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6일 밤 '이명박 특검법' 전격 수용 입장을 밝혔으나, 한나라당이 법안 명칭 변경 및 수사대상-기간 단축을 요구하고 나선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등 다른 정당들은 당초 방침대로 17일 오후 특검법 직권상정 처리 방침을 밝히고 있어 또한차례 격돌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이명박' 이름 빼고 수사대상-기간 단축해야

이명박 후보는 전날 밤 특검법 수용 입장을 밝히며 "단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하여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해 주길 바란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 후보는 16일 밤 11시30분 기자회견 직후 17일 새벽 국회에서 가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했고,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에 "내일 법사위를 열어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특검법을 수용했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점이 많은 것들은 정리해야 될 것"이라며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밤새 지도부와 법사위원들이 협의한 결과, 문제의 특검법 명칭에서 '이명박'이란 고유명사를 빼고 특검 수사대상을 BBK 의혹으로 축소하고 수사기간도 단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법사위를 개최해 논의를 하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7일 본회의엔 퇴장이나 불참 등의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등 "시간끌기에 불과. 당초 방침대로 그대로 처리"

그러나 신당 등 다른 당 분위기는 턱도 없다는 분위기다. 이들은 우선 이명박 후보의 특검법 수용을 '시간벌기'로 해석하고 있다.

신당의 최재천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특검 수용 기자회견후인 17일 새벽 가진 브리핑에서 "이명박 후보는 범죄자, 피의자이기 때문에 특검 수사의 대상일 뿐 특검법 수용여부를 논할 자격이 없다"며 "현재 신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법안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며 이명박 후보의 범죄를 묵인한 책임이 있는 한나라당과 법안을 놓고 논의, 타협할 여지가 없다"며 한나라당과 특검법 협상을 벌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재성 대변인도 "특검법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이 후보의 이야기는 후안무치도 유분수"라며 "이제부터 처음부터 논의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전형적인 시간끌기용 술책이다. 이건 전격 수용이 아니라 조건부 수용"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노동당의 박용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이명박 후보의 '특검 수용'은 진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 두려워, 이틀 남은 대선 이후로 진실의 문이 열리는 것을 막으려는 결정"이라며 "한나라당이 법사위를 개최하겠다고 한다. 이제 와서 법사위를 개최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측 류근찬 대변인 역시 "이제 와서 법과 절차 운운하며 특검법을 수용하겠다는 '꼼수'로 자신의 위기국면을 돌파하려는 작태를 중단하라"며 "진정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적 여망을 좌절시킨 책임을 지고 즉각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신당 도리어 '수사기간 연장' 수정안 제출

신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나라당 요구와 정반대로 수사인력을 확충하고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특검법 수정안을 제출했다.

신당측이 제출한 수정안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기간을 1주일간의 준비기간 만료일부터 '20일 이내'였던 것을 '30일 이내'로 10일 연장했다. 수사기간은 1차로 10일 연장키로 했다. 또한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보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렸으며, 특검보의 자격도 판사나 검사를 역임하지 아니한 자를 2명 이상 두도록 했다.

수정안은 또 1심 재판 판결 선고일도 당초 1개월 이내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했고 2~3심 판결 선고일도 기존안에서 각각 보름씩 연장해 전심의 판결선고일부터 각각 45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로 수정했다.

김효석 신당 원내대표는 17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위대한 힘이 거짓말 후보를 굴복시켰다"며 "우리는 예정대로 오늘 오후 2시 본회의장에서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특검법 처리 강행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