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에 대해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하면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를 기다린 다음에 갈지 말지를 봐야 하지 않느냐"고 비유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연중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중 1명은 현 금리 수준인 3.5%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고, 5명은 당분간 3.75%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도 "물가 경로가 장기목표인 2%(상승률)로 가는 게 자료로 확인되면 그때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그 이전에는 시기상조다. 몇 개월 사이 변화가 나타날 그런 여건은 아닌 것 같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금리 동결로 향후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변동환율제 하에서 특정 적정수준은 없다"면서 "기계적으로 몇%포인트면 위험하거나 바람직하다는 것은 없다.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변동요인이 될 수 있으니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대를 돌파한 것과 관련해선 "환율이 물가 경로에 주는 영향은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면서도 "1,300원이나 1,400원 등 특정 수준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특정 수준을 타겟(목표)하기보다 이번 불확실성 속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금융시장 안정과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시장 개입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