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영결식 엄수, "우리는 모두 빚진 자"
<현장> "10년 민주정권, MB정부라는 기형아 낳은 책임 있어"
함세웅 신부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사제단은 생전에 김 고문에게 '더 싸우라', '더 열정적으로 앞에 나서라'고 요구했다"며 "그가 혹독한 고문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전기 고문을 당한 김 고문은 이전과 다른 내적, 외적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분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청년 시절의 열정을 갖고 앞장서라고 밀어붙였다"며 "그걸 반성하고 인재근 여사에게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함 신부는 이어 "오늘을 계기로 고문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치유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며 "그동안 가족들의 아픔을 너무 잊고 살았다. 앞으로 국회를 통해, 법개정을 통해 치유센터를 건립할 수 있도록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영결미사에 이어 영결식에서는 김 고문의 정치적 동지와 후배들의 애통한 추모사가 잇달았다.
공동 장례위원장을 지선 스님은 "김근태 정신은 민주주의는 타협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것"이라며 "민주열사의 피와 땀으로 이룬 우리의 민주세력은 국민.참여정부 10년을 성취했지만 중산층과 우리사회의 공동체를 와해시키면서 결국 이명박 정부라는 기형아를 낳게 한 책임이 있다"고 민주세력의 자성을 촉구했다.
지선 스님은 이어 "당신은 우리에게 2012년을 책임의 원년으로 선포하기 위해 신년 백두에 우리 곁을 떠났다"며 "절차적 민주주의의 내용을 완성시키기 위해 정신 차려 슬픔을 가누고 김근태의 정신을 노래하자"고 강조했다.
원혜영 민주통합동 공동대표는 "당신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 땅의 민주주의는 싹을 틔었다"며 "당신께서 떠나신 후에 당신의 삶은 수백.수천만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잡아, 살아 생전 보여주신 민주주의, 평화, 복지, 통일로 가는 길을 밝히는 횃불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대의 과제에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섰던 김근태 선배님, 2012년 우리의 승리를 먼 곳에서라도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당신께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2012년을 점령하라'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 2012년 반드시 민주주의를 되찾고 국민의 희망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김 고문의 고교, 대학 1년 선배인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은 "시대의 과제에 물러서지 않은 당신에게 우리 모두 빚진 자"라며 "당신이 보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김근태를 가슴에 품고 작은 김근태의 몸짓으로 당신에게 진 빚을 갚으려 애쓰는 이 뭇사람들의 성의를 너그러이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인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고문으로 인한 상처와 파킨슨병에도 당신은 세상의 변화를 정확히 간파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며 "우리는 우리의 철학·가치·전략을 제시해주던 사람을 잃고 말았다"고 애통해했다.
정희성 시인의 추모시 낭독, 장사익씨의 추모 공연과 전종훈 신부 집전 아래 고별식을 마친 후 영결식을 마무리하고 유족과 지인들은 10대의 버스를 나눠타고 명동성당을 떠났다.
운구행렬은 청계5가 전태일 거리에서 10여분간 노제를 치른 후 도봉구 쌍문동 고인의 사무실 앞을 경유해 영원한 안식처인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향했다. 장례위원회는 사회장으로 치러진 지난 5일간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과 각 시도당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5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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