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축구 종주국' 영국을 침몰시키고 올림픽 도전 64년 만에 사상 첫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비견될만한 또하나의 신화 탄생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개최국 영국과 맞붙어 한치도 밀리지 않는 연장 120분 접전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극적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8일 4강전에서 '강적' 브라질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브라질마저 꺾게 되면 금메달에 도전하게 된다. 4강전에서 패하더라도 3-4위전을 통해 이번 대회 목표인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이날 영국전은 한국팀이 밀레니엄 경기장에 모인 7만 영국 관중의 일방적 응원과 텃세의 벽을 뚫고 일궈낸, 100% 실력의 결과물이었다.
한국팀은 처음부터 조금도 밀리지 않고 거센 압박 수비로 영국의 공세를 차단하면서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마침내 전반 29분 지동원이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기에 이르렀다.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서 밀어준 볼을 지동원이 정면에서 왼발 프런트 슈팅으로 영국의 망을 뒤흔들었다
그러자 곧바로 영국에게 두차례 페널티킥이 돌아갔다. 전반 36분 라이언 버트랜드의 슈팅이 몸을 날려 막으려 했던 오재석의 손에 우연히 맞으면서 첫 번째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한국팀은 강력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키커로 나선 애런 램지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다.
4분 뒤에 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영국 공격수 다니엘 스터리지가 돌파하는 과정에서 황석호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러나 우리에겐 정성룡이 있었다. 램지의 페널티킥 방향을 정확히 예측히 읽은 정성룡은 절묘한 수비로 막아냈고 이때부터 경기 주도권은 다시 한국이 단단히 거머쥐게 됐다.
고받은 한국은 후반 9분 이날의 영웅 정성룡이 수비 과정에 영국의 리처즈 마이커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어깨 부위를 다쳐 이범영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이범영은 정성룡 이상의 맹활약을 했다.
후반과 연장전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양팀 모두 선제공격수 4명은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승부는 다섯번째 공격에서 갈렸다. 이범영은 영국의 4번 키커까지 골을 내줬지만 5번 키커인 스터리지의 슈팅을 왼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내면서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어 한국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영국 골대 왼쪽 구석에 강하게 볼을 꽂아 한국의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적진 한가운데에서 아무런 어드밴티지 없이, 도리어 눈에 보이지 않는 온갖 텃세에도 불구하고 100% 실력으로 일궈낸 새로운 신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