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부장검사', 수시로 "돈 보내라" 문자
수사 시작되자 "핸드폰 버려라" 은폐 지시도
6일 검찰이 입수한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등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계좌번호 알려줄게. 지난번 이야기한 것 조치 가능할까?"라는 메시지를 김씨에게 보냈다.
김씨는 "수요일에 처리할게. 계좌, 얼마, 예금주"라고 답해 금품을 건넸음을 암시하는 듯한 답을 남겼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2월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계좌번호를 보냈고, 김씨는 다시 "5백(만원) 보냈다"고 답했다.
김씨는 "입금자는 회사 이름으로 했다.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라고도 말했다. 김씨는 이 돈이 특정 여성에게 건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이 계좌의 예금주로 추정되는 여성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김 부장검사는 이 여성과 결별 혹은 관계 회복의 의지를 드러내는 듯한 말을 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도와주라 친구. 나중에 개업하면 이자 포함 곧바로 갚겠다"며 "지난번과 다른 이름으로 보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1월에는 금융 관련 기관 파견이 결정되자 '축하 화분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무선이어폰 잘 쓰고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도 수입하면 몇 개 사무실로 보내주라'는 말도 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상호로 보이는 특정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하며 "오늘 저녁 ○○○ 갈 거야?"라고 말하는 등 유흥업소에서의 만남을 암시하는 문장도 눈에 띈다. 특정 업소가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가 술집 여종업원에게 생일 선물로 오피스텔을 주려고 했고 김씨가 임차료를 부담해 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문자도 있었다.
김씨가 고소당한 사건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지난달에는 수사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가 미친 척하고 압색(압수수색)을 할지 모르니…집 사무실 불필요한 메모 등 있는지 점검해서 조치해"라며 코치도 했다.
또 "한 번만 더 휴대폰도 제발 바꿔주라"거나 "휴대폰 버리고"라며 자신과의 연관성을 숨기거나 문자·통화 기록 등을 삭제하거나 증거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는 말도 남겼다.
법무부는 이날 김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으로 전보 발령했고, 김수남 검찰총장은 모든 비위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잘못이 있는 사람은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감찰에 착수한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는 7일께 김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씨는 서울서부지검의 수사를 받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가 5일 체포됐다.
이런 가운데 김씨가 배포한 대화 내용 캡처 파일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일부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김씨 조사에서 이런 부분도 따져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자료를 토대로 김 부장검사가 금품·향응을 받았는지, 돈을 빌렸는지, 빌렸다면 제대로 갚았는지 등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하겠다"며 "주장의 신빙성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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