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업중 고3 불러내 "촛불 배후 대라"
교사들까지 "착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나쁜 녀석이네"
15일 CBS에 따르면, 전북 전주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김 모군은 "지난 8일 학교에서 한국 지리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교실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귀를 잡아끌었다"며 "어디로 누굴 만나러 가는 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학생주임실로 끌려가보니 경찰이 앉아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자신이 속한 인터넷 모임이 주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신고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학생 주임실에 끌려간 김군은 전주 덕진경찰서 정보과 소속 이 모 형사로부터 김 군은 어떤 단체에 소속돼 있는지, 또 누가 지시했는지, 언제부터 인터넷 모임 활동을 했는지, 인터넷 모임의 운영자는 누군지 등에 대해 이 형사로부터 자세한 조사를 받았다.
김군은 "아침에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불려갔더니 경찰이 인터넷 모임 회원이 몇명이냐, 대빵이 누구냐는 등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경찰은 물론 곁에 학생주임 선생님까지 있어서 무섭고 불안했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김군은 경찰 조사를 받은 후에도 다른 선생님들로부터는 '사고친 학생'이라는 힐난을 들어야 했다. 김군은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그새 소문이 퍼졌는지 선생님들로부터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 아니냐', '착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나쁜 녀석이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김 군을 조사한 경찰은 "순수한 정보활동 차원이었다며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나 상부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업중에 학생을 불러낸 데 대해서는 "직접 찾아가야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전주 파문은 앞서 경기지역에서 경찰들이 학교에 찾아가 동맹 수업거부를 촉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학생 신분을 파악하고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을 시작한 고등학교 2학년 '안단테'에 대한 내사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유사한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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