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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버스 80대, 2만 5천명...'이명박의 힘'

<현장> 한국출판사상 최대규모 ‘이명박 출판기념회’

부산, 경남, 대구, 경북, 광주, 전남, 대전 등 전국에서 올라온 관광 버스만 80여대, 행사장을 가득메운 2만 5천여명의 사람들. 13일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출판기념회’의 풍광이다.

행사 시간 맞추려 버스 앞에서 돗자리 깐 김천 사람들

공식행사 시작 30분 전인 오후 1시 30분 킨텍스 남문 출입구 옆 도로변. 5,60대의 여성들이 돗자리를 깔고 차량 옆에서 김밥 등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이 날 오전 8시, 경북 김천을 출발했던 이들은 상경 도중 응급환자가 발생, 천안 모 병원을 들렀다 오는 통에 도착예정 시간인 11시를 훌쩍넘긴 오후 1시 30분이 돼서야 겨우 행사장에 도착해 늦은 식사를 해야 했다.

서울에서 온 같은 회사 소속의 버스 5대가 각 지역구를 표시하며 늘어서있다. ⓒ김동현 기자


“어디서 오셨어요?”
“버스 간판(차량번호판) 보면 알꺼 아입니꺼? 김천서 왔어예.”

“이명박 전 서울시장 팬인가봐요?”
“팬이지예.”

“요즘 한나라당이 경선 때문에 시끄럽던데, 어머니는 박근혜 전 대표보다는 이 전 시장을 지지하시겠어요?”
“아이, 그래도 박 대표도 좋고 이 시장도 좋고 그런 거지예. 어떡하든 한나라당이 나라 잡아야지, 싸우면 안됩니더.”

“그런데 그 먼 김천에서 어떻게 오셨어요? 주로 무슨 일 하시는 분들이예요?”
“한 45명 정도 왔는데 뭐 사업하는 사람도 있고, 농사짓는 사람도 있고, 공무원도 있고 뭐 그런 거지예.”

“공무원요? 공무원이 지금 일과 시간에 어떻게 왔어요?”
“아니 내가 공무원이 아니라 남편이... 남편이 못가서 가라고 해서 왔습니더.”

그는 ‘누가 주선해서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끝내 말을 아꼈다.
“그냥 주선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더. 그런 거지예.”

주차장 내부에 주차된 관광버스만 50대. 외곽 도로변에도 2열 종대로 30대 가량의 관광버스가 도열돼 있었다. ⓒ김동현 기자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양천구, 관악구’ 줄지은 서울발 관광버스

김천에서 올라온 이들처럼 킨텍스 남쪽 출입문 옆 도로변에는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전국에서 올라온 관광 버스차량이 도로변 2열 종대로 늘어서는 통에 경찰은 교통 단속에 애를 먹고 있었다.

이처럼 도로변에 2열 종대로 늘어선 관광버스만 30여대. 지역도 다양했다. 버스 차량 번호판에는 전남, 광주, 경기, 대전, 경남 등 각양각색이었다. 한 버스 차량 앞 유리문에는 ‘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회 광주지회’라고 또렷이 적혀 있었다.

기자가 이들을 향해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이들 중 일부는 황급히 버스 차량 앞 유리문에 부착된 표지판을 떼어내며 경계하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한 사람의 통제를 받으며 일렬로 행사장인 킨텍스 쪽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반대편 차도에도 4~5대의 관광버스가 도열해 있었다. 사람들을 행사장에 내려주고 방향을 틀어 행사장을 들락거리는 버스도 눈에 띠었다.

같은 시각, 킨텍스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50여대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주차관리자는 “우리 주차장에는 1백대 버스 주차공간이 있는데 지금 50대만 주차하고 나머지 50여곳은 일반 승용차가 주차해 있다”고 말했다.

킨텍스 주차장에 늘어서 있던 관광 버스 역시 전국 각지의 표지판을 달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똑같은 회사 소속의 버스 5대가 연달아 주차돼 있었다는 사실. 이들 5대의 버스 앞 유리문에는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양천구, 관악구’라고 씌어있었다. 버스 기사에 따르면 각 지역구에서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그 이상의 내용은 자신들도 모른다고 했다.

부산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버스에서 내린 인사들은 황급히 행사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김동현 기자


“오늘 데모하러 왔어요?”, “네? 이명박 시장님이 책팔아요?”

이 곳에서 만난 또다른 버스 기사들은 기자를 보자 대뜸 “오늘 무슨 일 있어요? 오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요? 데모해요?”라고 물었다. 자신들이 몰고 온 관광 버스 옆으로 전경 버스 3대가 도열해 있는 것에 사단이라도 났냐는 질문이었다.

이 전 시장 출판기념회가 있다고 기자가 설명하자, “정말요? 우린 그냥 회사에서 사람들 태우고 여기 가라고 해서 와서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그런데 이명박 시장님이 여기서 책 팔아요?”라며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날 경기 일산경찰서는 2개중대 1백여명의 병력을 행사장에 급파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질서유지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덩달아 경기 선관위, 중앙 선관위 관계자 등 1백여명의 선관위 관계자도 이 날 행사를 예의주시했다.

경기선관위 관계자는 “이 날 행사의 위법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관광 버스도 총 50대로 공식 추산했다. 그러나 본지를 포함 현장 외곽취재에 나섰던 복수의 기자들이 선관위 측의 공식 추산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언론사 기자는 "어떻게 버스가 50대 왔나"며 "우리가 주차장 내부에서만 본 버스만 해도 50대, 거기다 남쪽 출입구 도로변, 서쪽 출입구 도로변에만 족히 4, 50대는 주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차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날 킨텍스 주차장을 가득 메운 승용차는 대략 2천5백대선. 킨텍스 뒤편 6천대 규모의 임시주차장에 주차된 주차된 차량까지 합하면 공식 집계조차 불가능했다.

“국내 최대 출판기념회, 이런 출판기념회는 처음 봐”

행사장 내부는 그야말로 이 전 시장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자신의 캠프인 안국포럼 관계자와 외부 행사 진행요원들이 투입돼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며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날 행사를 맡은 탤런트 유인촌 씨는 리허설에서 "오늘 행사는 순수한 출판기념회라 절대 정치적 구호나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고 관계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5개 홀의 전시장이 있는 킨텍스에 이 전 시장측은 2~3홀, 4천평 규모의 행사장을 대여, 2만 5천명의 인원을 맞이했다. 행사진행 도우미만 족히 2백여명은 넘어 보였다. ‘이명박 출판기념회’가 씌어있는 어깨띠를 두른 한 도우미는 “강남 공성진 의원 지역구에서 자원봉사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지역구에서만 3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파견됐다고 밝혔다.

행사장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한 도우미는 “안국포럼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했다”며 “안국포럼에서만 1백여명 넘게 왔다”고 밝혔다. 20여개 음료가판대마다 2~3명씩 짝을 지어 도열해 있던 도우미들은, 사람들이 다가와 음료를 찾자 커피와 녹차 등 음료를 꺼냈다.

2~3홀 등 2개 홀을 터 마련한 행사장 중 뒤편에서는 이 전 시장의 책을 현장에서 판매하는 도서가판대만 40개가 마련됐다. 도서 가판대에 있던 사람들은 이 전 시장의 책 수천권을 옮기느라 행사 시작 전부터 분주했다. 또다른 가판대에서는 이 전 시장의 책을 웹으로 읽을 수 있는 e-북이 판매되고 있었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오디오로 엮은 이 전 시장의 책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출판관계자는 “오전에 왔을 때 우리는 한 개 홀만 사용해도 많을 것 같았는데 막상 현장에 오니 두 개홀을 모두 터 행사장을 마련한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 날 출판기념회의 규모에 놀라워했다. 그는 “보통 유명 인사의 출판기념회는 유명 호텔 등에서 하던데 이렇게 큰 행사장을 빌려 출판기념회를 갖는 것은 처음 본다”며 “세계 최대는 잘 몰라도 내가 본 것 중 국내 최대 규모의 출판기념회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날 현장에 설치된 책 가판대만 무려 40개. 이 전 시장의 책은 이 날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었다. ⓒ김동현 기자


마치 한나라당 경선 대회 열린 듯

공식 행사가 시작되면서 이 날 ‘국내 최대 규모’의 출판기념회의 위력이 드러났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의 축사가 대형 멀티비전을 장식하며 음향이 쩌렁쩌렁 울리자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특히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인사말이 좌우 양쪽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나가고, 객석을 채운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자 마치 한나라당 경선대회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행사 도중 화장실을 들른 사람들은 상상하지도 못하는 인파가 밀려온 탓에 화장실 앞에서 길게 늘어서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주최측이 마련한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아예 행사장 한가운데 신문지와 박스 등을 깔고 앉고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나오는 행사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 날의 주인공 이 전 시장의 인사말로 1시간 40여분의 공식행사는 끝났다. 돌아가는 수만의 인파들에게 가수 김태우는 무대 위에서 나훈아의 ‘사랑’을 부르며 흥을 돋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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