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진영의 마지막 생존전략, 원포인트 개헌
[김행의 '여론 속으로']<14> '원포인트 개헌'의 노림수
정치권에서 ‘찬바람이 불기 전에’ 개헌논의를 하자는 군불 때기가 시작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지난달 12일 고건 전 국무총리를 만나 “우리당이 추진하는 중도개혁세력 통합론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덧붙여 “대선과 총선 주기를 일치시키는 최소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물론 고전 전 총리는 “원론적인 얘기만 오고 갔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김 원내대표의 주장은 대선과 총선시기를 맞추면 정치비용을 줄여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다.
개헌론은 그동안에도 정치권과 학계에서 산발적으로 논의되어 왔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도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론을 펴왔다. 그러려면 헌법 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고 한 조항 한 곳만 바꾸면 된다. 대다수가 인정하듯 5년 단임제의 최대 약점은 현직 대통령에게 그가 수행한 정책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통솔력과 책임감이 약해지고 레임덕은 강해진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지적사항이다.
유력 일간지 정치부의 어느 중견 기자는 “단임제로 헌법을 바꾼 1987년 이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모두 5년 임기에 갇혀 실패한 대통령이 됐다”며 “이런 구조에선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다른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아들이 구속됐다. 김근태 의장이 대선 전에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원포인트 개헌론’을 지지하는 이유다.
이 같은 논의들에 대해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원론적인 동의를 표하면서도 “개헌은 정계개편에 악용될 수 있고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차기 정부가 개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피력했다.
종합해 보면, 5년 단임제의 폐해에는 이론(異論)이 없어 보인다. 그러지 않아도 시중에선 “노대통령 치하에서 앞으로 남은 1년 반을 불안해서 어떻게 견디나”하는 탄식과 절망이 표출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민심은 자칫 ‘대통령이 실패하면 4년 만에 갈아 치울 수 있어야 한다’는 선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원포인트 개헌론’ 주장은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의미 있는 고민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자칫 위험스런 부분이 있다. ‘대통령임기 4년 중임제 개헌’과 ‘대선과 총선의 시기를 맞추자’라는 주장이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내년 12월에 뽑혀, 2008년 2월에 취임한다. 그리고 취임 2개월만인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소위 허니문 기간이다. 보나마나 집권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다. 의회도 장악하게 된다.
만약 대선과 총선의 시기가 같아지면 이 같은 정치상황은 4년이라는 사이클을 주기로 계속해서 되풀이 된다. 결국 대통령을 당선시킨 쪽에 모든 권력이 집중된다. 여야로 갈려 민생을 책임지는 의회정치는 실종된다. ‘일당독재 사이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권은 대권창출을 위해 혈안이 될 것이다. 대권창출을 못하면 군소야당이 된다. 선거판이 그야말로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시 말해 ‘4년 중임제’는 필요하지만, ‘시기를 맞추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다음 정권의 대통령은 어떤 힘을 갖는가. 임기초반에 총선을 치른다. 국회를 장악할 수 있다. 개헌할 힘도 있다. 4년 중임제 개헌은 이때하면 된다. 단, 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진정한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다음 대통령은 임기 중에 두 번의 총선을 치르게 된다. 두 번째는 임기 만료 10개월을 앞둔 시점이다.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또 한 번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레임덕이 있을 수 없다. 하려고만 하면 차차기 대통령후보의 선출에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가 안 되는 막강한 대통령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대권후보가 없는 불임정당이다. 재집권이 쉬워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야당 할 각오도 해야 한다. 혹시 그는 차기 대통령에게 주어진 두 번의 공천권 중 한 번의 공천권은 뺏으려는 의도는 아닐까. 그리고 임기만 4년으로 줄이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차차기 정권탈환을 목표로 두고 차기 대통령을 흔들어야 한다는 속셈은 아닌지.
또한 일각에선 노무현대통령이 차기 공천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친노 의원진영을 존속시키기 위해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 지지율로는 차기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 만약 내년 12월 대선에서 여권이 참패하면 내년 4월 총선 결과도 아찔하다. 특히 노무현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노세력이 설 땅은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선 대선-총선 시기를 일치시키는 원 포인트 개헌이 필수적이다. 대선의 경우 여야 전선이 형성될 것이고, 그럴 경우 열린우리당 후보들도 상당수 재당선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은 시기가 엇갈려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마땅한 견제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기회가 된다. 그런데도 시기를 맞추자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김 원내대표의 속내가 의심을 받는 것이다. 혹시 그는 개헌을 고리로 또 다른 정계개편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바닥이다. 개헌을 하려야 할 수도 없다. 차기 대권주자들도 선뜻 나서기 힘들다. 결국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의 주장대로 된다면 일당 독재의 위험성마저도 있다. 검은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너무 나서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과욕 부리지 않길 바란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은 대선과 총선시기를 맞추면 정치비용을 줄여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다.
개헌론은 그동안에도 정치권과 학계에서 산발적으로 논의되어 왔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도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론을 펴왔다. 그러려면 헌법 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고 한 조항 한 곳만 바꾸면 된다. 대다수가 인정하듯 5년 단임제의 최대 약점은 현직 대통령에게 그가 수행한 정책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통솔력과 책임감이 약해지고 레임덕은 강해진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지적사항이다.
유력 일간지 정치부의 어느 중견 기자는 “단임제로 헌법을 바꾼 1987년 이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모두 5년 임기에 갇혀 실패한 대통령이 됐다”며 “이런 구조에선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다른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아들이 구속됐다. 김근태 의장이 대선 전에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원포인트 개헌론’을 지지하는 이유다.
이 같은 논의들에 대해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원론적인 동의를 표하면서도 “개헌은 정계개편에 악용될 수 있고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차기 정부가 개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피력했다.
종합해 보면, 5년 단임제의 폐해에는 이론(異論)이 없어 보인다. 그러지 않아도 시중에선 “노대통령 치하에서 앞으로 남은 1년 반을 불안해서 어떻게 견디나”하는 탄식과 절망이 표출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민심은 자칫 ‘대통령이 실패하면 4년 만에 갈아 치울 수 있어야 한다’는 선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원포인트 개헌론’ 주장은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의미 있는 고민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자칫 위험스런 부분이 있다. ‘대통령임기 4년 중임제 개헌’과 ‘대선과 총선의 시기를 맞추자’라는 주장이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내년 12월에 뽑혀, 2008년 2월에 취임한다. 그리고 취임 2개월만인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소위 허니문 기간이다. 보나마나 집권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다. 의회도 장악하게 된다.
만약 대선과 총선의 시기가 같아지면 이 같은 정치상황은 4년이라는 사이클을 주기로 계속해서 되풀이 된다. 결국 대통령을 당선시킨 쪽에 모든 권력이 집중된다. 여야로 갈려 민생을 책임지는 의회정치는 실종된다. ‘일당독재 사이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권은 대권창출을 위해 혈안이 될 것이다. 대권창출을 못하면 군소야당이 된다. 선거판이 그야말로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시 말해 ‘4년 중임제’는 필요하지만, ‘시기를 맞추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다음 정권의 대통령은 어떤 힘을 갖는가. 임기초반에 총선을 치른다. 국회를 장악할 수 있다. 개헌할 힘도 있다. 4년 중임제 개헌은 이때하면 된다. 단, 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진정한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다음 대통령은 임기 중에 두 번의 총선을 치르게 된다. 두 번째는 임기 만료 10개월을 앞둔 시점이다.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또 한 번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레임덕이 있을 수 없다. 하려고만 하면 차차기 대통령후보의 선출에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가 안 되는 막강한 대통령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대권후보가 없는 불임정당이다. 재집권이 쉬워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야당 할 각오도 해야 한다. 혹시 그는 차기 대통령에게 주어진 두 번의 공천권 중 한 번의 공천권은 뺏으려는 의도는 아닐까. 그리고 임기만 4년으로 줄이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차차기 정권탈환을 목표로 두고 차기 대통령을 흔들어야 한다는 속셈은 아닌지.
또한 일각에선 노무현대통령이 차기 공천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친노 의원진영을 존속시키기 위해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 지지율로는 차기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 만약 내년 12월 대선에서 여권이 참패하면 내년 4월 총선 결과도 아찔하다. 특히 노무현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노세력이 설 땅은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선 대선-총선 시기를 일치시키는 원 포인트 개헌이 필수적이다. 대선의 경우 여야 전선이 형성될 것이고, 그럴 경우 열린우리당 후보들도 상당수 재당선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은 시기가 엇갈려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마땅한 견제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기회가 된다. 그런데도 시기를 맞추자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김 원내대표의 속내가 의심을 받는 것이다. 혹시 그는 개헌을 고리로 또 다른 정계개편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바닥이다. 개헌을 하려야 할 수도 없다. 차기 대권주자들도 선뜻 나서기 힘들다. 결국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의 주장대로 된다면 일당 독재의 위험성마저도 있다. 검은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너무 나서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과욕 부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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