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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의보다 대세 중요"

정찬용 등 광주인사들 盧에게 고언說, 한나라당 강력반발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범여권 통합문제와 관련, "대세를 잃는 정치를 하면 안된다. 우국지사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는 다르다. 제가 속한 조직의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 주목된다. 그동안 범여권 대통합 움직임을 지역주의 회귀라 비난해온 것과 크게 달라진 뉴양스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盧 "대의 때문에 우리당 깨져선 안돼"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광주 무등산 산행길에 동행한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 대표들과 시민, 노사모 회원 등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배를 모는 선장은 폭풍우가 몰아치면 돌아가거나 배를 잠시 피신시켜야지 침몰하게 할 수는 없다"면서 "작년 말 나는 지역주의로 돌아가는 통합은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때도 지금도 그것이 대의이다. 그러나 그 이유 때문에 우리당이 분열되고 깨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2월 우리당) 전당대회 때 당이 절차를 밟아서 규칙에 따라 통합을 한다면 그 결과는 무엇이든지 따르겠다고 했다"며 "여러분도 그렇게 가자"고 지지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노 대통령은 이어 조직의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뒤 "그러니 여러분도 쉽게 포기 말았으면 좋겠다.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문제와 관련, "제가 대선 때 영남에서 30%를 받았고 총선에서도 당선은 거의 안됐지만 30%를 받았는데 진일보한 것 아닌가"라며 "그러나 자동차 배터리가 떨어졌다. 우리당이 가다가 못간다고 주저앉아 버렸고 재보선에서 계속 떨어지니까 맥이 빠져버려 멀리 보자고 해도 멀리 보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의리도 있고 신의도 지키는 정치를 해야 한다. 배짱도 두둑해서 어려울 때는 버티고 갈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모두가 이렇게 되기는 어렵고, 이런 요구를 하면 세상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무등산 등반을 함께 한 광주노사모는 오후 4시 20분 노 대통령의 무등산 등반을 신속하게 광주노사모 홈페이지에 사진과 함께 올렸다.ⓒ광주노사모.


전날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담양의 한 온천 리조트에서 1박을 한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30분경 광주 무등산을 찾아 수행원들과 함께 증심사 버스정류장을 거쳐 의재미술관과 증심사를 둘러본 뒤, 정찬용 전 인사수석 등 광주, 전남지역 시민사회 인사 및 지인 등 30여명과 함께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중 등산객들의 쉼터인 장불재에서 광주 노사모 회원과 시민 등 3백여명과 조우한 노 대통령은 이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광주지역 인사들로부터 고언 들은듯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특징이 있다면 광주에서, 그것도 당원 등 지지자들 앞에서 통합에 대한 기존 입장을 확실히 밝힌 것"이라며 "현실적 차원에서 큰 대세는 따라가자고 설득, 호소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노대통령이 18일 5.18기념식후 담양에서 1박할 때 2002년대선때 호남에서 노무현 후보 당선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정찬용 전 인사수석 등 호남 친노인사들과 노대통령 및 문재인 비서실장 등이 만나 범여권 통합 문제에 대한 생각을 교환한 결과, 19일 노대통령 발언이 나온 게 아니냐는 전언도 하고 있다.

요컨대 현재와 같이 친노-반노진영이 극한대결을 보이며 분열할 경우 연말대선에서 패함은 물론, 그 여파로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개헌선인 2백석이상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의식에 노대통령이 공감을 표시했으며, 그 결과 "대의가 중요하나 대세를 따라가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盧, 소신보다는 대선승리가 더 급하다고 판단"

노 대통령 발언에 한나라당은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20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교착상태에 빠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책략으로 풀이된다"며 "그제 5.18기념사에서는 지역주의로의 회귀라며 신랄하게 비판하더니 하루만에 소신을 뒤집은 것이다. 평생을 지켜온 소신보다는 대선 승리가 더 급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나 대변인은 거듭 "무능한 좌파의 리더가 원칙과 철학마저 팽개치고 현실의 벽 앞에 굴복한 것"이라며 "마지막 남은 노무현다움을 포기한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계기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민주당에 백기 투항하는 일만 남게 되었다"며 "천년정당, 전국정당, 책임정당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또 다시 특정 지역을 근거지로 한 지역주의 정당이 부활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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