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한국, FTA라는 '제3의 후유'까지 떠맡게 돼"
"농업, 이제 고려장 지개에 올라" 탄식
한국은행총재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국의 경제석학인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몰고올 파괴적 후유증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농업, 이제 고려장 지개에 올라"
조 명예교수는 12일 <한겨레> 고정칼럼을 통해 "나는 미국이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패권국)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왔다"며 "슈퍼파워는 자국의 소원을 다른 나라에 대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나라를 말한다. 슈퍼파워의 세계전략에는 인정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지만, 이 말에는 함정이 있다"며 "그 자유는 강요된 자유이니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 그 협정에는 또 무역만이 아니라 투자, 방송, 문화, 법제, 정부 역할 등 경제를 넘어선 영역에서, 한국을 미국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미FTA 효과에 대해 "한국 국민 중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은 뒤 "글로벌 경제에 직접 간접으로 연결돼 있는 사람은 이익을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국민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농업에 대해 "농업은 이제 고려장의 장지로 향할 지개에 올랐다"며 "당국자들은 농민에게 피해보상을 한다고 하지만, 지개 위에 올라 있는 노인에겐 피해보상이 쉽지 않다. 피해가 얼마이며, 보상은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납득할 만한 계산을 할 방법은 없다"고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은 정부당국을 질타했다.
"미국 투자자 제소에 한국은 무슨 대책 있나"
조 명예교수는 한미FTA의 보다 근원적 문제점으로 '한국의 정체성 상실' 위기를 꼽았다.
조 명예교수는 "개개의 품목보다도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이라며 "한국은 미국 투자자에게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국가제소권을 인정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이 한국에 투자하는 업체들에 직접 간접으로 손해를 끼친다고 볼 경우,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미국기관인 세계은행 산하의 국가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라고 국가제소권 허용을 개탄했다.
그는 "미국은 크고작은 모든 문제를 법에 따라 해결하는 나라다. 미국의 법은 까다롭고, 복잡하며, 미국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른다. 미국에는 우수한 법관과 변호사가 많다"라며 "투자자의 제소에 대해, 한국은 무슨 대책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그의 애제자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도 지적한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이기도 하다.
조 명예교수는 "자유무역협정의 결과로 한국은 100개 이상의 법을 고쳐야 한다고 한다. 법을 고치면, 규정이나 관행도 미국식으로 고쳐야 한다. 끝내는 우리 문화 전체가 미국식으로 바뀜으로써 한국의 정체성이 위험하게 된다"며 "멀쩡한 나라가 왜 이렇게 돼야 하는가. 정체성이 없는 나라는 나라가 아닌데도..."라고 탄식했다.
"한국경제, 제3의 후유까지 떠맡게 돼"
조 명예교수는 또 한미FTA를 한미 우호-안보차원에서 불가피했다는 김대중 전대통령 등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이 없이는 우호관계도 없다고 볼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설익은 논리로 자유무역협정을 하다간, 나라의 정체성도 잃고 우호관계 유지도 어렵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자유무역협정은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리라는 견해도 있으나 안보는 자유무역협정과는 또 다른 문제"라며 "이것은 다른 방법, 이를테면 집단안보체제의 구축이라든가, 한-미 방위조약의 확인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미FTA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경제만을 본다고 하더라도 자유무역협정의 문제는 많다"라며 "그것은 내수산업의 쇠퇴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마련할 책임을 진 정부의 기능을 축소시킬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경험이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두 개의 큰 후유 즉, 압축성장의 후유와 국제통화기금의 과속개방의 후유에 시달려왔다. 이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제3의 후유가 추가됐다"며 "어떻게 늘어가는 후유들을 극복하는가. 이 나라가 짊어진 크나큰 과제"라는 우려로 글을 끝맺었다.
"농업, 이제 고려장 지개에 올라"
조 명예교수는 12일 <한겨레> 고정칼럼을 통해 "나는 미국이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패권국)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왔다"며 "슈퍼파워는 자국의 소원을 다른 나라에 대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나라를 말한다. 슈퍼파워의 세계전략에는 인정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지만, 이 말에는 함정이 있다"며 "그 자유는 강요된 자유이니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 그 협정에는 또 무역만이 아니라 투자, 방송, 문화, 법제, 정부 역할 등 경제를 넘어선 영역에서, 한국을 미국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미FTA 효과에 대해 "한국 국민 중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은 뒤 "글로벌 경제에 직접 간접으로 연결돼 있는 사람은 이익을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국민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농업에 대해 "농업은 이제 고려장의 장지로 향할 지개에 올랐다"며 "당국자들은 농민에게 피해보상을 한다고 하지만, 지개 위에 올라 있는 노인에겐 피해보상이 쉽지 않다. 피해가 얼마이며, 보상은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납득할 만한 계산을 할 방법은 없다"고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은 정부당국을 질타했다.
"미국 투자자 제소에 한국은 무슨 대책 있나"
조 명예교수는 한미FTA의 보다 근원적 문제점으로 '한국의 정체성 상실' 위기를 꼽았다.
조 명예교수는 "개개의 품목보다도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이라며 "한국은 미국 투자자에게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국가제소권을 인정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이 한국에 투자하는 업체들에 직접 간접으로 손해를 끼친다고 볼 경우,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미국기관인 세계은행 산하의 국가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라고 국가제소권 허용을 개탄했다.
그는 "미국은 크고작은 모든 문제를 법에 따라 해결하는 나라다. 미국의 법은 까다롭고, 복잡하며, 미국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른다. 미국에는 우수한 법관과 변호사가 많다"라며 "투자자의 제소에 대해, 한국은 무슨 대책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그의 애제자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도 지적한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이기도 하다.
조 명예교수는 "자유무역협정의 결과로 한국은 100개 이상의 법을 고쳐야 한다고 한다. 법을 고치면, 규정이나 관행도 미국식으로 고쳐야 한다. 끝내는 우리 문화 전체가 미국식으로 바뀜으로써 한국의 정체성이 위험하게 된다"며 "멀쩡한 나라가 왜 이렇게 돼야 하는가. 정체성이 없는 나라는 나라가 아닌데도..."라고 탄식했다.
"한국경제, 제3의 후유까지 떠맡게 돼"
조 명예교수는 또 한미FTA를 한미 우호-안보차원에서 불가피했다는 김대중 전대통령 등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이 없이는 우호관계도 없다고 볼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설익은 논리로 자유무역협정을 하다간, 나라의 정체성도 잃고 우호관계 유지도 어렵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자유무역협정은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리라는 견해도 있으나 안보는 자유무역협정과는 또 다른 문제"라며 "이것은 다른 방법, 이를테면 집단안보체제의 구축이라든가, 한-미 방위조약의 확인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미FTA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경제만을 본다고 하더라도 자유무역협정의 문제는 많다"라며 "그것은 내수산업의 쇠퇴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마련할 책임을 진 정부의 기능을 축소시킬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경험이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두 개의 큰 후유 즉, 압축성장의 후유와 국제통화기금의 과속개방의 후유에 시달려왔다. 이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제3의 후유가 추가됐다"며 "어떻게 늘어가는 후유들을 극복하는가. 이 나라가 짊어진 크나큰 과제"라는 우려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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