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8일 “나는 정파에 관계없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온 사람”이라며 “햇볕정책은 폐기의 대상이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정책”이라고 보수적 한나라당 당론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손학규 "북한 핵 수순 밟으면 우리 정부 과감한 지원해야"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서대문 미근동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5차 6자회담 3단계 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합의한다면 우리 정부는 좀 더 과감하고 포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핵 포기 수순을 밟는다면, 이제 대북지원은 단순한 인도적 지원의 수준을 넘어서 북한의 경제적 재건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사탕은 아마도 북한경제재건 프로그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핵포기 전에는 대북지원을 해선 안된다는 한나라당 당론과 배치되는 것이다.

그는 또 “우리 정부는 6자회담 타결을 계기로 한반도비핵화라는 최종목표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이든, 중국·미국을 포함한 2+2 회담이든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한나라당, 좁은 대북인식 고쳐나가야"

손 전지사는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전환을 공개리에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충실한 내용이 준비되고 정치적 이용을 배제하며 국제적인 공조의 바탕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면서도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면 우리 한나라당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적극 지지해줌으로서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을 막을 수 있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자발적 개방’을 해야 도와줄 수 있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상호주의이며,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우리가 능동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대북포용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한나라당내 정체성 논란과 관련, “차제에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회귀는 안되며, 수구보수의 길은 미래의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될 수 없다”고 극우진영의 준동을 질타했다.

손학규, 지지율 급등에 힘입어 수구와 차별성 가속화

손 전지사의 이날 발언은 그의 평소 지론을 말한 것이기도 하나, 일각에서는 최근 10% 가까이 급등하는 그의 지지율과 무관치 않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손 전지사는 후보 검증을 둘러싼 이명박-박근헤 갈등과, 일해공원-인혁당 무죄판결에 대한 이명박-박근혜의 미온적 대응 등의 반사이익으로 30~40대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지지율이 급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한 상황. 이들 30~40대는 반노무현 정서가 강한 동시에, 수구세력에 대한 혐오증도 강한 세력으로 향후 대선의 최대변수가 될 집단이다.

따라서 정가에서는 손 전지사가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추구해온 전향적 대북 드라이브를 한층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8일 시작된 북핵 6자회담이 급진전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차별화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극우진영, 손학규도 타깃 움직임

이처럼 손 전지사가 뚜렷한 차별화 움직임을 보이자, 그동안 손 전지사에 대한 비판을 삼가해온 극우보수진영이 손 전지사도 타깃으로 삼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보수매체인 <코나스>는 7일 "한나라당 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손학규 전 지사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김성수(전 성공회대 총장, 천주교 주교) 이사장이, 지난 2004년 12월 28일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원로선언'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손학규 진영에 대한 색깔공세를 시작했다.

<코나스>는 "당시는 '국보법 폐지'를 두고 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이 사활을 걸고 집권여당과 힘겨루기를 하던 때였다"며 "그러한 시기에 위와 같은 행보를 보인 김 이사장이 맡고 있는 단체가, 손 전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코나스>는 "그렇지 않아도 손 전 지사에 대해 전여옥 최고위원과 김용갑 의원 등 당 내 인사들로부터 '정체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 이사장의 과거 행보가 표면화 될 경우 이같은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을 <조갑제닷컴>은 주요기사로 올려 손 전지사에 대한 극우진영의 경계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편 손 전 지사는 최근 고진화·원희룡 의원을 겨냥한 당내 '정체성 논란'과 관련, 5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색깔론으로 젊은 사람 발목잡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