인수 좌절은 정부당국과 국내은행들의 합작품이다. 정부당국과 국내은행들은 HSBC의 국내은행 인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1999년 서울은행 인수 좌절만 해도 HSBC는 "서울은행 지분의 70%를 7억달러에 인수하고 정부가 신속히 지분을 넘겨주면 2억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당시로선 최상의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불과 두달전 은행도 아닌 펀드 뉴브리지캐피탈에 제일은행을 헐값 매각했던 금융당국은 HSBC의 서울은행 인수를 불허했다.
당시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던 이헌재 금감위원장에게 국내은행장들의 "HSBC가 들어오면 외환위기에 허약해질 허약해진 시중은행들이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읍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만큼 당시 HSBC는 국내은행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근 10년이 지난 지금, HSBC는 다시 국내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HSBC가 론스타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나 아직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론스타로의 헐값 매각이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HSBC가 반쯤 문턱을 넘었다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 평가다.
과연 지금 우리 은행들은 "까짓것 HSBC 덤벼라"라고 호언할 자신이 있는가. 은행들 스스로 냉정히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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