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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두토막 위기', 노동절 2백만 반이민법 시위

정치권 대립 여전, 조속한 해결책 요구 주장도

반(反)이민법을 반대하는 시위와 집회가 1일 (현지시간) 노동절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이어졌다. 참가자만 2백만명이 넘었다.

그러나 개정 이민법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려 의회통과가 지연되고 있고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민법안의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면서도 적극적인 개입은 유보하고 있어 당분간 이민법을 둘러싼 논란과 지속될 전망이다.

노동절 맞아 '이민자 없는 날' 대규모 시위 열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미국 경제에서 이민자들의 영향력을 강조하기 위해 이날을 '이민자 없는 날'로 선포하고 파업과 휴업,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해 많은 농장과, 공장, 시장, 식당들의 생산과 영업활동이 차질을 빚었다.

노동절을 맞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 이번 시위는 그러나 최근 이민자들의 시위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이민자단체를 적극 옹호해오던 가톨릭과 남미출신 정치인들이 파업의 수위를 낮춰 정상근무후 시위와 집회에 참가할 것을 당부해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남미계 노동자와 불법노동자가 중심이 된 이번 집회에서 시위대는 이번 이민법이 이민자와 불법 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려 하는 데 반대하는 동시에, 미 의회에 불법체류자의 합법화와 이민문호 확대를 위한 입법을 요구했다.

전국 규모의 반이민법 시위

이날 콜로라도 주(州) 댄버에서 시위에 참가했던 멜라니 루고는 "불법이건 합법이건 우리는 미국의 근간"이라며 "우리가 미국인들인 필요한 만큼 미국인들도 우리가 필요하다"고 밝혀 미국이 이민자와 불법체류자의 중요성을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에서는 경찰 추산 40만 명의 시위대가 시내 중심가에 모여들었고 캘리포니아와 뉴욕에도 수십만 명의 군중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州)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규모 가두시위에 1백만 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경찰은 집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시위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페인어로 된 미국 국가를 부기도 했으며 시카고에서는 아일랜드와 폴란드 출신의 이민자들이 점심시간동안 남미계 출신 불법노동자들과 함께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텍사스 주(州) 피닉스에서는 시위대들이 불법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대규모 상점 앞에서 인간 띠를 만들어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한편 멕시코의 티주아나 시(市)에서는 샌디에이고로 가는 국경 고속도로의 통행을 차량을 통해 방해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에 참가 시위대들은 곳곳에서 "오늘은 행진하지만 내일은 투표한다", "그래, 될 수 있다", "난 불법이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 등의 구호를 외치고 문구가 인쇄된 옷을 입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 여파 산업별 지역별 차이

이번 시위에서 태업과 파업을 예고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됐지만 불법 노동자의 취업 비율에 따라 시위의 영향은 달라졌다.

세계 최대 육류생산 업체인 타이슨 사(社)는 1백여 개 공장 중 십여 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페루 출신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아이오와와 네브래스카 소재 14개 양계 공장 중 8개가 이날 생산을 중단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이날 하루 식당과 물류를 담당하는 수많은 트럭들이 파업에 참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패션거리를 포함, 평균적으로 3개중 1개의 영업장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에서는 건설업과 화훼 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 지역의 건설업 연합회 이사를 맡고 있는 빌 스팬은 "월요일 절반이 넘는 노동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며 건설 활동이 거의 마비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지아 주(州) 남부의 비달리아 지역에서 175명의 노동자를 고용 5백 에이커 규모에서 양파농장을 하고 있는 마이크 콜린스 사(社)는 수확작업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 농장 관리인은 "채워야할 주문이 있다"며 "지금 같은 수확 철에 하루하루는 중요하다"고 말해 이번 시위에도 생산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노력했음을 시사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민 노동자들의 파업이 미 경제에 불편을 끼치는 수준이었지만 이들이 없을 경우 상품생산의 비용증가는 물론 일부 산업은 생상 활동 자체가 마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다.

이민법 관련 정치권의 대립 계속

이번 반 이민법 시위에 대해 백악관은 비교적 차분한 입장을 보였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시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자신의 관점을 표현할 자유는 있지만 대통령은 그보단 개정 법안이 상원을 통과해 법안으로서 효력을 갖길 원한다"며 시위를 중지하고 법적인 절차에 따라 문제 해결을 도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불법노동자와 이민자가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여론이 양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민자들의 불매운동이 "모두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며 자제를 당부한 반면, 민주당 소속의 캘리포니아 주(州) 상원 의원들은 파업지지 결의안을 냈고 이민법 개정을 요구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이번과 같은 이민자들의 시위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며 그 여파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지역 신문은 전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도 이민법 반대 시위에 대해 성명을 내고 "미국과  멕시코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이민 개혁 법안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며 남미 출신 이민자들의 신중한 행동을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이민법안 문제가 앞으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며 이민자들이 거대한 정치 집단화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수준에서 더 이상 '합법적인 저렴한 노동력'을 찾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이민법이 미국을 경찰국가로 만들려한다"며 공화당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불법이민자들을 단순히 '값싼 노동력'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 강경 공화당의원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불법 노동자들을 그들의 본국으로 추방해야하다고 주장해 노동력의 많은 부분을 이들에게 의존하는 기업들의 불만을 초래하기도 했다.

양분화 위기 미국, 조속한 해결책 모색해야

정치전문가인 앨런 벅하트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가 문제가 아니다"며 "법이 정해진다면 법을 따라야겠지만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당리당략을 위해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며 원만하고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정치권의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ABC방송은 "불법노동자와 이민자들을 위한 의료 및 사회적 비용이 연간 수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제 이민자 사회가 미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해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며 미 행정부가 보다 논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법 문제의 장기화가 미국을 양분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열린 이번 시위는 미국 경제에 미치는 이민자들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이민법 개정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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