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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외나무 승부' 시작되다!

[김행의 '여론 속으로']<42>'여론조사 룰' 전쟁 이제부터 시작

한나라당 경선전이 스타트했다. 경선위원회와 검증위원회도 구성됐고, 29일(오늘) 광주를 필두로 ‘정책비전투어’도 시작된다. 경선관리위는 앞으로 8월 18일 또는 19일로 예상되는 경선일까지 책임당원 모집 방식을 비롯한 선거인단 구성문제와 여론조사 방식, 경선일 및 경선 방법, 선거운동기간 등 ‘게임의 룰’을 확정하는 모든 경선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이제야말로 '이명박 vs 박근혜'간 피 말리는 계가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다. 곳곳이 암초다. 책임당원 모집방식만 두고도 양측의 이견이 상당할 게다. 어느 하나 ‘게임의 룰’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전 ‘강재섭 중재안’을 두고 이-박 간 대결을 벌였을 땐, ‘크게 양보’하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었다. 당시는 이 전 시장이 ’크게 양보‘한 것 같은 정치적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결과적으론 실속은 다 차린 게임이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전평.

그러나 이제부턴 다르다. 경선에 이기려면 ‘게임의 룰’에서 철저히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 왜냐면 이번엔 ‘양보’하는 쪽이 치명상을 입게 되는 ‘외나무 승부’여서다.

김행씨에 따르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여론조사 당시 상위 랭크 10위권 조사기관들 모두가 "정치적 결정을 여론조사로 할 수 없다"며 거부, 조사가능 시점 마지막 날 쫓기면서 조사가 실시됐다고 한다.ⓒ연합뉴스


‘게임의 룰’중 특히 여론조사의 룰을 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현재 이-박 간 지지율 차는 평균 15%~25%포인트까지 난다. 이 전 시장의 입장에선 최대한 벌리는 것이, 박 전 대표로선 최대한 좁히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게임의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최대 더블스코어까지 차이 날 수도 있고, 최소 10%포인트 안짝까지 좁혀질 수도 있다.

질문방식을 한 예로 들어 보자. ‘후보적합도’냐 ‘후보지지도’냐를 두고도 큰 차가 난다. ‘후보적합도’란 “오늘 12월 19일 대통령선거에 다음 후보들이 출마한다면, 누가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후보지지도’란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다음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를 묻는 것이다.

글로벌리서치가 두 질문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3월 20일과 4월 14일엔 ‘후보적합도’로, 4월 18일과 5월 2일엔 ‘후보지지도’로 질문했다. ‘후보적합도’ 의 경우 3월 20일 이 43.0%, 박 23.7%, 4월 14일 이 47.8%, 박 22.1%였다. 두 후보 간 차이는 각각 19.3%포인트, 25.7%포인트나 됐다.

반면 ‘후보지지도’로 물었을 때는 4월 18일 이 34.1%, 박 22.1%로 12.9% 포인트 차, 4월 14일 이 34.7%, 박 21.5%로 13.2% 포인트 차로 좁혀져 격차가 상당히 준다.

‘후보적합도’와 ‘후보지지도’ 각각 다른 질문에서 박 전 대표는 지지율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지층이 워낙 견고해서다.

반면 이 전 시장은 ‘후보적합도’가 아닌 ‘후보지지도’로 물었을 땐, 지지율이 10%포인트 가량이나 폭락한다. 왜냐? 지지율에 ‘거품’이 끼어 있어서다. ‘적합’은 할지 모르지만 ‘투표는 하지 않겠다’는 층이 대략 10%포인트 정도 되는 것이다. 이 층은 소위 말해 ‘범여권 후보’가 가져갈 표다. 범여권 후보 부재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이 전 시장쪽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의 선정 문제, 샘플링방법, 지지율 문항에서 2차 질문 허용 여부, 무응답층 처리방법, 조사시간 대(아침 10시~저녁 9시, 오후 2시~저녁 9시, 오후 6시~저녁 9시, 각 시간대 별로 이-박 간 지지율 차이가 난다), 조사일(평일이냐 주말이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남), 실사 및 데이터 처리의 검증방법 등등 두 후보 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무수하다.

특히 조사기관의 선정과 실사 및 데이터 처리에 있어서 치밀한 검증밥법을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핵심 사항이다.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여론조사 땐 상위 랭크 10위권의 조사기관들이 모두 조사를 거부했다. 특히 1,2,3위 조사기관들은 숱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냉정했다. “정치적 결정을 여론조사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때문에 조사기관 선정에 무척 애를 먹었고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결국 조사가능 시점 마지막 날, 넘기면서 조사가 실시됐다.

여론조사 실시의 각 세부사항들은 자칫 이-박 간 ‘돌이킬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유리한 수가 ‘분명하게’ 나오는 통계 싸움인 탓이다.

그래서 ‘게임의 룰’을 정하는 데 노련한 협상력이 필요하다. 히든카드를 감추고 치는 포커게임처럼 말이다. ‘게임의 룰’을 지배하는 쪽이 어느 쪽일까? 그에 따라 이-박 간 지지율 차는 최대 더블스코아. 최소 10%포인트 안팍까지 좁혀질 것이다. 아니, 국민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다른 전략들과 함께 구사될 때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도 있다. 가히 운명을 건 계가싸움이다.
김행 여론조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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