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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세론' 왜 흔들리나

[김행의 '여론 속으로]<39> 구여권 지지자들의 지지 철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 13.7%p 하락이 화제다. 18일 글로벌리서치가 실시한 전화조사에서다. 당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쪽이 반색하고 나섰다. ‘예상했던 것’이라는 태도다.

조사를 좀 자세히 보자. “만일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를 물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34.1%,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2.1%였다.

같은 기관의 이전 조사와 비교해 보자. 이 전 시장은 43.0%(3월 20일)→47.8%(4월 4일)→34.1%(4월 18일), 박 전 대표는 23.7%→22.1%→22.1% 였다.

결국 이 전 시장만 폭락하고 박 전 대표는 그대로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격차는 19.3%p(3월 20일)에서 25.7%p(4월 4일)로 커졌다가, 이번 조사에서 12.0%p로 감소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공교롭게 그가 해외 정책 탐사 일환으로 국내를 비운 사이 일어났다. 지난 15일 인도, 두바이 정책탐사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그는 곧바로 보궐선거 현장으로 갔다. ⓒ연합뉴스


왜 이 전 시장의 지지율만 하락했을까? 두 가지 위기에 봉착해서다. 하나는 후보검증의 후폭풍이다. 정인봉 전 한나라당 의원, 김유찬씨의 폭로가 생뚱맞아 보였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이명박=의혹 많은 후보’가 된 것이다. 그 결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글로벌리서치의 3월 20일, 4월 4일, 4월 18일 조사를 비교해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율은 50.3%→54.6%→42.5%가 되었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 추이는 32.3%→32.3%→36.6%로 박 전 대표측은 다소 올랐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명박 카드’를 불안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러지 않아도 ‘이명박=본선 필패’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김유찬씨 폭로에 이은 인터넷 상의 갖은 의혹들, ‘이명박 출판기념회’ 관계자들의 선관위 고발 등 연이은 악재는 ‘이러다 혹시?’라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보인다.

그 또 다른 증거는 2002년 투표성향에 따른 유권자 분류에서도 잘 나타났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찍었다는 유권자들의 이 전 시장 지지율은 50.8%→53.5%→45.1%로 떨어졌다. 허나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31.0%→31.9%→33.3%로 다소 올라갔다.

2002년 이회창을 찍었던 유권자들도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들이 불거지자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하긴 지난 대선 때 ‘이회창 X 파일’로 얼마나 뜨거운 화상을 입었는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식이다.

또 다른 위기는 바로 여권후보의 등장. 현재 한나라당후보와 잠재적 여권후보들의 총합의 지지율 차는 약 70~80% 대 10%다. 여권이 워낙 지리멸렬해서다. 그러나 여권후보가 등장하고 양자구도가 되면 절대 이렇게 안 된다. 결국 대선은 ‘51% 대 49%’ 싸움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나라당후보의 지지율엔 거품이 포함된 것이다. 이 거품이 이 전 시장에겐 많고 박 전 대표에겐 적다. 이 전 시장은 호남과 수도권 그리고 2002년 투표행태로 볼 때 노무현 후보를 찍은 유권자층에서 비정상적일 정도로 지지율이 높다.

반면 박 전대표의 지지율은 그렇지 않다. 그는 약 20%정도의 단단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특이하게도 두 사람의 지지기반은 거의 겹치지 않는다.

그래서 여권후보가 등장하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빠질 것이라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보면 지역별로 볼 때 이 전 시장은 서울에서 58.2%→61.7%→47.6%로 올랐다 떨어졌고, 호남에서는 26.1%→40.7%→11.2%로 급등했다가 급락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서울에서 17.2%→12.9%→19.9%, 호남에서 10.6%→11.8%→7.5%로 큰 변동이 없다.

정당지지자별로 보면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율은 30.1%→45.8%→34.6%로, 박 전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18.6%→11.8%→7.5%로 양쪽 모두 하락추세다.

개혁성향 유권자들이라 할 수 있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투표자들의 경우 이 전 시장 지지율은 41.5%→50.8%→30.9%로 크게 빠졌고, 박 전 대표 지지율은 16.0%→13.7%→15.8%로 큰 변동이 없다.

결국 이 전 시장 지지자들 중 호남 및 서울 유권자, 열린우리당 지지자, 2002년 대선 때 노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이들이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우려했던 걱정이 현실화된 것이다. 아직 유력 여권후보가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유권자들이 먼저 선회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전 시장은 두 가지 큰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검증론 통과와 여권후보 등장에 따른 이탈세력 막기다. 그러나 쉬워 보이진 않는다. 검증은 선거기간 내내 그를 괴롭힐 것이고, 여권후보 등장은 필연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한나라당 경선 이전이냐 그 이후냐이다. 만약 경선 전에 두 위기로부터 강타를 맞는다면 그는 예선탈락이라는 수모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만만한 게임이 아니다. ‘대세론’은 이렇게 흔들리는가?
김행 여론조사전문가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47 26
    안마셔도 흔들려

    변신은 무죄
    민정당 국책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디인포메이션’ 대표로 일했던 김행씨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몽준 의원이 만든 국민통합21의 대변인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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