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채권단, 'MB 사돈가' 진흥기업에 백기항복
저축은행들 반발에도 워크아웃, '시장의 ABC' 붕괴돼
10개 채권은행들은 이날 우리은행 본점에서 채권은행 자율협의회를 열어 75% 이상의 찬성으로 진흥기업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은행 자율협의회에 포함되지 않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절반가량이 진흥기업 워크아웃에 대한 동의서를 내지 않는 등 워크아웃에 강력 반발했다. 이는 진흥기업 대주주인 효성그룹이 진흥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 확약서 제출 등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앞으로 효성이 추가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채권단은 진흥기업에 대한 채무 유예 및 이자 경감,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해야 할 판이다.
더욱이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은 저축은행들이 만기도래 어음을 돌릴 경우 신규자금 지원분은 고스란히 저축은행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워크아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IMF사태 직전 기아자동차 사태때도 제2, 제3 금융권이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사태가 벌어져 결국 기아차는 쓰러졌다.
현재 진흥기업의 채권단은 시중은행 10곳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55곳 등 모두 65곳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전체 여신 1조3천억원 가운데 6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채권단이 이처럼 효성이 추가 지원 확약서를 내지 않고 버텼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세로 워크아웃을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다른 부실기업들에 대한 워크아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부실기업들이 진흥기업과의 형평성을 문제삼고 나설 경우 딱히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내외적 경제상황이 위기로 치닫는 과정에 워크아웃의 ABC가 파괴되면서 한국경제는 '불신의 위기'까지 자초하며 위기의 늪으로 깊숙이 빠져들어가는 심각한 상황 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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