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한국산 반도체 대신 미국산 수입하라"

<WSJ> "미국, 중국과 조용한 협상에서 요구", 한국경제 적신호

2018-03-26 09: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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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무역전쟁을 선포한 미국이 중국과 막후 협상을 벌이면서 중국에게 한국산 반도체 대신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한국 반도체가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양국이 미국의 중국시장 접근을 증진시키기 위해 조용히 무역 협상에 들어갔다"며,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주도로 무역협상이 시작된 상태라고 전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류 부총리 측으로 서한을 발송했고, 이 서한에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관세 인하, 미국산 반도체 수입 확대, 미국 기업의 중국 금융시장 접근성 개선 등 미국 측의 구체적인 요청사항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구체적으로 "미국이 현재 51%로 정해져 있는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 지분 규제를 완화하거나, 중국이 한국산이나 일본산 반도체 대신 미국산 반도체 구매량을 늘릴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도가 사실일 경우 우리나라 수출경제를 견인해온 반도체와 한국경제에 큰 시련이 예상되는 등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1~2월 반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9.5%에 달할 정도로 중국은 반도체 수출의 최대시장이다. 홍콩(27.2%)에 수출하는 물량까지 합하면 중국권이 반도체 전체 수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인만큼 한국 반도체에 당장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나, 내년부터는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고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인만큼 이런 와중에 중국이 미국 압력에 굴복해 한국산 반도체 대신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면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997억1천만달러로 1천억달러에 육박하면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4%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20.4%로 사상처음으로 20%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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