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사태 때보다 심각하다"
[심층 분석] 블룸버그 "과잉유동성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다"
"9.11 사태 때보다 심각하다."
국내 최고 국제금융통으로 평가받는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가 16일 밤 한 말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9.11 사태 때와는 달리 이번엔 상당 기간 혼란이 계속될 것 같다."
그의 예상대로 17일 한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전체에서는 전날에 이어 패닉적 상황이 재연됐다. 일본 중앙은행이 이날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후 가장 많은 1조2천억엔을 시장에 쏟아부은 것만 봐도, 사태가 점점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중앙은행의 필사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무려 전날보다 874.81포인트(5.42%)나 폭락한 15,273.68로 거래를 마감했다. 가히 공황적 상황이다. 홍콩, 한국, 대만 등 다른 나라의 상황도 오십보백보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사태는 '경제외적 돌발 변수'였다. 세계경제의 심장부 뉴욕에서 초대형 테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는 했으나,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건 아니었다.
당시 국내주가가 대폭락했을 때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무려 1조원어치 주식을 사도록 긴급지시, 국내 증시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국민은행은 그후 막대한 차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9.11 쇼크는 '펀더맨털(경제기초여건)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발한 '서브프라임 쇼크'는 '경제외적 돌발 변수'가 아닌 '경제 변수'다. 구조적 경제모순이 폭발했다는 의미다. 구조적 경제모순은 9.11사태 직후 미연준이 주도한 초저금리 정책에 따라 지난 6년간 국제적으로 유동성이 과잉공급되면서 생겨난 부동산-주식 거품, 즉 '쌍둥이 자산거품'의 파열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글로벌화를 이끈 국제적 과잉유동성 버블이 마침내 터지기 시작했다"며 최근의 위기를 '과잉유동성 버블'로 규정한 바 있다. 이 통신은 두달전인 지난 6월5일 버냉키 미연준 의장,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후쿠이 일본중앙은행 총재 등 세계경제 3극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금융회의에 나란히 참석해 행했던 거품 파열 경고를 상기시켰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국제적 과잉유동성의 원인으로 "신흥국의 경상흑자 확대에 따른 외환보유고 급증 및 산유국의 오일머니 환류, 고금리를 추구하는 금융의 기술혁신(헤지펀드의 파생금융상품)과 그에 따른 거래의 양적 확대와 거래속도 가속화, 세계경제의 약진에 따른 투자가들의 자신감 만연", 세가지를 꼽았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마지막 시장의 자신감 만연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의 오만"이라며 거품 파열 도래를 강력 경고했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버냉키 말을 상기시킨 뒤 "시장참가자들의 오만이 지금은 자신감 상실로 180도 바뀌었다"며 최근의 패닉 상황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정부는 "우리나라는 서브프라임 투자 규모가 극히 미미하고 펀더맨털도 튼튼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연일 시장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부심하고 있다. 며칠전 "일본의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시 외환위기가 같은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다"던 때와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의 '펀더맨털 튼튼론'은 시장에 거의 먹히지 않고 있다. 10년전 IMF사태 발발전 이 '펀더맨털 튼튼론'으로 경제관료들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과 주식에도 미국 등에 못지않은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어서다.
거품 파열은 단순히 주식투자, 부동산투자 손실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벌써부터 세계 실물경제의 대타격을 우려하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주택협회는 서브프라임 쇼크로 미국 부동산경기가 더욱 급랭하면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 2.9%보다 크게 낮은 1.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의 버클레이즈 캐피탈의 자산분배투자책임자인 팀 버튼은 16일(현지시간) 리포트를 통해 "채무비율이 높은 주택금융회사들의 파산이 줄줄이 시작된만큼 세계 경기사이클에 악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며 세계적 차원에서의 경기 침체를 전망했다. 그는 현재 미국과 유럽의 금융주 주가수익률(PER)이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과거 15년래 최저수준으로 급락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앨런 그린스펀은 미연준의장 시절 "거품은 터지기 시작한 뒤에야 그 존재를 알 수 있다"고 말했었다. 자신이 만든 거품이 터질 때를 대비한듯한 발언이다. 왜냐하면 그가 초저금리정책을 취할 때 세계의 경제석학들은 그에게 지구촌 곳곳에서 거품이 만연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의 포퓰리즘적 금리정책을 질타했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퇴임후 "거품은 터졌을 때 치유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품은 부동산거품 파열뒤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3년'이 증명해주듯 거품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내 최고 국제금융통으로 평가받는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가 16일 밤 한 말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9.11 사태 때와는 달리 이번엔 상당 기간 혼란이 계속될 것 같다."
그의 예상대로 17일 한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전체에서는 전날에 이어 패닉적 상황이 재연됐다. 일본 중앙은행이 이날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후 가장 많은 1조2천억엔을 시장에 쏟아부은 것만 봐도, 사태가 점점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중앙은행의 필사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무려 전날보다 874.81포인트(5.42%)나 폭락한 15,273.68로 거래를 마감했다. 가히 공황적 상황이다. 홍콩, 한국, 대만 등 다른 나라의 상황도 오십보백보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사태는 '경제외적 돌발 변수'였다. 세계경제의 심장부 뉴욕에서 초대형 테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는 했으나,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건 아니었다.
당시 국내주가가 대폭락했을 때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무려 1조원어치 주식을 사도록 긴급지시, 국내 증시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국민은행은 그후 막대한 차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9.11 쇼크는 '펀더맨털(경제기초여건)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발한 '서브프라임 쇼크'는 '경제외적 돌발 변수'가 아닌 '경제 변수'다. 구조적 경제모순이 폭발했다는 의미다. 구조적 경제모순은 9.11사태 직후 미연준이 주도한 초저금리 정책에 따라 지난 6년간 국제적으로 유동성이 과잉공급되면서 생겨난 부동산-주식 거품, 즉 '쌍둥이 자산거품'의 파열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글로벌화를 이끈 국제적 과잉유동성 버블이 마침내 터지기 시작했다"며 최근의 위기를 '과잉유동성 버블'로 규정한 바 있다. 이 통신은 두달전인 지난 6월5일 버냉키 미연준 의장,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후쿠이 일본중앙은행 총재 등 세계경제 3극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금융회의에 나란히 참석해 행했던 거품 파열 경고를 상기시켰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국제적 과잉유동성의 원인으로 "신흥국의 경상흑자 확대에 따른 외환보유고 급증 및 산유국의 오일머니 환류, 고금리를 추구하는 금융의 기술혁신(헤지펀드의 파생금융상품)과 그에 따른 거래의 양적 확대와 거래속도 가속화, 세계경제의 약진에 따른 투자가들의 자신감 만연", 세가지를 꼽았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마지막 시장의 자신감 만연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의 오만"이라며 거품 파열 도래를 강력 경고했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버냉키 말을 상기시킨 뒤 "시장참가자들의 오만이 지금은 자신감 상실로 180도 바뀌었다"며 최근의 패닉 상황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정부는 "우리나라는 서브프라임 투자 규모가 극히 미미하고 펀더맨털도 튼튼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연일 시장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부심하고 있다. 며칠전 "일본의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시 외환위기가 같은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다"던 때와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의 '펀더맨털 튼튼론'은 시장에 거의 먹히지 않고 있다. 10년전 IMF사태 발발전 이 '펀더맨털 튼튼론'으로 경제관료들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과 주식에도 미국 등에 못지않은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어서다.
거품 파열은 단순히 주식투자, 부동산투자 손실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벌써부터 세계 실물경제의 대타격을 우려하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주택협회는 서브프라임 쇼크로 미국 부동산경기가 더욱 급랭하면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 2.9%보다 크게 낮은 1.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의 버클레이즈 캐피탈의 자산분배투자책임자인 팀 버튼은 16일(현지시간) 리포트를 통해 "채무비율이 높은 주택금융회사들의 파산이 줄줄이 시작된만큼 세계 경기사이클에 악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며 세계적 차원에서의 경기 침체를 전망했다. 그는 현재 미국과 유럽의 금융주 주가수익률(PER)이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과거 15년래 최저수준으로 급락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앨런 그린스펀은 미연준의장 시절 "거품은 터지기 시작한 뒤에야 그 존재를 알 수 있다"고 말했었다. 자신이 만든 거품이 터질 때를 대비한듯한 발언이다. 왜냐하면 그가 초저금리정책을 취할 때 세계의 경제석학들은 그에게 지구촌 곳곳에서 거품이 만연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의 포퓰리즘적 금리정책을 질타했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퇴임후 "거품은 터졌을 때 치유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품은 부동산거품 파열뒤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3년'이 증명해주듯 거품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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