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 시민들 "한나라당 해체하라"
"술김에 디도스 공격했다고 믿을 국민이 어디 있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이날 오후 5시 청계광장에서 주말 집회로는 세번째로 열린 한미FTA 날치기 규탄 범국민대회에는 영하의 매서운 날씨 때문에 수백명 규모의 집회에 그칠 것이란 경찰의 예상을 깨고 1만여명(경찰수산 2천300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동아일보 사옥 앞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차가운 바닥에 신문 등을 깔고 앉아 2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날치기 무효", "MB정권 퇴진", "한나라당 해체" 등을 주장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디도스 공격 때문에 한나라당은 마비 상태다. 술김에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하는데 이걸 믿는 국민이 있나"라며 "이런 정부와는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다"며 MB 퇴진과 한나라당 해체를 주장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정당연설회는 합법적인 행사인데 경찰이 자꾸만 불법시위라고 위협하고 있다"며 "오늘 운동화가 벗겨질까봐 평소보다 높은걸로 신고나왔으니 경찰도 모자에 고무줄 달아서 나올 각오를 해라"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 보면 청와대에서도 깜짝 놀랬을 것"이라며 "지금 이 판에 등원하겠다고 여야 원내대표가 발표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등원 합의를 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야당과 사회단체 대표자들의 발언에 이어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꼬는 노래와 판소리 등 문화공연도 이어졌고, 시위대들은 오후 7시50분께 범국민대회를 끝내고 명동성당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청계천을 거쳐 을지로2가로 진입하려다 경찰의 봉쇄에 막힌 참가자들은 흩어져 을지로3가와 퇴계로, 회현사거리, 을지로입구, 종로2가 등 도심 곳곳에서 도로와 인도를 통해 행진했고,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으나 연행자는 없었다. 시위대는 밤 9시30분께 명동성당 앞에 집결해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대련 소속 학생 15명은 이날 정오께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전원 연행돼 강남경찰서와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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