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물경제 급랭, '제2 위기' 오나
7월부터 급랭하더니 8월 더 심각, 무역적자 가능성까지
이미 7월부터 광공업생산이 감소하면서 가동률이 떨어지고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더니, 8월 들어서는 이런 추세가 더 가속화되면서 무역수지마저 18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서려 하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광공업생산이 전달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 4월(-1.7%) 이후 석달 만이다.
광공업생산의 전년동월비는 2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3.8%라는 증가폭은 지난해 9월 2.9%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7월 제조업의 평균가동률 역시 82.1%로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했고, 생산자제품 출하 역시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물건이 안팔리면서 재고는 전년 동월보다 10.1%나 급증했다.
설비투자도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했으며 전월대비로는 5.6%나 줄었다. 특히 건설기성(경상)도 전년 동월 대비 7.4% 감소했으며 전월보다는 10.8% 줄었고, 건설수주(경상)는 전년 동월 대비 34.6%나 급감했다.
전날인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월 들어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조업체의 업황BSI를 구성하는 매출·생산·신규수주·가동률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2009년 9월 이후 2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매출BSI는 7월 104에서 8월 95로 9포인트 하락했다. 생산은 102에서 97로, 신규수주는 100에서 93으로 떨어졌고 가동률은 100에서 95로 밀렸다. 100 아래면 경기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후반에 반등했던 한국 경제가 다시 곤두박질 칠 위험에 빠졌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 비중이 지난 2분기 54%로 사상 최고 수준를 기록할 정도로 MB집권후 '고환율 정책'을 펼친 결과 수출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아진 한국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하기 시작한 양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257억1천700만달러를, 수입은 304억5천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47억3천900만달러에 달했다.
8월이 휴가철인 데다 선박수출 실적 등이 지난달 미리 반영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적자폭이 너무 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수지 적자는 절반 수준에 불과한 25억7500만달러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18개월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3년전 미국발 금융위기때는 중국이 4조위안의 천문학적 경기부양 정책을 펼친 결과 한국이 최대 수혜국이 되면서 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중국도 살인적 인플레 때문에 긴축정책을 펴면서 한국 수출이 치명적 타격을 입기 시작한 모양새다.
우려대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경우 그 파장은 클 전망이다. 우선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에서 이탈해온 외국계 자금의 이탈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금융쇼크는 다시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한국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저축은행·건설업체 연쇄도산 및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85개 저축은행 경영진단을 실시한 결과 대형저축은행을 포함한 15개 저축은행의 BIS비율이 5% 미만으로 파악됐다는 보도도 나와, 이같은 우려를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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