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9일 개헌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학계와 언론계 등에 대한 강한 불만을 재차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정치학회, 공법학회, 헌법학회 소속 회장단 10여명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개헌 논의 부진과 관련 "'정치엘리트' 집단이 침묵의 카드텔을 만들어 논의를 다 덮어버렸다"며 "대통령으로서 이 상황을 일반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이른바 정치엘리트들을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서로 의견이 다른 것도 놓고 토론하고 설득하는 논리적 과정을 통해 결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정쟁이 공론으로 수렴되는 과정을 거쳐보자는 취지로 발의를 했는데 정치 엘리트들이 자기들끼리 답합해서 논의조차 덮어버리는 상황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그 가운데 계신 분들이 학계에 계시는 분들"이라며 "학계에서 좀 활발하게 의견들이 개진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학계의 활발한 개헌논의 동참을 압박했다. 그는 그리면서도 "저는 여러분께 도움을 바라고 모셨지만 안 도와주셔도 괜찮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에 대해 "(학자가) 맘에 안 들면 아무리 옳은 말씀을 하고 학문적 업적이 상당히 두텁더라고 안 받아 써버리고, 맘에 들면 가치가 있든 없든 받아써버린다"며 "이런 척박한 언론 풍토에서 대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지적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일"이라며 언론과의 전쟁에 학계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