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가 숭례문을 무너뜨렸다"
소방당국-문화재청 '안이한 관료주의', 유홍준의 '기본 결여'
소방당국-문화재청의 '안이한 관료주의'
숭례문 참사는 '인재'다. 단순히 '방화'이기 때문이 아니다. 10일 밤 8시50분 방화후 숭례문이 폭삭 주저앉기까지 5시간동안 보여준 우리 사회의 어이없는 총체적 갈팡질팡이 '인재'임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우선, 방화 초기에 화재를 가벼운 '불장난'처럼 취급한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의 '관료주의'가 주범이다. 화재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대전에 있는 문화재청에 조언을 구했다. 문화재청은 '신중한 진화'를 주문했다. 국보 1호라는 이유에서였다.
민간 문화재 전문가들은 TV화면으로 화재 소식을 접한 뒤 소방당국이 신속히 기왓장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목조건물의 특성상 기왓장을 드러내지 않고 진화작업을 펴봤자 진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민간'의 절규를 외면하고 '관료' 문화재청의 말을 들었다.
문화재청이 숭례문 설계도면을 갖고 현장에 나타난 것은 불이 난지 두시간 뒤인 10일 밤 11시께였다. 이때 이미 불길은 숭례문 내부 곳곳을 휘감은 뒤였다.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은 불이 난지 3시간 뒤인 자정께 지붕 기와를 들어내려 했으나 이미 늦어도 한창 뒤늦은 뒤였다.
숭례문 참사는 결국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의 '안일한 관료주의'가 초래한 인재였던 것이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어이없는 화재 의식'
참여정부에는 화재에 의한 문화재 손실이 유독 많았다. 낙산사 대화재를 비롯해 창경궁 문정전(2006년 4월 26일), 수원 화성 서장대(2006년 5월1일) 화재 등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의 안이한 태도는 변함없었다. 수뇌인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안이한 화재 의식 때문이다.
유 청장은 지난해 5월 15일 대형 사고를 친 바 있다.
유 청장은 이날 오후 세종대왕릉에서 열린 ‘세종대왕 탄신 610돌 숭모제’에 참석한 뒤 바로 옆의 효종대왕릉을 방문, 재실 앞마당에서 지역 국회의원, 여주 군수, 여주 군의회 의장 등 30여명과 점심식사를 했다. 음식을 준비한 세종대왕 유적관리소 측은 목조 건물인 재실 바로 옆에 LP 가스통에 버너를 연결하고 숯불까지 피웠다. 재실은 제사를 위해 무덤이나 사당 옆에 지은 집으로, 문화재청은 전국의 왕릉 경내에서 관람객의 화기 반입이나 불 피우기뿐 아니라 식사도 금지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유 청장은 “제례(숭모제)를 지낸 뒤 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해먹는 것은 몇백 년 된 관행”이라며 “음식을 재실에서 해먹지, 어디서 먹겠느냐”고 강변했다. 그는 문화재청 국장 이름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을뿐 자신은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다.
수뇌의 인식이 이러하니, 숭례문 참사는 예고된 재난일 수밖에 없었다.
국영 KBS의 안일 등 관료주의 해악 노정
숭례문 화재는 이밖에도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병폐가 관료주의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영 KBS'만 해도 10일 밤 MBC-SBS 등 경쟁사들이 기존 편성 프로그램을 깨고 숭례문 화재를 생중계하고 있을 때도 <음란서생> 등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영했다. KBS가 생중계를 시작한 것은 다른 방송사들보다 20분 후의 일이다. 위기 판단 및 대응 능력의 마비를 보요주는 충격적 모습이었다.
숭례문 화재는 '인재'다. 임진왜란, 한국전쟁 등 대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버텨온 국보 1호를 5시간만에 잿더미로 만든 무서운 인재다.
그 인재의 근원은 '관료주의'다. 관료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숭례문 참사보다 더한 재앙이 우리를 몰락시킬 것임을 보여주는 무서운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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