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비무장 빈 라덴' 사살한 미국 질타
"국제법 무시한 초법적 사살", 반미여론으로 급선회
'빈 라덴 제거'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국내 정치적으로는 호재가 된 측면이 있지만, 국제사회는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던 빈 라덴을 생포가 아닌 사살이라는 방법으로 제거한 것이 정당한 결정이었는가에 대한 의문과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 백악관의 제이 카니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현장을 급습한 미 해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빈 라덴과 마주했을 때 그가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가 여성을 인간방패로 삼았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빈 라덴의 최후 순간에 대한 미 정부의 설명이 뒤집히자 국제사회에서는 미군이 애초부터 빈 라덴의 생포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대 노동단체이자 여당과 동맹관계인 남아공노총(COSATU)은 이날 성명을 통해 "빈 라덴은 아무런 해명 기회도 없이 즉결 처형을 당했다"고 비난했다.
COSATU는 "우리는 9.11 테러를 단호하게 비난하고 빈 라덴과 알-카에다에 대해 조금의 동정심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런 이유로 "파키스탄에서 미 정부에 의해 빈 라덴이 숨진 방식은 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럽 역시 미국이 '세계 경찰'이자 '사형 집행자'로서 행동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빈 라덴을 사살하는 대신 생포해 법정에 세웠어야 옳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는 이날 현지방송에 출연해 미군의 작전은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빈 라덴 사살이 아랍세계에 엄청난 결과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네덜란드의 국제법 전문가인 게르트 얀 크놉스도 2001년 체포돼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섰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빈 라덴 역시 법의 심판에 맡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켄트대학교의 닉 그리프 교수는 현지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들도 '공정한 재판'을 받았다며 미군의 작전은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초법적인 사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권변호사인 커티스 도블러는 이집트 관영 일간지 알-아흐람과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의 사살이 파키스탄 정부의 승인 없이 이뤄졌음을 지적, 미국이 파키스탄의 "영토보전과 정치적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또다른 각도에서 비판을 제기했다.
볼리비아 외교부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군에 의한 빈 라덴 사살은 방법과 형식이 잘못됐다"면서 "이는 파키스탄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도 2일 "더 큰 폭력으로 폭력에 맞설 수 없다"며 파키스탄 정부에 알리지 않은 채 작전을 수행한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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