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4대강 아전인수도 이 정도면 예술"
"정부, 언제나 동문서답으로 국민 속이려고만 해"
이준구 교수는 17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올해도 예외없이 전국 각지에서 수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한 뒤, "해마다 발생하는 수해인데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정부는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사죄는커녕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 내놓은 ‘4대강 준설이 홍수 예방 효과를 갖는다는 점이 입증되었다’는 국토해양부의 보도자료는 거의 코미디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예년에 비해 올 여름 비가 그리 심하게 내렸던 것도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준설을 하든 말든 예년에 넘치지 않던 4대강 본류가 올해에만 넘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뒤, "4대강 본류에서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준설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더 나아가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홍수의 위험은 보 건설이 완료되고 물을 완전히 채웠을 때 발생할 문제"라며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에 미처 대비하지 못할 때 가두어둔 물이 넘쳐흘러 홍수가 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며 정부 주장의 맹점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그것이 생태계의 대량 파괴를 가져온다는 데 있다"며 "지금처럼 댐에 버금가는 높은 보를 쌓아 물길을 막고 암반이 드러날 정도로 샅샅이 준설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한 생태계의 대량 파괴는 막을 수 없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한사코 4대강사업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그 동안 우리가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해 준 적이 없다"며 "언제나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동문서답으로 상대방의 진을 빼고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전략으로 대응해 왔을 뿐"이라고 개탄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4대강사업,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려 하지 말라
올 여름에도 또 이곳저곳에서 수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물난리인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피해를 막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군다나 지금 정부는 엉뚱한 데다 홍수예방 사업을 한답시고 돈을 뿌려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정이 나아질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내년이면 또 어딘가에서 수해를 입고 망연자실해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나타날 게 너무나도 뻔하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수해 발생 양상을 관찰해 보면 해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강들의 본류에서 발생한 수해는 거의 없고 거의 모든 수해가 지류에서 발생하는 양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단 한 건의 예외 없이 모든 수해가 강 본류와는 거리가 먼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홍수예방 사업의 중심축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는 구태여 생각해볼 필요조차 없는 문제다.
정부는 2백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홍수까지 막기 위해 4대강사업을 한다고 선전한다. 얼핏 들으면 먼 미래의 일까지 완벽하게 대비하려는 대단한 비전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 내년에 닥칠 수해도 막지 못하면서 2백년 후를 내다보고 공사를 한다는 것이 웬지 우습게 들린다. 쓸모없는 4대강사업에 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동안 지류에서 발생하는 수해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단골손님처럼 우리를 찾아와 괴롭힐 것이다.
해마다 발생하는 수해인데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정부는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사죄는커녕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 내놓은 ‘4대강 준설이 홍수 예방 효과를 갖는다는 점이 입증되었다’는 국토해양부의 보도자료는 거의 코미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자화자찬과 아전인수도 이 정도면 예술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년에 비해 올 여름 비가 그리 심하게 내렸던 것도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준설을 하든 말든 예년에 넘치지 않던 4대강 본류가 올해에만 넘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4대강 본류에서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준설과 전혀 무관한 일이다. 당연히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준설사업 덕분이라고 생색을 내는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다. 아무리 정당화의 논리가 궁색하다 할지라도 이렇게 누가 봐도 억지란 것이 분명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이 보도자료가 노리고 있는 목표가 그저 생색을 내보자는 데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4대강사업이 홍수를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홍수를 유발할 위험성을 갖는다는 반대진영의 지적에 대한 반박의 의도가 더 강하게 실려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홍수의 위험은 보 건설이 완료되고 물을 완전히 채웠을 때 발생할 문제다.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에 미처 대비하지 못할 때 가두어둔 물이 넘쳐흘러 홍수가 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가 사업이 진행되는 도중 본류에서 홍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 엉뚱하게 동문서답(東問西答)을 하고 있는 꼴이다. 문제는 잘 몰라서 이런 동문서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데 있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관료조직의 생리상 반대하는 우리들보다 더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런 동문서답을 하는 이유는 논의의 핵심을 교묘하게 회피해 가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찾아가 볼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그야말로 우연에 의해 4대강 추진본부의 홍보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거기서 문답식으로 4대강사업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글들을 읽으면서 논의를 왜곡시키는 교묘한 기술에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상대방의 말을 왜곡해 인용하기, 말꼬리 잡기, 복잡한 수치로 머리를 혼란하게 만들기 등 온갖 수법을 동원해 의도적으로 논의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예만 들어 보기로 하자.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비유를 들어 수질이 한층 더 악화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그 홍보사이트의 대응은 보를 쌓아도 물은 흐르게 되어 있으니 고인 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비유에 담긴 진정한 뜻은 유속이 느려지면 수질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한방울도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을 생각하고 그런 말을 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논의의 초점은 유속의 감소가 수질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맞춰져야 마땅한 일이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보에 문이 있어 물이 흐르니 고인 물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것은 말꼬리 잡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논점을 흐리는 것이 바로 정부가 노리는 바다. 정부가 매사에 이런 태도로 나오니 건설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리 만무다. 그런데도 적반하장식으로 우리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다고 선전해 국민을 현혹시키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정부가 4대강사업의 홍수예방 효과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 자체가 논의의 핵심을 피해가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수많은 지식인과 종교인이 4대강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홍수예방 효과를 갖는지와 별 상관이 없다. 설사 그 사업이 홍수예방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된다 하더라도 우리들의 반대 입장에는 하등의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그것이 생태계의 대량 파괴를 가져온다는 데 있다. 우리는 그 사업이 수질 정화, 홍수 예방, 용수 확보라는 측면에서 별 효과가 없다고 믿지만, 그것이 반대의 핵심적 이유는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처럼 댐에 버금가는 높은 보를 쌓아 물길을 막고 암반이 드러날 정도로 샅샅이 준설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한 생태계의 대량 파괴는 막을 수 없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한사코 4대강사업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4대강사업이 수질 정화, 홍수 예방, 용수 확보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하라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나 자신은 그런 문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4대강이 수질 오염, 홍수 위협, 용수 부족의 문제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난데없이 4대강사업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아무런 근거 없이 만들어낸 ‘관제(官製)문제’일 뿐이다.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에 의한 생태계의 대량 파괴가 문제의 핵심이며, 이에 대한 만족할만한 답이 없는 한 우리의 반대 입장은 전혀 바뀔 수 없다. 백보를 양보해 4대강에 그런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핵심적 주장이다. 이런 문제의 핵심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4대강사업의 효과를 홍보하는 데 급급하고 있는 것은 교묘한 물타기 작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 동안 우리가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해 준 적이 없다. 언제나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동문서답으로 상대방의 진을 빼고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전략으로 대응해 왔을 뿐이다. 바로 이런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인해 1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정부와 반대진영 사이의 거리는 단 한 치도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두 진영의 입장은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이런 결과를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과 진정한 대화를 원하면 무엇보다 우선 그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알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말을 들어보니 상대방이 옳다는 판단이 선다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겠다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는 요즈음 입만 열면 대화와 소통을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이런 대화의 기본자세조차 갖추지 않고 그런 말을 떠들어대고 있다.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은 4대강사업의 핵심부분이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놓고 대화를 하자는 것은 아예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바로 이런 무성의한 태도가 4대강문제를 꼬일 대로 꼬이게 만든 주원인임을 부정하려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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