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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아도 될 노동자, 매일 7명씩 사망"

노동계 "최악의 산재사업장은 GS건설" 선정

‘2004년 2천8백25명, 2005년 2천4백93명, 1960년대 이후 7만여명, 하루 7명.’

노동부가 2005년 12월 발표한 이 수치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입고 세상을 떠난 ‘죽음’의 숫자들이다.

여기에 산재보험과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사업주에 의해 은폐된 산재사망자 수를 더하면 세계 11위 경제선진국의 성장구호는 초라해진다.

국제자유노련(ICFTU)이 제정한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이틀 앞두고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26일 서울역 광장 앞에서 한해동안 가장 많은 산재사망자가 발생한 7대 사업장을 발표했다.

‘GS, 현대, 두산, 포스코’ 재벌기업서 지난 한해 23명 산재사망

민주노총, 한국노총, 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 노동건강연대로 구성된 공동캠페인단은 지난해부터 국내 산재사망의 실태를 알리고 사업주에 대한 책임 및 처벌강화, 실질적인 산재예방입법을 촉구해오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노동자사망사고 최다사업장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최병성


노동부의 ‘2005년 사업장별 산재사망자수 자료’를 바탕으로 선정된 최악의 산재사망다발 사업장은 지난 한해동안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GS건설이었다.

GS건설은 지난 해 10월 6일 경기도 이천 GS홈쇼핑 물류센터 신축공사현장에서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공법으로 건축을 강행해 노동자 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어 최근 5년 동안 1천5백89건의 산업재해와 2천9백75명의 산재노동자를 양산한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시온글러브(4명 사망) ▲현대자동차 울산공장(3명 사망) ▲두산중공업(3명 사망) ▲포스코(3명 사망) ▲나움건설 등이 지난 한 해 3명의 이상의 사망 노동자가 발생해 최악의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공동캠페인단은 “노동부의 공식 통계에 의한 것만도 매년 2천5백여명, 하루에 7명 이상의 노동자가 기업의 무책임한 이윤 추구 행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며 “정부는 상습적으로 산재사망을 일으키는 기업의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제도를 마련해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2천4백93명, 선진국 3배에 달하는 산재사망자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의 폐해와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도, 국내만의 문제만도 아니다.

국제노동기구의 2005년 산재사망 추정 통계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적으로 2백50만명, 하루 5천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이에 따른 사회비용만 1천2백35조원이 지출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공장이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의 개도국으로 집중 유입되면서 산재사망자 발생 비율에서의 선진국과 개도국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세계 11위 경제선진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받은 노동자안전지수 성적표는 47위.

각 국의 산재발생수, 노동안전보건 관련 예산, 법제도 등을 종합해 국제노동기구가 평가한 노동안전보건지수에서 한국은 1점 만점에 0.559점을 받아 동유럽, 중앙아시아 국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이날 공동캠페인단이 사업장 발표와 함께 개최한 산재 사진전.ⓒ최병성


1981년대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집단 유독물질 중독 이후 산업재해의 폐해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됐지만 지난 해 2천4백93명을 비롯해 매년 2천명 이상의 사망 노동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노동부의 2005년 산재사망자 집계현황을 보면 산재사망 노동자 수는 99년부터 매년 2000명을 넘어섰고 2003년에는 3천명에 육박해 하루에 7명~8명꼴로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다.

안전책임 외면하는 기업, 솜방망이 휘두르는 검찰

하지만 대부분의 산재사망이 사업주의 과실과 부실 관리감독으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법원의 미흡한 사전, 사후예방 대책이 계속해서 사망 노동자의 수를 늘려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법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사업주의 의무와 이에 따른 책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검찰과 법원의 산재처리는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기 때문.

게다가 실형을 받는 극소수의 경우도 경영진이 아닌 현장소장이나 안전관리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면서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캠페인단은 결의문을 통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를 죽음의 자리로 내몰면서 사회에 몇 천억을 기부하는 기업이 결코 윤리적 기업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에게 건강은 웰빙이 아니라 살아가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노동자의 재해와 사망을 막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강화와 이를 유도할 강력한 법적 조치가 따라야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공동캠페인단은 이날 산재사망 다발 사업장 발표를 마친 직후 서울역 맞은편에 소재한 GS건설을 방문해 ‘살인기업증서’를 전달하고 서울역 광장 앞에서 사진전, 대국민 선전전을 이어갔다.

공동캠페인단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GS건설 본사 앞에서 살인기업 증서 전달식을 가졌다.ⓒ최병성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은

지난 1993년 태국 케이더(Kader) 장난감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돼 1996년 4월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 회의에서 참석했던 국제자유노련 노조 대표들이 “노동자를 죽이고 몸을 망가지게 하는 발전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추모 촛불 밝히기‘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세계 70여개 나라가 동참하면서 이후 국제자유노련과 국제노동기구가 이 날을 공식적인 추모의 날로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1년 한국노총을 시작으로 매년 산재사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추모행사를 가지고 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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