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盧의 최후 승부수, '탈당 임펙트'

'2차 집단탈당' 차단, 한나라 "얼떨결에 큰 며느리 돼 제사지낼 판"

노무현 대통령이 이르면 22일 저녁 열린우리당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와 만찬석상에서 할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예외없이 '무(無)여당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2차 집단탈당' 차단용

노 대통령 탈당은 열린당 탈당사태가 시작되면서 대통령 본인이 먼저 언급했던 것으로 새로울 건 없다. 그러나 임기국회가 끝난 뒤가 될 것이라던 종전의 청와대 전언과 달리 이렇게 앞당겨진 데에는 역시 '탈당' 사태가 주요인이다.

열린당은 큰 잡음없이 2.14 전당대회를 치루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열린당이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열린당 지지율은 전당대회후 더 떨어져 일부 여론조사에선 한 자리 숫자까지 급락했다. 국민의 철저한 외면에 직면한 셈. 당연히 열린당과 함께 정권 재창출을 하자는 정당이나 시민단체, 명망가들도 거의 없다. '불임정당'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당연히 '2차 집단탈당'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차 집단탈당'이 관료 등 보수성향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면 '2차 집단탈당'은 김근태계인 민평련 등 개혁성향 의원들이 중심축을 이룰 분위기다. 앞서 탈당한 김근태계인 유선호 의원은 '이달말, 내달초'라는 탈당시점과 '30명선'이라는 탈당규모까지 언급할 정도다.

노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2차 집단탈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이들이 빠져나갈 경우 열린당은 친노세력과 전국구의원들만 남으며,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표현대로 '소멸'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진보진영을 질타하는 편지에서 "나에겐 다음정권 창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진보세력에 대한 불쾌감을 토로하는 과정에 나온 발언이지, 실제로 노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관심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주변 전언에 따르면, 노 대통령만큼 '초인적 권력의지'의 소유자도 드물다. 정권 재창출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설령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더라도 강력한 거대야당은 유지해야 한다는 게 노대통령 생각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열린당 공중분해를 막아야 한다. '2차 집단탈당' 사태를 막아야 한다. 당초 "당이 원한다면..."이란 미묘한 전제를 달아 탈당 여부 자체가 불확실해보였던 노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탈당을 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당'이란 최후 승부수를 던진 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한나라당 "얼떨결에 큰며느리가 돼 제사만 지내는 형국"

노 대통령 탈당의 두번째 타깃은 한나라당이다.

노 대통령이 탈당을 단행하면 열린당 탈당사태로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은 싫든좋든 노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은 이미 강재섭 대표와의 이른바 '민생 여야영수회담'에서 사학법과 사법개혁법을 '빅딜'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달 진보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이를 약속한 상태다. 이때도 한나라당 협조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으며, 당론으로 한미FTA를 지지해온 한나라당도 노대통령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노 대통령 임기말, 진보진영이 강력반발하는 사안들에 대해 한나라당이 노대통령 방패막이가 돼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집요한 '물귀신 작전'에 발목 잡히는 모양새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노대통령 탈당에 강력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딜레마 때문이었다.

21일 한나라당 최고중진회의에서는 한나라당의 곤혹감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강재섭 대표는 “얼떨결에 큰며느리가 되어서 제사만 지내는 형국이 되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열린당 탈당사태후 오히려 선명성 경쟁이 더욱 촉진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고,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도 “사실상 여당이 편만 갈렸지 행동은 갈리지 않았다. 법률적으로 제1당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당면한 상황에 대한 곤혹감을 드러냈다. 정형근 최고위원 역시 “원내교섭단체가 하나 더 생기면서 상임위 운영에 있어서 교섭단체별 간사수가 1대 1에서 1대 2로 바뀌는 형국이 되어서 더욱 상임위 운영이 어려워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노대통령과 함께 한미FTA, 사학법 등 진보진영의 거센 반발을 사는 사안들을 강행처리해나갈 경우 연말대선때 '반노-반한나라 전선'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분열, 그리고 노대통령 탈당

노 대통령 탈당은 최근 후보검증을 놓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한나라당 내홍과 맞물려 대선정국에 중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탈당후 거침없는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물러나는 마지막 날까지 뒤집을 건 다 뒤집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읽힌다. 타깃은 여권이 될 수도, 야권이 될 수도 있다. 언론이 될 수도 있고 재계가 될 수도 있다. 삼엄한 사정의 회오리가 몰아닥칠 수도 있다. 탈당한 만큼 정치적 부담도, 거리낌도 없을 것이다.

노태우 정권말기의 일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힘이 빠질대로 빠져 식물인간 취급을 받았다. 모두가 대통령당선자인 YS 눈치를 보기에 급급할 때였다. 그때 모재벌총수가 측근들에게 퇴임할 날까지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깍듯한 예우를 지시했다. 이유인즉 "아무리 힘빠진 호랑이이긴 하나, 대통령에겐 물러나는 날이라도 재벌 하나쯤은 해체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었다.
박태견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7 29
    국민

    탈당을 하던 복당을 하던 니맘대로 해라
    너무 까불다간 태우처럼 감방갈거여.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