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앞으론 김중수 말에 신경쓸 필요 없어"
김중수 한은총재 금리동결에 비난 질타
지금껏 시장에 인상 신호(시그널)를 줬음에도 뚜렷한 이유없이 동결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통화정책을 가늠하려면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나 청와대의 입장에 주목하라는 냉소적인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전임 이성태 총재 당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골적인 반응이다.
삼성증권 최석원 연구원은 '혼자서 하는 의사소통'이라는 제목의 금통위 리뷰 보고서에서 "7월 금리인상으로 한은의 독립성이 커진 것으로 봤지만 (이번 결정으로) 그렇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한은의 신호보다는 금통위 이전에 나오는 청와대나 정부 입장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의 독립성 위축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한은 총재는 동결 이유를 명백하게 대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보냈던 인상 신호를 모두 무시한 결정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결 이유가 있음을 의미하며, 부동산 값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다는 점과 정부의 간접적인 압박 등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유재호 연구원은 "앞으로는 금통위나 총재의 발언에 너무 집중할 필요는 없다"며 이번 결정의 모순점을 5가지로 요약했다.
유 연구원은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같은달 17일 조선호텔 강연에서, 26일 뉴욕강연과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는데 이를 뒤엎고 동결한 것은 첫번째 모순"이라며 "특히 마지막으로 인상을 시사한 시점부터 2주 만에 결정이 바뀐 것도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당시 상황이 중요하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도 "금통위 전후 며칠 상황만 중요하다면 애초 시사한다는 것 자체가 무용하다"며 "남유럽 위기가 극심했던 7월 과감히 금리를 올리더니 미국 경기둔화 우려에는 소극적인 것도 의문이며, 소통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도 모순"이라고 했다.
현대증권 박혁수 연구원은 군(軍)의 '5분 대기조'에 빗대어 "통화당국의 '시그널링 효과'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상황에서 시장은 '5분 대기조' 자세로 통화정책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비꼬았다.
KTB투자증권 이승수 연구원도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에서 정상화, 소통 등 다양한 언급이 있었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통화당국의 영향력은 상당 기간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환경변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면 될 뿐 굳이 한은 총재의 입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