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장 퇴임 50일전에 파이시티에 특혜"
도계위 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설변경 승인
25일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6년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터미널 연면적보다 4배가 넘는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시설 변경을 강행했다. 당시는 파이시티 대표 이모씨가 MB 최측근인 최시중·박영준을 만나 로비를 펼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파이시티 사업 관련 안건이 상정된 2005년 11월24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소관 부서인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화물터미널에 대규모 점포를 들이는 것은 경미한 사항’이라며 도계위 심의·의결 안건이 아닌 자문 안건으로 올렸다.
이에 몇몇 도시계획위원들은 “중요사항의 변경에 해당한다”, “엄청난 안이다. 경부고속도로 옆인데다 교통난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세부시설 변경이므로 자문사항’이라며 안건 논의를 독려했다.
이어 서울시는 13일 뒤인 2005년 12월7일 도계위에 파이시티의 대규모 점포 용적률(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 400% 이하로 하는 안을 자문안건으로 올렸다. 일부 도시계획위원들은 해당 지역이 도시계획상 화물터미널 터인데도 “대규모 점포의 연면적이 18만7300㎡로 화물터미널 면적(3만9800㎡)의 4배가 넘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교통 문제가 우려된다”, “서울 관문에 서울에서 세번째로 큰 건물이 들어서는데, 이렇게 급속히(13일 만에) 안건이 올라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사회자는 교통 문제를 시 관련 부서가 보완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하자며 회의를 끝맺었다.
서울시 내부 의견수렴 과정에서 ‘교통영향 의견’을 냈던 정순구 당시 서울시 교통국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설변경을 하면 토지가치가 훨씬 올라간다. 로비 의혹 등의 위험이 있어 ‘애초 화물터미널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침을 실무 직원들에게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임기 만료를 50일 앞둔 2006년 5월11일, 전체 연면적 77만5000㎡에 대규모 점포와 창고, 터미널 등을 허용하는 ‘도시계획 세부시설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
파이시티 사업은, 이후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8년 8월 서울시가 이곳에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연면적의 20%인 15만5000㎡)을 ‘터미널 부대시설’로 허용하는 안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여러 위원들은 “업무시설을 ‘터미널 부대시설 사무소’로 인정해 사실상 오피스빌딩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한다면, 도계위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등 반발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부대시설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도계위는 그대로 의결했다. 두달 뒤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김성곤 의원(민주당)은 “파이시티의 업무시설은 한마디로 대규모 사무실이며, 강남의 사무실 분양가를 감안하면 시행사에 5000억원대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겨주는 특혜”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는 파이시티 문제와 관련해 이날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 전반을 파악중”이라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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