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대변인, 'MB 미담'(?) 앞세워 朴대통령 힐난
이동관 "친박장관 면담 요청 묵살됐다면 정말 염려할 일"
전임 세력이 권력교체 3년도 안된 시점에 현역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레임덕'이 시작된 또 하나의 방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동관 총장은 26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참모는 대통령의 얼굴이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청와대 공보수석 겸 대변인으로 일하던 2009년 1월 초 ‘대형 사고’를 쳤다"면서 "연말부터 퍼진 개각설에 연일 '확정된 바 없다'고 판박이 응대를 하던 끝에 '설 전엔 개각 없다'고 질러버린 것이다. 정작 발칵 뒤집힌 것은 철통보안 속에 2~3일 뒤 개각 발표를 준비하던 청와대 내부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개각 발표를 한 뒤 기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겠다'고 자수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대변인 말이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며 개각 발표를 한 주일 늦췄다"면서 "나는 그 후 더 열심히 일했고 대상포진까지 걸렸다"고 MB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의 견마지로를 강조했다.
지난 23일 총리 교체 발표 두시간 전까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당일 개각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발표 이전에는 알 수가 없다"고 부인한 대목을 꼬집은 셈이다.
이 총장은 "국내외 미담(美談)만 늘어놓은 셈이 됐지만 불행하게도 대통령과 장관, 청와대 수석 등 참모 관계에 관한 한 우리 정치사에는 반면교사(反面敎師) 사례가 더 많다"며 MB 일화를 '미담'으로 규정한 뒤, "YS정권 말기 청와대 출입기자이던 필자에게 하루는 모 장관이 '대통령에게는 장관이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한 존재'라고 푸념했다. 걸핏하면 터지는 게이트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단명(短命) 신세인 데다 그나마 경질 소식을 이동 중 차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접하는 ‘비참한 상황’을 에둘러 말한 것이었다"며 YS의 인사를 꼬집었다.
그는 곧바로 화살을 박 대통령에게 돌려 "데자뷔를 보듯 이런 장면은 지난 2년 동안에도 적지 않았다"면서 "무슨 ‘괘씸죄’ 때문인지 모르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후임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러시아 출장 중 경질된 일이나, 친박 핵심이던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와 정책 갈등 때문에 ‘업무 거부’를 하다가 사표를 낸 사태에 대해 아직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국민이 많다. 특히 친박 장관이 대통령 면담 요청을 한 게 한 달 이상 묵살됐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정말 염려할 일"이라며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는 "장관이든 수석이든 채찍은 참모들을 ‘알아서 기게’ 하지만 ‘알아서 뛰게’ 하는 것은 신뢰와 격려"라면서 "개각이나 특보단 신설 등으로 분위기 쇄신을 하는 일 못지않게 대통령의 인재관과 운용의 묘가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박 대통령을 거듭 힐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비유하자면 대통령이 꽃이라면 참모는 그 꽃을 떠받치는 꽃받침이다. 꽃받침이 튼실하지 못한데 꽃이 제대로 피어날 수 없음은 자명하다"며 "참모가 바로 자신을 떠받치는 존재요 얼굴이란 생각으로 애중(愛重)히 대할 때 국정도 더욱 활짝 피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박 대통령에게 변화를 촉구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