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위 북한, 1위 브라질 혼쭐냈다!
팽팽한 접전끝에 2대 1 석패, 철벽수비-번개기습 주효
월드컵 통산 5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 랭킹 1위 브라질, 그리고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선 105위의 북한이 16일 새벽(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맞붙었다.
일방적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 축구전문가들의 일반적 전망이었으나, 북한팀 분위기는 경기 시작전부터 달랐다. '북한의 인민 루니' 정대세는 울면서 입장했고 북한 국가가 울리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경기후 `왜 울었느냐'고 물었더니 "세계선수권대회에 드디어 나오게 됐고 세계 1등팀과 맞붙게 됐기 때문에 좋아서 그랬다"고 답했다.
비장한 각오처럼 북한은 강했다. 북한의 전술은 철저히 막고 기회가 나면 번개같은 속도전 기습으로 승부를 가린다는 것이었다. 브라질의 공세 때는 최전방에 정대세만 남기고 전원이 수비에 가담하면서 순식간에 5백(5-back)을 만들며 튼튼한 장벽을 쳤다.
브라질은 파비아누(세비야)와 호비뉴(산투스)를 공격의 양대축으로 전반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지만 북한의 철옹벽을 쉽게 뚫지 못했다. 도리어 전반 10분 수비수 3명 사이를 뚫은 정대세의 깜짝 슛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브라질은 전반 20분 호비뉴의 슛이 골키퍼 정면을 향하고 전반 34분 미셰우 바스투스(올랭피크 리옹) 강한 슛마저 골대를 벗어나며 아무런 성과없이 전반을 마쳤다. 팽팽한 접전이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전세는 서서히 바뀌었다. 브라질의 파상 공세를 막느라 전력을 다한 북한은 후반 들어 눈에 띄게 체력이 딸리면서 스피드가 떨어지고 허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북한은 후반 10분 오버래핑에 나선 브라질의 오른쪽 풀백 마이콩에게 골을 내줬다. 각도가 거의 없는 사각에서 마이콩이 찬 볼은 그대로 북한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북한이 못한 게 아니라 브라질이 잘했다. 세계 명키퍼들도 막을 수 없는 절묘한 슛이었다.
기세가 오른 브라질은 후반 27분 호비뉴의 킬패스를 엘라누가 잡아 북한 수비를 뚫고 돌진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논스톱 오른발슛으로 추가골을 터트리면서 승세를 굳혔다.
그러나 북한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4분 정대세가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헤딩으로 떨어뜨렸고, 곧바로 쇄도하던 북한팀의 '맏형' 지윤남이 볼을 이어 받아 수비수 두 명 사이를 헤집고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브라질의 망을 흔들었다. 북한은 그후에도 맹공을 퍼부었으나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죽음의 조'답게 북한의 앞에는 포르투갈과의 2차전, 코트디부아르와의 3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한결같이 강적들이다. 하지만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얻은 북한은 이들 국가에게 '공포의 다크호스'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날 경기장은 북한 응원단 100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브라질 축구팬들로 가득 차 사실상 브라질의 홈경기였다. 그러나 브라질 축구팬들은 북한의 선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북한 팀의 명플레이가 나올 때는 박수도 아끼지 않았다. 북한, 참 잘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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