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1)가 24일(현지시간) 이집트 대통령이 됐다. 이날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이집트 민중들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된지 딱 500일만의 일로, 이집트 민주주의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집트 서민들의 강력 지지를 받고 있는 최대 이슬람조직인 무슬림형제단 후보인 무르시가 이집트 역사상 60년만에 처음으로 치러진 자유민주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민선대통령이 되면서 이집트는 물론, 중동 전역의 기존역학질서에 일대 격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집트 중앙선관위의 파루크 술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카이로의 선관위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르시가 대선 결선투표에서 51.73%를 득표해 48.27%를 기록한 아흐메드 샤피크(71)를 앞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집트 대선 결선투표 결과는 애초 21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400건의 부정선거 의혹 조사를 이유로 연기됐었다.

무라바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집트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이날 수만 명의 시민이 모여 대선 결과 발표를 기다리다가 무르시 당선이 확정되자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눈물을 흘리면서 환호했으며, 이집트 전역에서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집트 민중혁명 승리를 자축했다.

무르시는 대선후보 선출 뒤 인터뷰에서 “누구든 이슬람주의로 무장한 새로운 이집트 탄생을 방해하는 짓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막판까지 권력을 놓지 않으려 각종 공세를 펴온 이집트 군부에 대한 우회적 경고로 풀이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14일 부정선거를 이유로 의회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 등 이슬람당이 장악한 의회 활동도 중단됐다.

또한 군최고위원회(SCAF)는 지난 17일 대선 투표가 종료되자마자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군부가 독자적으로 예산권을 갖는 임시헌법을 발표했다. 군 최고위원회는 헌재 결정을 앞세워 의회 해산을 명령하고 당국의 허가 없이 의원의 의사당 진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군부가 계속 기득권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자 무르시는 군부에 대해 경고를 하면서도 국내외 우려를 의식해 급격한 변화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대선기간중 기독교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자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무르시는 대통령 당선 확정후 TV연설을 통해서도 "모든 이집트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모든 국제 조약과 협정을 준수하겠다"며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집트의 위대한 국민들에게 국민단결을 더 강화해줄 것을 호소한다"며 단결만이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집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모든 국제 조약과 협정을 준수하겠다"며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는 점을 세계 만방에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고한 이슬람 원칙주의자인 무르시가 집권하면서 기존의 중동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다수 국민이 극심한 양극화로 절대 빈곤 상태에 빠져있으며 청년층이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무르시 정권은 필연적으로 정책 추진과정에 기득권층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 군부와의 정면 대결도 예상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이집트에 친미정권을 세워 중동질서를 콘트롤해온 미국과의 갈등도 예상되는 등 무르시 정권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반합법단체로 출발한 무슬림형제단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기존 중동질서에 코페르니쿠스적 변혁이 예상되는 등, 위키리크스의 미국 극비문서 폭로로 촉발된 중동의 '쟈스민 혁명'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