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극비리에 방문 중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인근에 로켓포탄이 떨어지는 무장세력의 공격을 당해 초비상이 걸렸다. 딕 체니 미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방문때의 공격에 이은 또하나의 초거물 겨냥 공격이기 때문이다.
반 총장 50m 밖에서 로켓포탄 폭발
22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반 총장과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이날 오후 바그다드 그린존 안에 있는 총리 공관에서 공동 기자 회견을 갖던 도중 수십미터 밖에 로켓포탄 한발이 떨어져 폭발했다. 그린존은 미군이 특별 경계 펼치는 구역으로 이라크 정부청사와 미국 대사관, 총리 공관 등 주요 정부 시설이 밀집해 있다.
외신들은 이번 로켓포탄이 총리 공관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폭발했으며, 이번 공격으로 기자회견장 천장 일부에서 파편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반 총장과 말리키 총리는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의 기자회견 중계방송 화면에는 로켓포 공격으로 인행 건물이 흔들리고 폭발에 놀란 반 총장과 말리키 총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 몸을 움추렸다. 반 총장과 말리키 총리는 폭발 사고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계속 진행했으나 예정보다 일찍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번 공격으로 직경 1미터 정도의 구덩이가 파였으며 주변에 있던 차량 두 대가 파손됐다. 또한 총리공관 외부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 2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이 발생하자 미군은 곧바로 전투 헬기를 투입, 그린존 지역 경계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사용된 로켓포는 구 소련에서 제작한 다연장 로켓포로 카튜사 로켓포로 알려졌다. 카튜사 로켓포는 1980∼1988년 이란ㆍ이라크 전쟁때 이란이 주로 사용했던 사거리 8㎞의 지상군 무기다. AP통신은 "이 로켓포는 시아파가 밀집된 지역인 티그리스 강 동안 쪽에서 발사됐으며 이 지역은 AP통신의 바그다드 지국과 멀지 않은 곳"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던 22일 오후(현지시각) 바그다드 `그린존'내 총리 공관 부근에서 로켓공격이 일어났다. 사진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폭발음을 듣고 자세를 낮추는 모습. ⓒ연합뉴스
극비정보 또 무장세력에 새어나가, '친미 반기문' 타깃인가
문제의 심각성이 이번 공격이 앞서 아프가니스탄 방문때 공격을 방은 딕 체니 미부통령의 경우처럼 이라크를 극비에 방문했던 반기문 사무총장을 겨냥한 테러라는 데 있다.
반 사무총장은 이번 이라크 방문을 극비리에 추진했다. 반 총장은 당초 22일 이집트 방문을 시작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등 중동 6개국 순방하고 28일과 29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연례 정상회의에서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 총장은 극비리에 이라크 방문을 추진했고, 유엔본부에 따르면 반 총장은 극소수의 수행원만을 대동하고 22일 새벽(현지시각) 바그다드에 도착해 알-말리키 총리와 회담했다. 유엔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반 총장의 바그다드 방문 가능성을 일축하면서까지 반 총장의 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번 공격이 반 총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시간에 정확히 맞춰 기자회견장과 아주 근접한 곳을 겨냥했던 점을 감안할 때 극비정보가 사전에 새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교가의 또다른 일각에서는 이라크 무장세력이 이례적으로 국제기구 유엔의 수장인 반 총장을 겨냥한 것은 반 총장에 이라크에 미-영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견한 한국인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즉 전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강력 반대했던 데 반해, 반 총장은 미국의 전폭적 지지 아래 후임 사무총장이 된 인물이기에 반 총장을 '친미 세력'으로 규정, 그를 겨냥한 공격을 감행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