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에겐 과연 '호남 대표성' 있나
[김행의 '여론 속으로']<12> '너무 공학적'인 한화갑-강재섭 밀애
마치 연애하는 것 같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한화갑 민주당 대표 말이다. 지난 11일 한나라당 의원모임인 ‘국민생각’에서 강 대표가 한 대표를 초청했을 때 첫 만남을 가진 후, 닷새 후인 16일 ‘전주소리축제’ 개막식에서 또 만났다. 바로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이른바 ‘한-민 공조’라는 이름으로.
덩달아 꿈을 꿔 본다. ‘한-민 공조’로 우리 정치사의 고질병인 지역갈등 문제가 해결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해결의 단초만 제공해도 고맙겠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지역갈등 해소’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빠지지 않고 꼽히는 항목이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 말마따나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두 정당이 철천지원수 집안인 로미오와 줄리엣 가문도 아니질 않은가.
그런데도 뭔가 ‘너무 정치 공학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한나라당부터 보자. 유력 대권후보가 셋이나 있다. 지지율도 40%를 웃돈다. 그런데도 ‘대세론’을 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두 번의 실패 때문이다. ‘2%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호남으로의 외연확대가 필수적이다. 적어도 거부감이라도 줄여야 한다.
마침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헌신짝처럼 버려진 조강지처 신세다. 유 대변인 말마따나 “열린우리당은 과거 민주당을 짓밟고 갔으면서도 이제 아쉬우니까 춘향이 역할을 해 달라고 한다”니, 그 속내가 얼마나 쓰라릴까. 그 빈틈을 절묘하게 파고 든 한나라당의 절박한 입장은 그런대로 납득할 만하다.
도통 불안해 보이는 쪽은 한 대표 쪽이다. 그는 “한나라당과 ‘정서의 공존’이 이루어지면 ‘연합’이나 ‘통합’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단, 대권주자가 없는 불임정당이다. 지지율도 별로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쪽은 사과를 해도 부족할 판인데 여전히 냉랭하다. 물론 현재 열린우리당 쪽도 불임정당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니 차라리 현재시점에서 볼 때, 집권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한나라당과 연합하는 쪽이 더 나은 장사가 아닐까.
얼마든지 가능한 정치적 계산이다. 그리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정치적 행위도 아니다. 정당의 존립목적은 ‘집권’이니까.
요는 한 대표가 ‘연합’이나 ‘통합’의 적임자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당 대표 경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상고 중이다. 민주당은 한화갑계와 비(非)한화갑계로 갈려 있다. 더구나 최근 민주당 내에서의 세력분포에서조차 한화갑계가 비한화갑계에게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보궐선거에서 조순형 의원의 당선이후 민주당의 포커스는 조 의원에게로 쏠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민 공조’를 바라보는 호남의 여론이 싸늘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가 한나라당과의 밀애를 즐기는 듯 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여 그 길만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쥠으로써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계산 때문은 아닌가.
정말 아니길 바란다. 만약 사심(私心)때문이라면 이는 동서화합을 바라는 많은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호남민심과 개인적 욕심사이를 줄타기하듯 보이는 까닭은 왜일까.
그는 답해야 한다. 같은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얼마든지 정책연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조순형 의원의 주장대로 창당연혁이나 인적구성, 지역적 기반이나 정책이념, 노선에 있어 분명 다르다.
그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민 공조’를 하려면 정치적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호남유권자들에게 분명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또한 호남유권자들을 설득해 다만 몇 %라도 한나라당에게 표를 던질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힘이 있어야 한다.
한 대표는 자신이 적임자인지부터 본인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접근방식이 지금의 이익만을 따진 ‘정치공학적’인 것은 아닌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자신이 선다면 민주당을 지지해 준 호남유권자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가 만약 호남인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한-민 공조’는 오히려 독이 될지 모른다. 호남유권자들은 헷갈릴 테고, 민주당은 깨질 것이다. 소속의원들은 이리 저리 제 갈 길을 갈 것이고 반세기 역사로 이어진 정통 야당은 빈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 그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부터 살려내는 것이다. ‘한-민 공조’는 그 다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기득권부터 버려야 한다. 그의 아슬아슬한 시소게임을 보는 마음이 불안하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정치놀음 앞에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덩달아 꿈을 꿔 본다. ‘한-민 공조’로 우리 정치사의 고질병인 지역갈등 문제가 해결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해결의 단초만 제공해도 고맙겠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지역갈등 해소’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빠지지 않고 꼽히는 항목이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 말마따나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두 정당이 철천지원수 집안인 로미오와 줄리엣 가문도 아니질 않은가.
그런데도 뭔가 ‘너무 정치 공학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한나라당부터 보자. 유력 대권후보가 셋이나 있다. 지지율도 40%를 웃돈다. 그런데도 ‘대세론’을 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두 번의 실패 때문이다. ‘2%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호남으로의 외연확대가 필수적이다. 적어도 거부감이라도 줄여야 한다.
마침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헌신짝처럼 버려진 조강지처 신세다. 유 대변인 말마따나 “열린우리당은 과거 민주당을 짓밟고 갔으면서도 이제 아쉬우니까 춘향이 역할을 해 달라고 한다”니, 그 속내가 얼마나 쓰라릴까. 그 빈틈을 절묘하게 파고 든 한나라당의 절박한 입장은 그런대로 납득할 만하다.
도통 불안해 보이는 쪽은 한 대표 쪽이다. 그는 “한나라당과 ‘정서의 공존’이 이루어지면 ‘연합’이나 ‘통합’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단, 대권주자가 없는 불임정당이다. 지지율도 별로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쪽은 사과를 해도 부족할 판인데 여전히 냉랭하다. 물론 현재 열린우리당 쪽도 불임정당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니 차라리 현재시점에서 볼 때, 집권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한나라당과 연합하는 쪽이 더 나은 장사가 아닐까.
얼마든지 가능한 정치적 계산이다. 그리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정치적 행위도 아니다. 정당의 존립목적은 ‘집권’이니까.
요는 한 대표가 ‘연합’이나 ‘통합’의 적임자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당 대표 경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상고 중이다. 민주당은 한화갑계와 비(非)한화갑계로 갈려 있다. 더구나 최근 민주당 내에서의 세력분포에서조차 한화갑계가 비한화갑계에게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보궐선거에서 조순형 의원의 당선이후 민주당의 포커스는 조 의원에게로 쏠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민 공조’를 바라보는 호남의 여론이 싸늘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가 한나라당과의 밀애를 즐기는 듯 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여 그 길만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쥠으로써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계산 때문은 아닌가.
정말 아니길 바란다. 만약 사심(私心)때문이라면 이는 동서화합을 바라는 많은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호남민심과 개인적 욕심사이를 줄타기하듯 보이는 까닭은 왜일까.
그는 답해야 한다. 같은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얼마든지 정책연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조순형 의원의 주장대로 창당연혁이나 인적구성, 지역적 기반이나 정책이념, 노선에 있어 분명 다르다.
그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민 공조’를 하려면 정치적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호남유권자들에게 분명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또한 호남유권자들을 설득해 다만 몇 %라도 한나라당에게 표를 던질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힘이 있어야 한다.
한 대표는 자신이 적임자인지부터 본인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접근방식이 지금의 이익만을 따진 ‘정치공학적’인 것은 아닌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자신이 선다면 민주당을 지지해 준 호남유권자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가 만약 호남인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한-민 공조’는 오히려 독이 될지 모른다. 호남유권자들은 헷갈릴 테고, 민주당은 깨질 것이다. 소속의원들은 이리 저리 제 갈 길을 갈 것이고 반세기 역사로 이어진 정통 야당은 빈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 그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부터 살려내는 것이다. ‘한-민 공조’는 그 다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기득권부터 버려야 한다. 그의 아슬아슬한 시소게임을 보는 마음이 불안하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정치놀음 앞에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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