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군인권센터 "기무사, 70년간 무소불위 권력 휘둘러"
"정치군인 집합소 일소하지 못하면 문민통제는 요원"
[긴급 기자회견문 ]군부대 면회만 가도 사찰
-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 -
친위쿠데타를 기획한 계엄령 문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찰과 공작, 국회 국방위원회 석상에서 벌어진 국방장관에 대한 초유의 하극상에 이르기까지 근 1개월 간 국군기무사령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문제적 집단이 되었다. 그러나 기무사가 어떤 조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민의 뒤를 캐고 다니며 국헌문란을 획책한 불법 집단은 여전히 흑막 속에 가려져 암약하고 있다. 기무사 개혁이 화두지만 실상은 유령과 맞서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복수의 내부 고발과 제보 등을 통해 확보한 기무사의 충격적 실태를 국민 앞에 공개하고 기무사의 조속한 해체를 촉구한다.
1. 기무사 구조
기무사는 사령부, 사령부 직속 기관, 각급 기무부대로 구성되어 있다. 장군은 총 9명으로 사령관(중장), 참모장(소
장), 3/5/7처장, 100기무부대장[국방부], 101기무부대장[육군본부], 102기무부대장[해군본부], 103기무부대장[공군본부](준장)이다. 현재 예외적으로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이 대령이고, 200기무부대장[합동참모본부]이 준장으로 보임되어 있다. 이는 민병삼 대령이 근속으로는 준장급에 해당하나 300기무부대장[특전사] 재직 시절 휘하에서 발생한 부대공금 횡령 사건에 대한 지휘 책임으로 징계를 받아 승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령부에는 3, 5, 7처와 융합정보실, 종합상황실이 있다. 3처는 보안, 5처는 대공 및 대테러, 7처는 총무 등 기획관
리를 담당하고 있다. 2017년까지 1, 2, 3처를 운영하였고, 융합정보실을 1처 산하에 두었으나 2018년 1월 부로 1처를 폐지하고 융합정보실을 독립시켰으며 2, 3처의 명칭을 3(←2), 5(←3)처로, 기획관리실은 7처로 변경하였다. 본래 1처는 쿠데타 방지 등의 대전복임무를 빙자한 존안자료 작성과 불법적 동향관찰을 해왔으나 개혁의 일환으로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1처를 폐지한 것처럼 가장하고 1처의 업무를 1처에서 독립 한융합정보실로 그대로 이관시켜 놓은 상태다. 비밀스러운 조직 구조를 활용하여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기무사 개혁 전반의 내용이 이처럼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공, 대테러 업무를 담당하는 5처는 본래 3처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당시 책임자였던 참모장 소강원 소장이 처장으로 있던 곳이다. 현재 5처장인 기우진 준장은 소강원 소장 휘하의 3처에서 근무하다 처장으로 진급하였고, 처의 이름이 바뀌어 5처장이 된 것이다. 계엄령 문건을 대전복 담당 부서인 1처가 아닌 대공 업무를 담당하는 3처에서 마련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간첩 잡는 부서에서 계엄을 준비한 것은 국민을 적(敵)으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융합정보실은 각급부대 기무부대에서 모아 온 장병 및 민간인 관련 정보를 종합하여 관리하는 곳으로 기무사가 벌이는 사찰 전반을 총괄하는 곳이다. 종합상황실은 전군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 관련 첩보를 수합하여 상황 유지를 하는 곳이다.
국방부 및 사단급 이상의 각급부대, 방위사업청에는 이들을 관리하는 기무부대가 존재한다. 이들의 구성은 ‘작은 사령부’로 사령부와 흡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상세 내용은 별첨된 ‘국군기무사령부 조직도’를 참고하면 된다.
기무사에는 군부대 뿐 아니라 민간지역을 담당하는 ‘60단위 부대’도 있다. 600~613에 해당하는 기무부대다. 이들은 「통합방위법」 시행령 제8조1)에 따라 의정부, 인천, 서울, 강릉, 청주, 대전, 전주, 광주, 창원, 부산, 제주(강원 영서지방 및 대구·경북지역은 각각 201(1군사령부), 202(2작전사령부) 기무부대가 관리)에 배치되어 전국을 관리하고 있다. 부대 관련 상세 내용은 민간인 사찰 영역에서 다루도록 한다.
이 외 대통령 경호부대로 대통령이 군부대를 방문하였을 때나, 서울공항을 통해 입·출국할 때의 경호를 담당하는
868부대, 기무사 요원을 교육하는 기무학교, 보안 관련 업무를 연구하는 국방보안연구소(DSI) 등이 설치되어 있다.
2. 민간인 사찰
기무사는 누적 수백만에 이르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사찰해온 충격적인 사실이 확인되었다. 통상 군부대 면회,군사법원 방청, 군병원 병문안 등 군사시설을 방문할 때에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이 때 위병소에서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을 전산망에 입력하는데, 이렇게 확보된 개인정보를 기무사가 다 수합하여 사찰한다. 군인 친구를 만나러 간 면회객, 부대에 취재 차 방문한 기자, 군병원에 위문을 온 정치인 등을 기무사가 모두 사찰한 것이다.
기무사는 1개월 단위로 보안부서인 3처 주관 하에 위병소에서 확보된 민간인 개인정보를 일괄 수합하여 이를 대공 수사 부서인 5처에 넘긴다. 5처는 경찰로부터 수사협조 명목 하에 제공받은 경찰망 회선 50개를 활용하여 민간
인들의 주소, 출국정보, 범죄경력 등을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다. 이 중 진보 인사, 운동권 단체 활동 대학생,
기자, 정치인 등 특별한 점이 있는 인사들에게 갖가지 명목을 붙여 대공 수사 용의선상에 올린다. 가령 중국 여행
을 다녀온 출국정보가 있는 경우에는 ‘적성국가 방문’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범죄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범법행위자’ 등을 명목으로 갖다 붙인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용의선상에 올리는 식이다.
이렇게 한 뒤 대공 수사 명목의 감시, 미행, 감청, SNS 관찰 등의 갖가지 사찰을 자행하는 것이다. 군부대에 방문한 전력이 있다 하나, 관할권도 없는 민간인을 수사 명목으로 사찰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60단위 기무부대’를 활용한 민간인 사찰도 확인되었다. 이들은 기무사 특활비 200억의 주된 사용처다. ‘60단위 기무부대’는 전국 각지에 퍼져 지역정치인, 공무원, 지역유지 등과 ‘세미나’ 명목으로 술자리 향응접대를 일삼으며 민간 관련 첩보를 수집한다. 군 관련 첩보 기관인 기무사의 역할 범위를 넘어서는 일로써, 이렇게 대놓고 민간인 사찰 부대를 운영해온 점은 매우 충격적이다.
또한 이들은 국회의원 보좌진,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20~30만원 상당의 고가 식사 제공, 선물 공세 등의 향응 접대를 벌여 매수한 뒤 소위 ‘프락치’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7월 5일, 경향신문을 통해 밝혀진 민간인 사찰 건도 이에 연결하여 해석할 수 있다. 2016년 기무사가 대외비 문건으로 작성한‘현안보고-좌파단체 민주주의국민행동 하반기 투쟁 계획(2016.9.23)’에는 함세웅 신부 등이 포함된 민주주의국민행동이 2016년 8월25일 서울 합정동에서 개최한 워크숍 결과가 상세히 적혀있는데 프락치를 활용했거나, 도·감청, 해킹 등을 통하여 내용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무사는 각종 집회 현장은 물론 서울퀴어문화축제 등의 대규모 문화행사에도 요원을 파견하여 민간인들을 사찰하기도 한다.
3. 군인 사찰
기무사는 군 장병에 대한 사찰도 마음대로 벌인다. 군인 사찰을 기무사는 ‘관리’라고 표현하며 관리는 기본관리와 중점관리로 나뉜다. 기본 관리는 소위 존안자료 작성으로 알려진 행위다. 각급부대 기무부대 요원은 군 간부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평가항목에 따라 존안자료를 작성한다. 평가항목은 충성심, 도덕심, 사생활, 음주, 업무충실도 등으로 나뉘는데 대개의 항목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정보는 담당 요원이 부대에 찾아가 부대 분위기를 장병들에게 탐문하거나, 지휘관·참모 등에 대한 뒷담화를 캐내는 방식으로 수합된다. 이렇게 작성 된 존안자료는 군인 인사에 활용된다.
이에 기무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거나 우호적이지 않은 간부에 대한 존안자료는 감정적으로 작성되는 경향이 있다. 가령 똑같이 주량이 2병일 경우, 기무사에게 잘 보인 간부는 ‘주량이 2병으로 세서 술을 마시고도 실수가 없다.’고 쓰는 반면, 기무사의 미움을 받는 간부는 ‘주량이 2병이나 되는 폭주가로 술먹고 사고를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쓰는 것이다. 충성심이나 도덕심 같은 기준이 모호한 영역, 사생활이나 주량 등이 인사에 반영되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정보기관에 의해 소설처럼 쓰인 검증 안 된 자료가 인사 주요 검토 사항으로 반영되는 것은 매우 전근대적이고 미개한 일이다. 사실 상의 군 인사권을 기무사가 틀어쥐고 있는 격이다.
중점관리는 소위 동향관찰로 알려진 명백한 불법 사찰이다. 기본관리 중 특이한 첩보를 입수한 경우, 기무요원은
기무부대 지휘관에게 1차로 이를 보고하게 된다. 기무부대 지휘관이 첩보를 검토하고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하면 요원들은 첩보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사령부에 보고하여 예산을 투입, 집중감시활동을 전개한다. 횡령, 비리 등의 불법사항을 감시하기도 하지만 불륜 등 사생활 영역을 감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제보 내용의 대체를 이룬다. 동향 관찰은 감시 대상목표의 주변 군인들을 탐문조사하고, 예산투자가 이뤄지면 유선전화 감청, 일과 후 및 휴무일 미행 감시, 2주~1달 여의 잠복활동을 벌이는 식으로 이뤄진다. 첩보 결과는 감시 대상목표의 차상급지휘관에게 제공되며, 지휘관은 해당 정보를 활용하여 감찰 및 헌병조사를 의뢰한다. 기무사가 직접 감찰이나 헌병조사를 의뢰할 수 없는 것은 취득된 첩보 자체가 불법 사찰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지휘관을 거치는 형식절차를 갖춰둔 것이다.
병사에 대한 사찰도 이뤄진다. 군은 ‘60단위 기무부대’를 중심으로 훈련소 입소 예정자 중 운동권 출신 대학생 등에 대한 사찰을 벌인다. 지금은 없어진 306보충대 입소자의 경우 600기무부대[의정부]에서,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자의 경우 607기무부대[대전]에서 사찰하는 식이다. 사찰 목표가 된 병사에 대해서는 휴가 시 미행, SNS 관찰 등을 통해 사찰을 이어간다. 실제 2016년, 기무사가 대학 시절 운동권 활동을 하였던 3군사령부 소속의 병사를 휴가 중에 미행하고 통장 거래 내역을 추적하다 들통난 사건이 있었다.
사찰은 기무사가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권력의 원척이다. 군 장병들에게 누구나 기무사의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주기 때문에 장군부터 초급간부까지 모두 기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가 권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각급부대 기무부대 간에도 사찰 활동에 경쟁이 매우 심한 것으
로 알려져 있다.
4. 도·감청
기무사가 벌이는 도·감청은 주로 군용 유선 전화와 군 회선을 이용하는 핸드폰을 상대로 이뤄지며 2007년부터 팩스와 이메일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군용 컴퓨터로 이용하는 인트라넷, 인터넷도 다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는 주로 210기무부대[감청담당]이 담당한다. 전화 감청은 부대 내 통신단에서 선로를 따서 녹음하는 형태로 이뤄지며 최근에는 기기 성능이 업그레이드 되어 통화 내용이 모두 자동 녹음 된다. 도·감청으로 확보한 첩보 중 중요한 사안은 보고서로 작성되어 상부에 보고된다. 도·감청 장치는 ‘다원정보통신’이란 기업에서 관리한다.
기무사는 첩보 수집 및 대공수사를 위한 감청을 빙자하여 대통령 전화 내용까지 감시했다. 내부제보에 따르면 기
무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윤광웅 당시 국방부장관과 통화하는 것을 감청하였는데,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문재인
대통령)에 관한 업무를 국방부장관과 논의하였다고 한다. 국방부장관이 사용하는 유선 전화가 군용 전화니 감청이
가능했던 것이다. 통상의 첩보와 수집 과정에서 기무사가 대통령과 장관의 긴밀한 국정 토의를 감시할 까닭이 없다.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권자까지 감시하는 실태라면 기무사가 벌이는 도·감청의 범위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 ‘보안 검열’ 악용을 통한 병영 통제
동향관찰 등의 사찰에 대한 일선부대 간부들의 반발이 커짐에 따라 기무사는 개혁을 빙자하여 1처를 폐지하고 간
부에 대한 동향관찰을 축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동향관찰을 폐지한 것도 아니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기무사가 군에서 갖는 위상이 추락할 것을 우려한 기무사는 ‘보안’을 무기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였다.
각급부대 기무부대는 수시 보안검열을 무기삼아 군 간부들을 통제해왔다. 보안사고는 군이 지정한 5대 악성사고
중 하나로 처벌이 엄하다. 보안사고를 일으켜 벌점이 쌓이면 징계 등의 불이익을 받거나 파면되기도 하기 때문에
간부들에게 수시 보안검열은 매우 두려운 존재다. 기무사의 수시 보안검열은 보안사고 예방 목적 보다는 목표 대상을 지정한 사냥에 가깝다. 경고 등의 계도 조치 없이 무작정 들이닥쳐 검열을 하고 벌점을 매기는 식이라 모두 기무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기무사는 각 사단과 군단에 기동보안팀을 만들고 2015년에는 국방보안연구소(DSI)까지 설치하는 등 보안 분야를 키우고 있는데 이는 기무사가 보안을 빌미로 군 내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취지다.
6. 기무사 요원 양성
기무사는 이러한 총체적 불법 사찰 행위를 ‘기무학교’에서 가르친다. 기무학교는 서오능 방면에 있으며 학교장
은 본래 준장 보직이었으나 최근 2급 군무원 보직으로 바뀌었다.. 일반 부대에서 근무하다 기무사 근무를 지원하는
간부들은 시험에 의해 선발된 뒤 기무학교에 입학해 교육을 받는다. 교육 과정에는 예민한 내용들이 많다. 기무학
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해킹을 가르치는가하면, 해정술도 가르친다. 해정술은 문을 따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렇듯 기무학교는 각 종 불법 사찰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고 요원들을 세뇌시키는 요람이다.
7. 기무사의 본질
기무사는 12.12 쿠데타의 주역인 보안사령부의 후신이다. 윤석양 이병의 청명작전 폭로 이후 1991년 기무사로 개
편되었으나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 날에도 민간인을 감시하고 친위쿠데타 계획을 세우는 등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 군 방첩기관은 외피일 뿐이고, 정체불명의 기관으로 호시탐탐 권력을 탐하며 국민의 머리 위에 군림해온 것
이다.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당시 기무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노무현 자서전’을 가지고 있자 교관이‘이러한 불온서적을 읽어도 괜찮은가?’라고 추궁한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전직대통령이자 국군통수권자의 자서전을 ‘불온서적’으로 모는 것은 기무사가 전직 대통령을 이적 인사로 본다는 충격적인 의미를 갖는다. 다른 제보에 따르면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였을 당시 속보를 본 기무사 요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다고도 한다.
기무사는 이 땅의 면면에 이어져 온 군부독재의 잔재를 움켜쥐고 시류에 따라 정권에 아부하며 조직을 확장해왔다. 일부 간부들은 지금도 술자리에 모이면 ‘군대의 쓴 맛을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가 한 번 갈아엎어야 하는데’와 같은 끔찍한 말을 서슴없이 한다고 한다.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기무사 권력의 원천인 대통령 독대보고를 거부하며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조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취급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 있을 것이다.
기무부대가(歌)의 가사 말미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겨레와 국토수호 우리의 사명 / 청춘의 몸과 마음 모두 바쳤다
역사가 우리를 명령하는 날 / 범같이 사자같이 달려나가리'
마지막 구절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 국민의 명령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존재다. 음지에서 첩
보를 수행해야 할 기관이 ‘역사의 명령’을 운운하며 범과 사자처럼 달려나가겠다는 것은 기무사의 본질을 매우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이 아니라 권력을 바라보는 정치군인의 집합소를 일소하지 못한다면 국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요원한 일이다.
8. 기무사 해체
당초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8대 개혁안’을 발표하며 기무사에 대한 해체 수준의 개혁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개혁안 발표 이후 확보한 기무사와 관련된 충격적 고발과 제보 내용을 확인하며 기무사를 존치한 상태에서의 개혁
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무사는 1949년 특무부대로 창설된 이래 정보기관이란 미명 하에 법질서
를 무시하고 70년간 국민을 상대로 첩보를 벌여왔다. DNA 자체가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는 집단인 것이다. 이런 곳
에 더 이상 정보기관의 임무를 맡길 수 없다. 기무사는 즉각 해체해야한다.
대공 및 대전복 첩보 수집 임무는 ‘군방첩수사단’을 신설하여 맡기되, 군과 관련된 내란과 외환에 관한 첩보만
을 수집하게 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간첩이 군인이 되려 하거나, 군인이 간첩과 접촉하거나, 군인이 쿠데타를 모의
하는 행위로 첩보 대상이 제한되어야 한다. 민간인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거나, 인사자료 등의 명목으로 수집한 정
보를 타 기관에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화해야 한다. 공안수사권을 부여하되 헌병에게도 이중으로 부여하여 견제가
가능하게끔 해야 할 것이다. 단장은 민간개방직으로 두어 문민통제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적폐의 온상인 기무사는 뿌리까지 파내 후환을 없애야 한다. 기무사 요원은 전원 원대 복귀 시키고, 군방첩수사단
등 기무사 해체 후 신설될 정보 관련 기구에 보임될 수 없도록 원천 배제해야 한다. 기무사에서 교육 받고 근무한
이력이 있는 자들은 다시는 정보 업무에 접근할 수 없게 해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정보기관을 만들 수 있다.
기무사가 갖고 있던 정책 기능은 모두 민간 영역으로 이관해야 한다. 장군 인사에 참고할 자료가 군 정보기관이
도둑 마냥 간부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캐내는 불륜과 주량 정보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민간인으로 구성 된 대통령 직속의 ‘군인사검증위원회’를 두고 대령 이상 고위급 군 간부에 대한 인사 자료를 업무 평가 중심으로
축적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군인 인사의 평가 기준과 근거를 민간에서 마련하는 것이 문민통제 원칙에도 부합한다. 정부에 대한 군 관련 상황보고도 기무사 종합상황실이 아닌 국방부와 합참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종합상황실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 된다. 보안업무 역시 각급부대 보안부서에서 담당하면 된다.
뜯어놓고 보면 방첩, 대전복, 보안, 인사검증, 상황보고를 한 기관이 담당하는 매우 기이한 형태다. 기무사를 해체
하고 각 기능을 분리, 분산시키지 않는 한, 기무사는 어떻게 개혁하여도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기무사를 해체하고 그간의 불법행위들을 낱낱이 수사하여 관련자 전원을 처벌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기무사 개혁 TF도 재구성해야 한다. 기무사 개혁은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그런데 기무사 개혁 TF는 13명 중 9
명이 현역 군인으로 구성되어있고 심지어 이 중 3명은 기무사 장군이다. 현재는 배제되었으나 계엄령 문건 작성 책
임자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들이 개혁안 마련에 참여하는 형국으로 실효적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무사 개혁 TF 인원을 재구성하고 군인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
기무사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기무사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체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벗어나 국민의 머리 위에 올라 서 누구도 겁내지 않는다. 기무사는 정권은 영원하지 않기에 고비만 넘기면 지금껏 그랬듯 영원한 권력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마음으로 조직 보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오만함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70년 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기형적 정보기관의 실체가 드러난 이 때를 기회삼아 기무사를 반드시 해체하여 악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것이다.
2018. 7. 30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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