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전이 스타트했다. 경선위원회와 검증위원회도 구성됐고, 29일(오늘) 광주를 필두로 ‘정책비전투어’도 시작된다. 경선관리위는 앞으로 8월 18일 또는 19일로 예상되는 경선일까지 책임당원 모집 방식을 비롯한 선거인단 구성문제와 여론조사 방식, 경선일 및 경선 방법, 선거운동기간 등 ‘게임의 룰’을 확정하는 모든 경선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이제야말로 '이명박 vs 박근혜'간 피 말리는 계가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다. 곳곳이 암초다. 책임당원 모집방식만 두고도 양측의 이견이 상당할 게다. 어느 하나 ‘게임의 룰’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전 ‘강재섭 중재안’을 두고 이-박 간 대결을 벌였을 땐, ‘크게 양보’하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었다. 당시는 이 전 시장이 ’크게 양보‘한 것 같은 정치적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결과적으론 실속은 다 차린 게임이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전평.
그러나 이제부턴 다르다. 경선에 이기려면 ‘게임의 룰’에서 철저히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 왜냐면 이번엔 ‘양보’하는 쪽이 치명상을 입게 되는 ‘외나무 승부’여서다.
김행씨에 따르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여론조사 당시 상위 랭크 10위권 조사기관들 모두가 "정치적 결정을 여론조사로 할 수 없다"며 거부, 조사가능 시점 마지막 날 쫓기면서 조사가 실시됐다고 한다.ⓒ연합뉴스
‘게임의 룰’중 특히 여론조사의 룰을 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현재 이-박 간 지지율 차는 평균 15%~25%포인트까지 난다. 이 전 시장의 입장에선 최대한 벌리는 것이, 박 전 대표로선 최대한 좁히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게임의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최대 더블스코어까지 차이 날 수도 있고, 최소 10%포인트 안짝까지 좁혀질 수도 있다.
질문방식을 한 예로 들어 보자. ‘후보적합도’냐 ‘후보지지도’냐를 두고도 큰 차가 난다. ‘후보적합도’란 “오늘 12월 19일 대통령선거에 다음 후보들이 출마한다면, 누가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후보지지도’란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다음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를 묻는 것이다.
글로벌리서치가 두 질문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3월 20일과 4월 14일엔 ‘후보적합도’로, 4월 18일과 5월 2일엔 ‘후보지지도’로 질문했다. ‘후보적합도’ 의 경우 3월 20일 이 43.0%, 박 23.7%, 4월 14일 이 47.8%, 박 22.1%였다. 두 후보 간 차이는 각각 19.3%포인트, 25.7%포인트나 됐다.
반면 ‘후보지지도’로 물었을 때는 4월 18일 이 34.1%, 박 22.1%로 12.9% 포인트 차, 4월 14일 이 34.7%, 박 21.5%로 13.2% 포인트 차로 좁혀져 격차가 상당히 준다.
‘후보적합도’와 ‘후보지지도’ 각각 다른 질문에서 박 전 대표는 지지율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지층이 워낙 견고해서다.
반면 이 전 시장은 ‘후보적합도’가 아닌 ‘후보지지도’로 물었을 땐, 지지율이 10%포인트 가량이나 폭락한다. 왜냐? 지지율에 ‘거품’이 끼어 있어서다. ‘적합’은 할지 모르지만 ‘투표는 하지 않겠다’는 층이 대략 10%포인트 정도 되는 것이다. 이 층은 소위 말해 ‘범여권 후보’가 가져갈 표다. 범여권 후보 부재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이 전 시장쪽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의 선정 문제, 샘플링방법, 지지율 문항에서 2차 질문 허용 여부, 무응답층 처리방법, 조사시간 대(아침 10시~저녁 9시, 오후 2시~저녁 9시, 오후 6시~저녁 9시, 각 시간대 별로 이-박 간 지지율 차이가 난다), 조사일(평일이냐 주말이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남), 실사 및 데이터 처리의 검증방법 등등 두 후보 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무수하다.
특히 조사기관의 선정과 실사 및 데이터 처리에 있어서 치밀한 검증밥법을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핵심 사항이다.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여론조사 땐 상위 랭크 10위권의 조사기관들이 모두 조사를 거부했다. 특히 1,2,3위 조사기관들은 숱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냉정했다. “정치적 결정을 여론조사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때문에 조사기관 선정에 무척 애를 먹었고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결국 조사가능 시점 마지막 날, 넘기면서 조사가 실시됐다.
여론조사 실시의 각 세부사항들은 자칫 이-박 간 ‘돌이킬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유리한 수가 ‘분명하게’ 나오는 통계 싸움인 탓이다.
그래서 ‘게임의 룰’을 정하는 데 노련한 협상력이 필요하다. 히든카드를 감추고 치는 포커게임처럼 말이다. ‘게임의 룰’을 지배하는 쪽이 어느 쪽일까? 그에 따라 이-박 간 지지율 차는 최대 더블스코아. 최소 10%포인트 안팍까지 좁혀질 것이다. 아니, 국민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다른 전략들과 함께 구사될 때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도 있다. 가히 운명을 건 계가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