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고니, 4대강사업으로 집단 아사 직전
4대강 보 때문에 강물 꽁꽁 얼어, 철새들 먹이 못구해
7일 대구환경연합에 따르면, 해평습지 인근의 낙동강은 아무리 추운 날이어도 강 가장자리만 얼 뿐 강 중앙까지 언 적이 없었으나 4대강사업이 완료되고 맞은 첫 겨울, 강 전체가 꽝꽝 얼어버렸고 그 결과 고니들의 먹이활동이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4대강사업 준설로 모래톱과 갈대밭이 사라지면서 강 속의 수초나 갈대 뿌리, 매자기, 뿌리줄기 등 고니의 먹이도 대부분 사라져 고니는 더욱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됐다.
현장을 둘러본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은 환경연합 홈피에 "현재 해평습지의 고니들은 하루종일 강 얼음 위에서 미동조차 않은 채 누워만 있다"며 "심지어 누워있는 상태에서 배설을 할 정도로 기력이 쇠약해졌고, 이대로라면 날이 풀려도 먼 거리를 다시 날아갈 수 있는 힘도 비축하지 못할 뿐더러, 이 기간이 길어진다면 집단아사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에 대구환경연합은 지난주부터 긴급히 고구마를 손질해 고니들에게 공급하고 있고, '습지와새들의친구', '우이령사람들', '산과자연의친구' 등 환경단체들도 모금 등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정 국장은 "그러나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해평습지 아래 칠곡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라며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면 일단 강이 얼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고니들이 안전하게 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먹이활동도 일부 가능할 것"이라며 당국에게 즉각적 수문 개방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여름 녹조대란과 가을 물고기 떼죽음에 이어 이번 겨울 야생동물과 철새들의 생존문제까지, 4대강사업은 처음의 목적과 달리 강의 생태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따라서 지금이라도 4대강사업의 문제를 다시 짚어보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근본적인 처방은 4대강보의 수문을 열어 강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며 거듭 수문 개방을 촉구했다.
정 국장에 따르면, 8개의 보가 세워진 낙동강은 꽁꽁 얼어붙었으나 같은 기간 낙동강의 지천인 '흐르는 금호강'은 얼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이명박 정부 국정성과 보고서>를 통해 4대강사업에 대해 "기후변화로 전 세계적으로 홍수피해가 빈발하고 있지만 준설로 홍수위가 낮아져 약 200년 빈도의 대규모 홍수에도 안전해졌다"며 "4대강 본류에 7.2억m2의 수량이 추가확보돼 2012년 6월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본류주변에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했다"고 4대강사업을 자화자찬했다. 겨울철새들이 집단 아사 위기에 직면한 낙동강을 한번 둘러보고도 이런 자찬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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