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후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반미의 기치 아래 보복 '성전'을 불사할 태세를 보이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서둘러 자국민과 주요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태세 강화에 나섰다.

3일 AFP 와 독일의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빈 라덴의 죽음을 '순교'로 추앙하며 미국과의 `성전'을 결의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 동남아 일부 국가들은 이슬람 과격단체들에 의한 보복공격에 대비한 안보태세 강화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파키스탄 무장단체 '라시카르-에-토이바(LeT)'의 창설자 하피즈 모하마드 사이드는 지난 2일 라호르에 있는 LeT 본부에서 수 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빈 라덴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LeT는 지난 2008년 11월 모두 166명이 희생된 인도 뭄바이 테러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장단체다.

사이드의 대변인 야히야 무자히드에 전언에 따르면 사이드는 이날 기도회에서 "빈 라덴은 무슬림 세계를 각성시킨 위대한 사람"이라며 "순교는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무슬림의 긍지"라고 성전을 독려했다.

빈 라덴이 1990년대 5년간 머문 적이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도 급진 이슬람 정당이 주도한 빈 라덴 추도 기도회가 약 1천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기도회는 곧 반미 시위로 이어졌으며 참석자들은 "지하드(성전)"와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미 결의를 새롭게 다졌고, 집회에 참석한 수니파 이슬람 성직자들은 아랍 각국 지도자들에게 미국에 대적해 싸우라고 촉구했다.

수단을 비롯한 '마그레브' 지역도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인 'AQIM'이 건재한 상태여서 빈덴 제거 후 보복 테러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수메일로 부베예 마이가 말리 외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빈 라덴의 죽음으로 AQIM이 더욱 활개를 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빈 라덴 제거작전을 수행한 미국과 알-카에다 연계 과격단체가 건재한 동남아시아, 이슬람의 잦은 테러표적이 돼 온 서방 각국도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간에 걸쳐 보복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빈 라덴 제거 작전이 벌어진 파키스탄 주재 대사관의 대외 업무와 페샤와르 및 라호르, 카라치 소재 영사 업무를 잠정 중단한 채 당분간 자국민 보호 등 긴급 업무만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지역,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내 대사관의 경비를 강화하고, 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구호요원과 주재원에게도 신변 안전에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파키스탄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보복 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경계를 강화했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요주의 지역에 있는 대사관에 프랑스 시설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도록 통보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공항과 역사 등에 경비를 강화했으며 지난 2일에는 자국내 미국과 파키스탄 자산ㆍ시설을 비롯해 바티칸 주변을 주의 깊게 감시하라고 치안당국에 지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테러범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는 법"이라며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이번 주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까지 겹쳐 경계 수위를 한층 강화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정상회의장 인근 등 테러 위험이 있는 지역에 군을 배치하는 등 삼엄한 감시 태세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