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호 "아직도 민주당을 민주로 착각하는 건 '87체제' 착시"
"87체제는 역사적 소명 다했다"
한석호 총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 '나는 이제 진보 외투를 벗는다'를 통해 "이른바 ‘87체제’는 탄핵 촛불과 문재인 정부를 끝으로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87체제’를 규정한 핵심 특징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였다.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의 전신은 반민주의 상징이었고, 진보를 대표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의 상징이었다. 그랬던 두 세력의 상징성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달은 이미 서쪽으로 이동했는데, 월출의 강렬한 기억에서 멈춰 버린 손가락이 아직도 동쪽을 가리키며 손가락에 때가 끼고 굳어 버린 것일 따름"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진보 진영의 사회적 대표성은 민주당에 있다. 인물의 대표성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조국에게 있다"며 "민주당은 도덕성마저 상실했고 조국은 내로남불의 상징이다. 진보 이미지는 오염될 대로 오염돼 버렸다. 그 상황을 타개하려면 진보진영 내에서 진보의 가치를 다시 세우려고 성찰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전히 일각의 진보 정치인·지식인·언론인 등은 그들을 옹호하고, 다수는 침묵하고 알리바이 면피성 대응에서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를 통한 출세의 미련, 얽히고설킨 관계, 민주당과 조국은 진정한 진보가 아니기에 상황을 무시해도 된다는 비사회적 인식, 국민의힘이 더 큰 적이라는 ‘87체제’의 잔영 따위가 작동해서 나타나는 서글픈 상황"이라며 "그 상황에서 소수가 몸부림치며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역부족이고, 되레 외톨이가 되거나 미친놈 취급받는 형국"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보수는 사회적 위법 상황이 발생하면 꼬리라도 신속하게 자르는데, 진보는 옹호하거나 뭉개는 대응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최근의 돈봉투 살포 파문을 지목하면서 "진보 스스로 자신을 사회적 염치조차 상실한 집단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평등 가치를 실현하기는커녕 불평등에 안주하거나 심화하는 데 일조하는 그런 진보, 진영논리로 대통령 부인을 조롱하며 여성 인권을 훼손하는 그런 진보, 주장만 선명하고 삶은 자본에 철저하게 포섭된 그런 진보, 반국민의힘 전선이 진보의 모든 것인 양 사고하고 행동하며 진보의 가치를 훼손하는 그런 진보, 고작해야 ‘조중동’ 인터뷰 안 하는 것을 원칙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진보, 더는 그런 진보 외투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진보 외투를 벗는 까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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