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방어에 동원된 4대 연금, 천문학적 손실
'외국인 현금자동지급기' 역할마저 국민 부담만 키워
주식을 계속 사들였지만 수익률 하락으로 평가액은 오히려 줄었다. 연초 대비 누적수익률이 자산운용사들과 코스피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
27일 각 연금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연금의 9월 말 주식투자 누적 수익률은 -15.58%였다.
이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의 국내 주식 직접투자 수익률과 직접투자를 하지 않는 군인연금의 주식 간접투자 수익률의 평균이다.
사학연금 수익률이 -17.11%로 가장 나빴다. 공무원연금은 -16.4%였으며 군인연금이 -14.7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14.01%였다.
9월 말까지 코스피 수익률은 연초 대비 -13.72%였고, 국내 44개 자산운용사 평균은 -14.39%로 나타났다.
연금의 수익률 악화는 코스피가 폭락한 8~9월에 두드러졌다.
7월 말까지 4대 연금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4.3%로 코스피 수익률을 2.29%포인트 초과했다. 그러나 9월 말에는 4대 연금 평균 누적 수익률이 -15.58%, 코스피는 -13.72%로 역전됐다.
8~9월 두달간 4대 연금의 누적 수익률은 19.88%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누적 수익률은 17.73%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연금의 7월 말 국내 직접투자 보유주식 평가액은 30조3천738억원이었으나 9월 말 27조4천685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사학연금의 국내 직접투자 보유주식 평가액은 8천343억원에서 8천317억원으로 감소했다.
연기금은 폭락장에서 지수 하락을 방어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금의 투자 성과는 장기적인 흐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시장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성과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금들은 폭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투자 성과를 거뒀다.
연금의 안정적인 운용은 수익이 국민 세금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올해에만 3조 가까운 세금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 보전금으로 흘러들어 갔다. 아직 재정 흑자인 국민연금과 사학연금도 급격한 고령화로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에 앞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 적자 규모를 최소화하려면 효과적인 기금 운용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국외주식 투자비중을 12.4배 늘렸으며 내년에도 국외 주식과 대체투자의 투자 허용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섣불리 공격적인 국외 투자에 나섰다가 오히려 수익률이 하락할 우려도 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2006~2010년 해외 위탁운용 주식 평균 수익률은 각각 -2.30%와 -5.33%로 모두 마이너스였다.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수익률을 높여서 연금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률로 적자를 만회하려다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